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중입자 치료혁명, 그 실체를 본다

중입자, 면역, 붕소중입자 ‘꿈의 암치료’ 일본 활발… 1조 투입

  • 입력 2017.11.08 15:22
  • 기자명 이경호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엠디저널] 암은 더 이상 낯선 질병이 아니다. 하지만 암을 유발하는 인자들은 낯설고도 다양하다. 인간이 만든 新물질들이 암을 유발하는 새로운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살충제 계란과 생리대 파동처럼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유해 물질·환경호르몬이 암의 원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새로운 유해 물질의 등장은 암의 정복 속도보다 빨라 그 공포는 더 크다. 이러한 가운데 중입자선 치료, 붕소중입자, 암을 이기는 면역치료 등 새로운 치료법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치료법들은 외과수술을 병행해야 효과가 있다는 한계와 개인차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 중 ‘중입자 치료’는 암세포만 골라 공격하는 똑똑한 방사선 치료로 현존하는 치료법 중 가장 효과가 좋고 선진적인 ‘완성된’ 치료법이다. 국내에서도 도입을 진행해오다 중단되어 현재 일본과 독일에서만 치료가 가능하다.

◆ 새로운 유해 물질의 등장, 암 원인 공포 커져
지난해 말 발표된 2014년 암 발생률·생존율·유병률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0~2014년 발생한 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70.3%로 70% 선을 처음 돌파했다. 암 환자 3명 중 2명 이상이 5년 이상 생존한다는 뜻이다. 2010~2014년 구체적인 암 종별로는 갑상선암의 5년 상대생존율이 100.2%로 가장 높았고, 전립선암(93.3%), 유방암(92.0%) 등이 비교적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이에 반해 간암(32.8%), 폐암(25.1%), 췌장암(10.1%)은 상대적으로 생존율이 낮았다. 중입자 치료는 5년 상대생존율이 낮은 암 중 하나인 폐암 완치율이 높다. 중입자 가속기를 이용한 암 완치율은 80~90%에 달한다. 환자의 호흡에 따라 중입자를 쏘는 호흡동기조사 기술을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폐암 완치율이 높은 것이다.

▲ 초전도 회전 갠트리 - 중입자선 치료용 갠트리는 직경 11m, 길이 13m, 중량 300톤의 장치로 탄소이온 빔을 임의의 각도에서 암 병소에 조사할 수 있는 장치다.
▲ 초전도 회전 갠트리 - 중입자선 치료용 갠트리는 직경 11m, 길이 13m, 중량 300톤의 장치로 탄소이온 빔을 임의의 각도에서 암 병소에 조사할 수 있는 장치다.

◆ 완치율 높이고 부작용 낮춘 꿈의 암 치료 ‘중입자치료법’
중입자치료는 피부 안쪽 깊숙이 자리 잡은 암 세포에 중입자를 발사하여 치료기에서 미리 조절된 깊이에 다다르면 주변 암세포를 파괴하고 사라지는 치료이다. 꿈의 암치료기라고 불리는 중입자치료기는 간암 90%, 전립선암 100%, 폐암 80%, 재발된 암도 약 42% 완치율을 보이고 있다. 중입자치료기는 탄소 중입자를 빛과 근사한 속도로 가속시켜 암세포를 파괴시키는 과정에서 기존 X선과는 달리, 인체 내 암 부위에 도달 전에는 20~30%의 방사선량을 전달하고, 암 부위에는 나머지 70~80%의 방사선량을 전달하여 암세포를 살상시키는 Bragg Peak 효과로 인해 암세포 살상력은 높으나, 부작용이나 고통이 거의 없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중입자치료는 암의 종류, 크기, 위치에 따라 나누어 치료되므로 시간에 따라 형태가 크게 변하지 않는 고형암에 대하여 치료가 가능하다. 즉, 위암 등 일반적 소화기암(결장암과 직장암 제외), 전신에 암세포가 퍼지는 혈액성 암 질환, 임파선암 등은 중입자치료에서 제외되며, 두경부암, 식도암, 폐암, 간암, 췌장암, 전립선암, 자궁경부암, 육종, 대장암 등이 대표적인 중입자치료 대상이다. 최근에는 뇌종양, 유방암 등이 새로운 중입자치료 대상에 포함되고 있다.

기존 X선과는 달리, 인체 내 암 부위 도달 전에는 20~30%의 방사선량을 전달하고, 암 부위에서는 나머지 70~80%의 방사선량을 전달하여 암세포를 집중적으로 파괴한다. 기존 방사능 치료에 사용된 X선과 감마선은 강하게 암세포를 향해 쏘아도 피부를 뚫고 체내 속으로 들어가면 그 살상 능력이 현저히 줄어든다. 이는 양성자도 마찬가지다. 중입자는 피부를 뚫고 25㎝까지도 들어갈 수 있고 살상능력이 X선이나 감마선의 12배, 양성자의 3배 이상 높다.

