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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이식이 병을 치료한다
▲ 재발성 CDI에 대한 대변 이식요법의 효과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도 장내 세균 분석이 가능해져 대변을 받아 연구소에 보내면 비만을 일으킬 수 있는 균은 얼마나 있는지, 유용균과 유해균의 분포는 어떤지 알게 되었다. 실제로 오랫동안 여러 가지 약으로 비만을 치료해도 효과를 못 보던 환자에서 세균 분석으로 비만 균이 많고 유용균이 적은 것을 알아 유용균을 공급해주면서 식이섬유 섭취를 증가시켜 불과 몇 달 만에 체중이 줄기 시작하고 배 둘레가 줄어서 만족해하는 환자를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각종 만성 질환에서 장내 세균 분석으로 원인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어떤 한 종류 세균으로 특정 질환을 모두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문제이다. 그래서 알아 낸 것은 건강한 사람에게는 장내 세균이 다양한 특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당뇨병이나 암 등 많은 병에서 장내 세균의 다양성 저하가 있다는 보고가 있었으며, 노화가 시작되면 다양성이 저하되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다양성 저하는 간단히 말해서 장내 세균의 종류가 줄어드는 것이다.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장내 세균이 장 속에서 살아가는 세균들의 생태계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남미 아마존 같은 열대 정글 생태계를 생각해 보자. 자연 생태계에는 정말 많은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 개개 생물이 제멋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생태계 전체에서 보면 각각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식물은 태양의 빛을 받아 성장하여 초식동물의 먹이가 된다. 초식동물은 육식동물의 먹이화되고 동물의 대변은 식물의 비료가 된다. 곤충은 꽃의 꿀을 먹고 화분을 옮기며, 새들은 식물의 씨를 옮긴다. 이렇게 조화로운 생태계가 유지되며 울창한 숲을 만들어 사람들에게는 산소를 공급해주고 또 유익한 자원을 이용하게 해준다. 생태계의 다양한 구성 대신 한 가지 역할만 하는 한 종류의 생물로만 구성된 생태계는 매우 불안정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초식동물인 소 밖에 없는 생태계를 생각해보자. 예상하지 못하던 소의 전염병 유행으로 소의 수가 갑자기 줄어 들게 된다면, 소가 먹지 않은 풀이 크게 번식하여 다른 식물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고, 육식동물은 굶어 죽어 생태계 전체가 큰 손상을 받게 된다. 여러 종으로 구성된 생태계는 다른 생물이 서로 작용하여 생태계를 안정시키며 풍성하게 유지하고 있다.

장내 세균 생태계에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다양한 장내 세균이 있는 풍부한 장내 세균의 생태계는 안정되어 있다. 반대로 장내 세균의 다양성이 없어지면 균형이 무너진 비정상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장내 세균의 다양성 저하에 의해 일어나는 심각한 상태로 전 세계가 고민하고 있는 것에 위막성 대장염이 있다. 이 병은 장내에 클로스트리듐 디피실이라는 균이 번식하고 다른 균은 거의 없는 상태이다. 주된 증상은 설사, 구토, 전신 권태감 등이며, 악화되면 사망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병이 아니지만 미국에서는 환자가 급증하여 연간 1만 명이 사망한다.

사실 클로스트리듐 디피실은 건강한 사람의 장내에도 많이 있어 전적으로 병원균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 균의 한 종류만이라도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면 병을 일으키게 된다. 이렇게 한 가지 균만 너무 많이 증식하는 이유는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디피실균은 항생제를 사용해도 죽지 않는 내성균이 되기 쉬운 성질을 갖고 있다. 세균 감염이 의심되고 전신 상태가 나쁘면 대량으로 항생제를 사용하게 된다. 또 상처를 입거나 수술 후에 상처 감염을 우려하여 항생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항생제를 사용하면 장내 모든 세균은 죽는데 내성을 가진 디피실균만 살아남아 증가하기 시작한다. 이런 상태를 치료하기 위해 더 강력한 항생제를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디피실균을 완전히 죽이기는 어려워 위막성 대장염은 악화되고 재발을 반복하여 결국 심한 설사와 쇠약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획기적 치료법이 등장했다. 그것은 2012년경부터 급속히 보급되기 시작한 ‘대변 이식’이다. 대변의 미생물, 즉 장내 세균을 이식하는 치료이며, 이런 말을 처음 들은 사람은 매우 놀란다. 아니 세균 덩어리인 대변을 다른 사람의 몸에 어떻게 넣어줄 수 있는지 의문이들 수 있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환자의 장에 주입하여 장내 미생물 환경을 바꾸어 주어 치료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위막성 대장염에서 이 충격적 치료법의 효과는 절대적이며, 항생제에 효과가 없는 중증 환자에서 성공률이 92%에 이른다. 이미 미국에서는 재발을 반복하는 위막성 대장염 환자에서 대변 미생물 이식은 표준 치료가 되었다. 대변 미생물을 이식하면 건강한 사람의 장내 세균을 구성하는 다양한 균이 통째로 장내에 들어온다. 이런 작용이 전체적으로 디피실 균의 번식을 억제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다양성이 중요한 것은, 장내 세균이 팀플레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A라는 세균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B라는 세균이 필요하며, B균은 C균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이런 관계성이 복잡하게 얽혀 세균들이 살아간다. 대변 이식 치료를 통해 장내 세균에도 생태계가 있다는 사실을 실증했다. 디피실균만이 우세한 비정상 생태계에서 다른 균은 살아남을 수 없고, 디피실균 단독의 생태계가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균이 존재하는 좋은 생태계를 만들어 주면 디피실균을 억제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유용균과 유해균이라는 개념을 넘는 장내 세균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물론 비피더스균이나 유산균 같은 유용균이 많으면 좋다고 하지만, 그런 균이 많다고 건강한 장내 세균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위막성 대장염에 비피더스균이나 유산균을 먹어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

