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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전문의제도, 이대로 좋은가
요양병원에는 우대 받는 전문의가 따로 있다. 내과, 일반외과, 신경외과, 신경과, 정형외과,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이 그에 해당되는데 이는 2010년 경 노인병학회와 관련한 의사 몇 사람이 모여 의료의 질을 높이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8개과를 임의로 선정하고, 정부에서도 그 분야의 전문의를 의사 정원의 50% 이상 채용하는 요양병원에 입원료에 20%의 가산금을 주는 방식으로 이 제도가 시행되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렀으며 이런 사실은 일반인은 물론이고 의사들조차도 모르는 이들이 많다. 언뜻 보면 이 제도는 매우 합리적이고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 문제가 많다. 이제부터 그 문제점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전문의의 효용성이 없다.
신경외과 하면 제일 먼저 뇌수술이 떠오른다. 일반외과 하면 맹장수술(충수돌기 제거술)이, 정형외과 하면 인공관절수술이 생각난다. 이런 전문의들을 더 높은 임금을 주면서 채용하라는 것은 그러한 전문성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요양병원에서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수술이나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조치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환자가 낙상을 하여 대퇴골 골절이 발생했다면 수술로 교정할 수 있으며, 심근경색이 발생했을 때 내과전문의는 스텐트 시술을 할 수 있을까? 설사 능력이 있더라도 시설과 인력이 뒷받침 되지 않아 불가능할 것이며 만약 수술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요양병원의 범주를 벗어나는 일이다. 결국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신속히 판단하여 상급병원으로 후송하는 것이 우선 할 일일 터인데 이런 일은 비유관전문의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비유관전문의라는 용어는 사전에도 없고 의료법에도 없는 신조어지만 요양병원에서 구인광고를 할 때 8개과 전문의를 지칭하는 말이라 나도 그대로 쓰겠다.)

요양병원은 종합병원이 아니다.
우리가 몸이 아파 종합병원엘 가면 자기의 증세에 따라 전문과를 찾아가 진찰을 받고 치료를 받는다. 그러나 요양병원은 과별로 나뉘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즉 주치의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환자는 자기의 질병이 무엇이든 따로 주치의를 정할 수 없으며 의사 또한 자기의 전문 과목에 상관없이 배정 받은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해야 한다. 환자는 자기 주치의가 무슨 과목을 전공 했는지는 도통 관심이 없으며 의사는 모든 문제를 다 알아서 해결해주는 사람으로 기대한다. 즉 주치의 한 사람 한 사람이 해당 지식을 가져야지 주위 의사의 실력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8개과 전문의만 있으면 만사형통일까?
8개과 전문의가 다 있다고 해서 모든 질환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노인에게 흔한 배뇨장애에는 비뇨기과 의사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며, 전정기관이나 청력이상에는 이비인후과, 결막염이나 백내장에는 안과, 피부질환에는 피부과 전문의가 필요할 것이다. 또 정확한 x-ray 필름 판독을 위해서는 영상의학과도 중요하다. 그리고 소아청소년과는 일견 노인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실은 소아청소년기의 내과 질환을 담당하기 때문에 노인성 질환에 대해 조금만 더 공부한다면 요양병원 주치의로서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유관전문의?
아직도 시중에는 8개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에게 어떻게 우리 부모를 믿고 맡길 수 있느냐는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 유관전문의는 자기 전공분야 외의 노인 질환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예를 들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고혈압이나 당뇨병에 얼마나 알고 있을지 의문이며 정형외과 전문의의 전공분야가 치매 환자의 진료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의아하다. (또 치매 환자에게 재활 치료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으며 정신건강의학과는 유관전문과로 인정하면서도 막상 요양병원에서 정신질환 환자의 입원은 금지하고 있는 모순된 규정도 엄연히 존재한다.) 또 가장 기본이 되는 내과전문의라 할지라도 밤새 배회하며 소리 지르고 난동을 피우는 중증 치매환자의 이상심리증상이나 이상행동증상을 가진 환자 앞에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유관전문의 병원을 바란다면…
그래도 미련이 있어서 전문의 병원이 있어야 하고 또 제대로 작동하기를 바란다면 한 병원에 8개과 전문의가 다 모여 있어야 할 터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요양병원은 거의가 200~300병상 규모이며, 6~8명의 의사 정원에 의사는 3~4명이 근무하는 구조라서 (50%는 통상 한의사로 채워진다.) 그러한 병원은 가능하지도 않고 설령 그런 병원이 있다 하더라도 환자에게 처방을 낼 때 마다 전원이 다 모여서 상의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마냥 남의 머리만 빌릴 수도 없는 것이다. 또 배뇨장애 등 비유관 분야의 문제가 생기면 다시 난처해질 테고 게다가 노인질환의 기본 지식이 없는 주치의라면 환자에게 오히려 해를 끼칠 수도 있는 것이다. (의사의 첫 번째 덕목은 환자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요양병원 주치의의 자격은?
노인환자는 노화에 따르는 온갖 자질구레한 증세를 갖고 있는 ‘걸어 다니는, 아니면 누워있는 종합병원’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요양병원 주치의는 한 가지 전공과목의 지식만으로는 제 역할을 다 할 수 없으며 비록 깊지는 않더라도 감기나 설사 같은 평범한 질환부터 폐렴, 심부전, 중증 치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가져야하며 모르는 분야에 대해 늘 공부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볼 때 8개과 전문의에 한정하여 특혜를 주는 것이 옳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유관전문의 병원의 현황
지금까지 유관전문의 제도의 허실을 살펴보았다. 보도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전국 요양병원의 97%가 유관전문의 병원으로 입원료에 20%의 가산점을 받고 있다고 한다. 즉 이 제도의 혜택을 받는 것은 거의 보편화 되어 이미 그 효과를 상실했다고 볼 수 있으며 게다가 비유관전문의들은 나머지 3%의 병원에만 취업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그럼 가산점을 받고 있는 병원에서는 나머지 50%는 비유관전문의를 채용하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아쉽게도 앞에서 얘기했듯이 그 절반은 한의사로 채워져 있는 실정이다. 그것도 유관전문의 병원에서나 그렇고 비유관병원에서는 한의사의 수에 제한이 없어 의사보다 한의사가 더 많은 병원도 있다.