X선과 감마선은 암세포 뿐 아니라 정상세포에도 해를 끼친다. 그러나 중입자는 0.1㎜까지도 아주 정밀하게 쏠 수 있어 정상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며 유아암 치료의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적은 양으로 한 번에 많은 암세포를 효율적으로 파괴시킬 수 있기 때문에 치료기간도 짧고 부작용을 최소화한다. 기존 방사선 치료에 비하면 치료기간이 2~3개월에서 1~4주로 단축되고, 치료횟수도 30~40회에서 1~16회로 대폭 줄어 환자의 편의성을 높인다. 또한 8대 암(3~4기) 환자의 경우 기존 방사선 치료대비 5년 생존율 23%이상 증가하며, 재발암 환자는 약 42%이상 완치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 국내 도입 공감하지만 여전히 안개 속
국내 중입자치료 기술의 도입은 한국원자력의학원의 주관으로 중입자치료시설 도입 여부에 관한 타당성 검토를 시작으로 동 의학원에서 2010년 7월 의료용중입자가속기사업단을 출범시켰으며, 2011년 12월 의료용중입자센터 기공식을 거쳐 의료용중입자가속기에 대한 최종 설계를 마치고, 2014년 1월 중입자치료센터 기공식을 마쳤다. 2017년 제작 설치 시 운전 완료 및 임상치료에 대한 인허가 취득 후 2018년 본격적인 환자치료를 목표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마저 2020년으로 미뤄져 현재 국내 치료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 중입자치료를 위한 가속기_중입자 가속기 크기는 운동장-축구경기장 만한 기계이다. 폭 65m-길이 125m
▲ 중입자치료를 위한 가속기_중입자 가속기 크기는 운동장-축구경기장 만한 기계이다. 폭 65m-길이 125m

◆ 도입 필요성 절실... 그러나 비용문제에 막혀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5월 재단이사회를 열고 중입자 치료센터 및 미래관을 신축하는 계획안을 최종 승인했다. 계획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은 심혈관병원 옥외 주차장 부지에 중입자치료센터를 포함한 외래진료센터 ‘미래관’을 건립한다.

세브란스병원 한 고위 관계자는 “올해 업체를 선정하고 설계에 돌입하면 내년 초에는 착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19년 완공해 2020년 본격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자금이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4년 후 가동을 목표로 중입자 암치료장비 도입을 추진하지만 중입자 암치료장비는 발주부터 제작까지 36개월이 소요되고, 설치 후 12개월간 시험운영기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중입자 장비를 도입하고 미래관을 짓는데 약 2,000억원 가까이 소요된다고 한다. 병원 관계자는 “중입자 암치료장비 도입이 필수불가결한 상황이지만 자금조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본 국립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NIRS)
▲ 일본 국립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NIRS)

◆ 중입자 치료 가장 활발한 곳은 일본 국립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NIRS)
현재 국내 암환자가 이 치료법을 받기 위해서는 독일이나 일본 등지의 해외에서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중입자치료시설이 운영되고 있는 나라는 일본, 독일, 이탈리아, 중국이다. 일본에는 4곳의 중입자치료시설이 있고 1군데가 더 추진 중이며, 나머지 나라에는 1곳씩 운영되고 있으며, 독일은 1곳, 중국은 2곳의 운영을 추진 중이다. 도입을 추진 중인 나라는 우리나라와 오스트리아다.

‘일본 국립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NIRS)’ 병원은 일본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치료법을 정착시킨 곳이다. 치바현의 일본 국립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NIRS)병원 카마타 타다시 원장은 “중입자선은 신체의 기능과 형태에 영향을 주지 않는 부드러운 치료법으로 현존하는 가장 효과 좋고 선진적 암 치료기술”이라고 말하며 중입자 치료기에 강한 자부심을 보였다. 카마타 원장은 “병을 치료하는 의사와 가속기를 가동하는 물리학자, 암세포의 증식을 연구하는 생물학자들의 협업으로 기적의 암치료법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역시 중입자 가속기 개발을 위해 1000억엔(약 1조원) 이상을 투자해 국민들의 건강한 삶을 위한 한 단계 진보를 이뤄냈다.

◆ 최초는 아니지만 최선의 노력으로 기술 급진전
일본 국립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NIRS)가 현재까지 중입자선으로 치료한 환자 수는 작년 말까지 약 11,000명에 달한다. 국내 국립암센터가 양성자로 치료한 환자 수의 4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러한 수치를 기준으로 중입자 치료는 일본 국내에서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정밀함이 없으면 사용할 수 없는 중입자 치료기법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일본의 노력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입자선을 암 치료에 처음 사용한 미국이 암 세포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입자선을 제어하지 못해 발전이 더뎠던 것과는 비교된다. 이에 비해 일본은 1980~90년대 데이터 및 전산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입자선 연구를 시작해 기술의 급진전을 이뤘다.