병이 있는 사람과 건강한 사람의 장내 세균의 차이를 다시 생각해 보자. 많은 질병에서 장내 세균의 다양성 감소가 알려졌으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장내 세균 다양성 연구가 어려운 것은 개개인의 장내 세균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장내 세균은 풀이 우거진 사반나 같은 생태계라면, 다른 사람은 정글의 생태계처럼 크게 다르다. 사자가 사는 생태계나 호랑이가 사는 생태계가 다른 것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어떤 균이 많거나, 적다는 정보에서 질병과의 관계를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사자가 살지 않는 지역에서 호랑이가 잘 살아 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체적으로 다양성이 없어진 것이 생태계에 어떤 이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의미하므로 앞으로 장내 세균 전체의 다양성 평가가 건강을 알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다.

대변 미생물 이식으로 위막성 대장염을 치료할 수 있게 되면서 이상적인 장내 세균을 가진 사람을 찾아 그 사람의 대변을 이식하면 현대인이 고민하는 만성질환을 해결한다는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최신 연구를 시행하고 있는 과학자는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가장 앞서 간 것은 네덜란드에서 시행한 대사증후군에서 대변 이식이다.

이 임상시험은, 대사증후군 18명에서 시행되었으며, 9명에게는 마른 사람의 대변을, 나머지 9명은 대사증후군 환자 자신의 대변을 이식 했다. 그리고 6주 후 인슐린 감수성을 측정했다. 인슐린 감수성은 세포가 인슐린에 반응하여 포도당을 세포내로 유입하는 능력이다. 인슐린 감수성이 낮은 사람은 췌장에서 많은 인슐린을 만들어 무리하게 되고, 결국 인슐린을 만들 수 없으면 혈당이 올라가 당뇨병이 된다. 대사증후군 환자는 인슐린 감수성이 저하되어 있으며 이것이 회복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는 자신의 대변을 이식한 사람에서는 변화가 없었으나, 마른 사람의 대변 이식으로 인슐린 감수성이 회복되었다. 즉 당뇨병의 예방, 치료에 대변 이식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또 하나 대변 이식을 임상 치료에 이용하려고 시도하는 질환은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다. 이들은 장에 심한 염증을 일으킨 상태이며 염증성 장질환이라고 부른다. 심한 설사와 복통, 발열이나 체중 감소가 있고, 심하면 장을 절제 할 수밖에 없는 심각한 병이다. 원인이 알려지지 않아 치료법은 증상 억제가 중심이며, 근치 방법이 발견되지 않는 난치병이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전 세계에서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런 염증성 장질환에서 대변 이식 임상시험이 시작되었으나, 그 결과는 아직 확실하지 않아, 개선되었다는 보고와 효과가 없다는 보고가 있어, 의사들 사이에서 견해가 나누어져 있다. 이런 보고를 자세히 분석해 보면, 효과가 있던 환자는 장내 세균이 대변 제공자와 가까운 상태가 되었으나, 효과가 없던 환자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즉 장내 세균이 바뀌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대변 이식으로 장내 세균이 교환되면 병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대변이식이 많은 병을 해결해 줄 수 있다고 간단하게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대변을 이식해도 장내 세균이 모두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대변 이식을 건강한 사람에게 시행하면 원래 있던 자신의 장내 세균이 우세하여 이식 효과는 매우 작다. 병이 있는 사람은 장내 세균의 다양성이 저하되어 있으므로, 다양성이 높은 장내 세균을 넣어 주면 다양성이 높아질 수는 있지만 이때도 대변 제공자의 장내 세균과 완전히 같은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는, 이상적인 장내 세균에 가까워졌다고 해도 과연 유지되는가. 라는 의문이 있다.

장내 세균은 식생활을 통해 조금씩 변화되어 가는 것이다. 대변 이식으로 일시적 이상적이 되었다고 해도, 종전의 일상생활을 계속하면 좋은 상태가 유지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역시 대변 이식만으로는 해결되지 않고, 유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보다 근본적 문제는, 이상적인 장내 세균이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앞에서 사반나와 정글의 사자와 호랑이의 예를 들어 설명했지만, 장내 세균 종류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우리 몸은 그런 균을 학습하여, IgA 항체를 만들어 지금까지 살아 왔다. 다른 사람에게는 이상적이라고 해도, 나에게는 이상적이 아닐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이상적인 장내 세균은 결코 없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사람의 장내 세균 조사가 의미 없다는 것은 아니다. 장내 세균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찾아 자신에게 가장 좋은 상태를 만들어가는 것이 비만이나 당뇨병, 그리고 대장암 같은 현대인에 고민이 되는 만성 질환의 대책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변 미생물 이식은 위험 부담이 따른다. 대변을 통해 병원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고, 장에 대량의 액체를 주입하여 쇼크 상태가 될 수도 있다. 즉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한 행위이다. 따라서 대변 이식을 시행하는 병원에서는 세심한 주위를 기울이고, 대변 제공자가 감염에 걸리지 않았는지 충분히 검사하고, 시술 동안 예측하지 못한 사태가 발생하면 즉시 대처할 수 있는 만반의 체제를 갖추어 시행한다.

앞으로 향후 장내 세균 연구는 어떻게 발전되어 나갈까? 간단히 말하자면 그것은 대변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는 위막성 대장염에 대변 이식을 시행하고 있지만 대변의 치료력을 이용하는 연구가 진행되면 대변에 의지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음호에 계속>

김영설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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