요양병원의 한의사
아시다시피 요양병원에서 한의사의 역할은 환자의 통증을 덜어주기 위한 침과 뜸이 주이다. 그러나 보건당국에서는 양·한방 협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듯 요양병원의 의사 정원에 의사와 한의사의 구분을 없앴는데 여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즉 양약 처방을 할 수 없는 한의사는 주치의를 맡을 수가 없기 때문에 한의사 수가 늘어나면 의사 수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 200병상 병원의 경우 1등급 병원이 되려면 의사가 6명이 있어야 하지만(의사 한 사람 당 35명까지 진료해야 1등급이다.) 한의사가 4명이 될 경우 의사는 두 명이 되어 의사 한 사람 당 100명의 환자를 돌봐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볼 때 한의사를 줄이고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지만 현재 법 테두리 안에서 최대의 수익을 내려는 병원 경영주를 탓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나의 넋두리
여기서 내 얘기를 잠깐 하겠다. 나는 1974년 그 때만 해도 인기가 좋았던 소아과 전공의 시험에 합격하고 1979년 어렵사리 소아과 전문의 시험을 통과한 다음 3년의 군의관 복무 후 30년간 ‘어엿한’ 소아과 개원의로 활동하였지만 변하는 세태를 이기지 못하고 2012년부터 요양병원에 입사하면서 일반의로 내려앉았다. 그 때까지도 요양병원에 따로 전문의가 있다는 걸 몰랐고 내 봉급은 유관전문의에 비해 50~70%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황당하였으며, 그 뒤로도 6년 가까이 근무하며 나름 공부하고 경험도 쌓았지만 처우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고 구인 광고를 봐도 유관전문의 외에는 아예 채용을 않으니 일반의로는 그나마 갈 데도 없어 꼼짝 못하고 묶여있어야 하는 신세다. 대한민국 복지부장관으로부터 똑같이 전문의자격증을 취득하였지만 이런 불합리한 차별에 심한 박탈감만 느낄 뿐이다.

개선 방안
요즘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하여 산부인과, 비뇨기과, 흉부외과 학회에서 해당과의 유관전문의 진입을 위한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도 썼듯이 각개 과의 진입은 의의가 없다. 비뇨기과 지식만으로 노인병 전체를 진료할 수도 없고 흉부외과 의사가 개심 수술을 할 것도 아니며, 요양병원에 할머니들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부인과 질환은 드문 것이 사실이다. 또 요즘 거론되는 요양병원 세부전문의 제도도 요양병원에 중환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외상 환자만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즉, 전문 과목을 늘리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며 요양병원 전문의 가산제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 그리고 보건당국에서는 인증 제도를 통과하는 등의 진료의 질을 높이는 병원들에게 그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게 해야 한다.

결론 
한 번 정해진 것은 바꾸기가 힘들다. 8개과 전문의들은 기득권을 내려놓기가 아쉬울 것이고 이미 가산점을 받고 있는 병원들은 그것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요양병원에만 있는 의사간의 차별은 이제는 없어져야 하며 합리적이지 못한 것은 바뀌어야 한다. 요양병원에서는 전문과에 상관없이 의사 개개인의 실력과 품성을 판단하여 자기 병원에 필요한 사람을 채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특히 한의사를 의사 수에 포함시켜 왜곡된 진료를 불러오는 불합리한 제도도 시정되어야 한다. 침, 뜸의 시술에 한의사가 필요하다면 그 수요에 맞게 한의사의 정원을 따로 정하여 의사와는 별도의 규정을 준용하여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요양병원에 근무하면서 느낀 불합리한 점들을 적어 보았다. 앞으로 급격히 늘어나는 평균수명에 비례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요양병원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천종익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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