◆ 작은 암세포 한 곳으로 모으는 새로운 기술 개발 몰두
일본 국립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NIRS)는 최근 장기의 움직임을 패턴화해 예측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중입자 가속기의 극복해야 할 과제로 손꼽히는 의지와 관계없이 움직이는 장기에 대한 한계와 혈액암에 적용할 수 없음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다. 카마타 타다시 원장은 “중입자선으로 잡기 어려운 곳에 퍼진 작은 암세포를 처리하기 위해 암세포를 한 곳에 모으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중입자 치료에 이용하던 탄소에서 한 발 나아가 탄소보다 무거운 산소 입자와 가벼운 혈륨 입자를 조합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이러한 단계 중 하나다. 더불어 소화 등에 따른 위와 근육의 움직임 때문에 암 조직을 정확히 타격하기 어려운 암에 대한 치료법 연구도 시작했다. 카마타 원장은 “탄소 이온을 기본으로 산소와 헬륨 이온을 활용한 중입자 치료에 방사선 동위원소를 활용한 암 치료까지 더해진다면 암을 완전히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표류하는 국내 도입, 일본으로 눈 돌려
그간 일본의 중입자 치료는 일본 내국인들에 한해 한정적으로 치료됐다. 그러던 중 지난 2012년부터 외국인의 치료를 허용하기 시작해 국내에 알려졌다. 부산 기장군 동남권 원자력 의학원에 도입 예정이던 중입자 가속기의 도입이 미뤄지면서 우리나라의 중입자 치료 도입은 일본에 비해 여러 해 뒤쳐지게 됐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2010년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개발 사업을 착수하면서 부산 기장군에 중입자치료센터를 구축해 2016년 임상실험을 거쳐 2017년 환자를 치료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최소 4년 이상 늦어지게 된 것이다. 암 환자에게 4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 민간기업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주)중입자치료지원센터코리아(대표 강태현)는 당시 꿈의 암치료 방법으로 알려진 신기술인 중입자선 암치료를 국내에 세미나 등을 통하여 소개하고, 국내 최초로 국내의 암환자에 대한 중입자선 암치료를 위한 치료 지원 방안을 일본의 중입자선암치료환자지원센터 츠지이 히로히코 박사 일본 국립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NIRS) 前센터장과, 국내 암환자의 중입자선치료를 협력하여 치료지원하기로 하는 MOU를 체결하고, 2012년부터 지금까지 국내 암환자들이 일본의 중입자선 암치료를 안심하고 빠르게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 민간 주도 앞장 선 (주)중입자치료지원센터코리아
(주)중입자치료지원센터코리아는 환자가 일본 국립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NIRS)에서 중입자선암치료 프로그램을 마칠 때까지 안심하고 출국하여 일본에 도착하면 공항에서부터 편안한 이동과 환자를 위한 식사는 물론, 숙박을 위한 멘션을 제공하고, 환자의 치료에 불편함이 없도록 각종 진행 서류의 번역, 의료진 진찰 및 치료, 일상생활에서의 통역 등 최고 수준의 치료에 필요한 각종 지원을 제공한다. 또한 국내 암환자들이 최단 기간 내에 중입자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일본의 의료기관과 매우 긴밀한 업무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스텝들과 끝임 없는 업무 협력으로 일본에서 갑자기 발생할 수 있는 위급한 응급상황에 대비한 응급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어, 발생할 수 있는 위급 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한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만일의 상황에 항시 준비되어 있다.
 
◆ 국내 환자들에게 희망주고 정확한 정보 제공 위해 노력
(주)중입자치료지원센터코리아는 그동안 보다 많은 국내의 암환자들이 중입자선 치료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일본 국립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NIRS)의 카마다 타다시 원장, 야마다 시게루 췌장암 치료실장, 야마모토 나오요시 폐암 치료실장 등을 강사로 초청해 국제세미나를 매년 1회 이상 개최하여 현재까지 제6회 국제암치료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 영상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도 가능하다. (주)중입자치료지원센터코리아 센터의 강태현 대표는 “국내 암환자들에게 이해를 돕기 위해 츠지이 히로히코 박사가 쓴 중입자선 암치료 번역본을 발간하고 박사를 초청하여 특별강연을 열고 있다”면서 “중입자뿐만 아니라 보다 보편적인 암 치료에 관련된 면역세포치료 및 각종 항체 치료 방법 등 다양한 치료방법 소개와 상담시스템을 마련하여 국내 암 환자들을 돕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엠디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