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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약' 복용하려면

  • 입력 2017.11.14 15:59
  • 수정 2017.11.15 11:38
  • 기자명 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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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서 병원 갈 시간 없어 남편 혈압약을 같이 나누어 먹었다”
약국에 있다 보면 증상이 같다고 다른 사람 약을 빌려먹는 환자들을 만나게 된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같은 혈압증상이지만 당뇨, 천식, 협심증 등 동반된 다른 증상에 따라 혈압약 처방이 같지 않기 때문에 자칫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 질병으로부터 건강을 지켜주는 약!
양날의 칼을 가진 약을 잘 복용한다는 것은 ‘약’ 본연의 역할 수행 목적을 위해 아주 중요한 일이다. 특수 제형의 약물 외에 대부분의 약은 물과 함께 복용하도록 만들어 졌다.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200~250ml의 물과 약을 복용하면 무난하다. 간혹 마시고 있던 커피나 녹차, 우유 등과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커피의 ‘카페인’, 녹차의 ‘탄닌’, 우유의 ‘알칼리성 성분’들이 약의 흡수를 방해하여 약효가 감소하거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10여 년 전으로 기억된다. 동료 약사 약국의 환자 중에 노인분께서 감기약을 드시고 기도가 막혀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평소 구강건조증상을 가지신 분이 물로 목을 축이지 않고 무심코 감기약을 먼저 입에 넣고 약이 기도로 넘어가 기도점막에 붙어서 사망에 이르게 된 어이없는 일이였다. 약을 복용함에 있어 물을 먼저 먹는 순서마저도 생사를 가를 수 있다는 엄청난 교훈이었다.

□ 복용방법에 따라
약은 아프다고 아무 때나 먹는 것이 아니라 약의 특성에 따라 각각 복용시간과 방법, 복용기간을 잘 따져가며 복용하여 약물의 혈중농도를 유지하여야 정확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골다공증약, 갑상선호르몬과 같이 식전 공복에 복용해야 하는 약도 있지만, 무좀약같이 식사와 같이 복용해야하는 약, 소염진통제는 식후 복용, 수면제는 취침시 복용, 식후 1시간 ~ 식전 1시간인 식간복용법 등 약물마다 정해진 복용방법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 무엇보다 규칙적으로 약을 복용하여 혈중의 유효한 약물 농도를 유지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 제형에 따른 약물복용법
흔히 약을 복약하면서 캡슐제를 까서 드시거나, 정제를 자르고 가루로 만들어 복용하는 경우가 있다. 약은 빠른 흡수를 위한 제형부터 하루 종일 효과를 지속시키기 위한 제형까지, 각 약물의 목적에 맞게끔 정제, 캡슐, 지속성, 속효성, 장용성, 설하정 등등의 다양한 제형으로 만들어 진다. 각기 제형의 목적이 다른데, 모양을 변형해서 복약하여 자칫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으므로, 만들어진 형태 그대로 복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효과를 나타내고 안전하다. 예를 들어 장용성 제제 변비약은 주로 장에서 녹도록 만들어져 있는데 씹어 먹거나, 우유 등과 먹을 경우 약알칼리성 성분인 칼슘 등이 위산을 중화시켜 변비약의 보호막을 손상시켜 장에 도달하기 전에 위에서 녹아 위를 손상시키고 원하지 않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서서히 오랜 시간 나누어 효과가 나타나는 지속성 심장약 같은 경우, 모양을 변형하여 복약하면 한꺼번에 많은 약을 먹은 것처럼 부작용이 나타나 자칫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 나이에 따라
약을 많이 복용하게 되는 노인의 경우, 체내 수분량이 감소하고, 근육과 지방의 분포가 확연히 달라지며, 간과 신장의 대사 배설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본인이 젊었을 때부터 먹던 약이라 하더라도 약물의 양과 복용방법은 달라 질 수 있다. 몸무게 60kg의 12세 어린이가 약을 복용하게 될 때 단순히 몸무게만 보고 성인의 용량을 처방하지는 않는다. 약물이 체내에 흡수되고 대사된 후 배설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약효를 내는 데에는 간과 신장, 체수분, 지방의 분포도 그리고 호르몬 등 다양한 신체 조건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 하게 된다. 아기부터 청소년까지는 이러한 여러 신체 조건들이 하루하루 다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임의로 약의 용량과 복용방법을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을 하여야 한다.

최근 청소년들의 약물 오·남용이 심각하며, 심지어 탐닉성, 중독성 경향의 약물문제까지 증가하면서 성장기에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의 신체 발달을 초래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성 통증으로 인한 무분별한 진통제 복용이 성장기에 골성장을 저해하고, 빈혈을 유발하며, 당뇨나 간부전 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또한 커피, 에너지드링크, 초코렛, 청량음료까지 카페인의 섭취량이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위장장애, 불안, 불면증 등 신경장애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청소년기에 이런 중독성 약물에 노출되게 되면 전반적으로 뇌의 발달이 저해되고 특히 전두엽발달에 이상이 생기게 된다. 전두엽은 집중력, 절제력, 판단력, 추론 능력, 자존감, 행복감 등을 느끼게 하는 긍정적 역할을 하는데, 중독성 약물로 인한  전두엽발달 저해를 비롯해 뇌의 전반적 발달의 저해는 청소년의 인생을 파괴할 만큼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전문가를 통한 자세한 정보전달이나 교육도 없이 편의점 등에서 쉽게 약과 중독성 음료 등을 구입하여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약물 오남용 부작용이 더욱 염려스러운 일이다.

□ 약도 궁합이 있다

궁합이 맞지 않는 약물 복용으로 생명이 위험해지는 경우는 우리가 예상 하든, 못하든 간에 흔히 일어난다. 실제로 젊은 여성이 무좀약을 복용하던 중에 비염 증상으로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고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먹고 있던 무좀약이 간 대사 효소 능력을 떨어뜨려 항히스타민제가 대사 배설되지 못하고 과량 복용한 것처럼 작용한 결과이다.

약 복용시 궁합을 맞추어 복용하지 않으면 효과가 감소하거나 위험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피임약으로 임신을 조절하고 있는 중에 항생제를 먹게 되었을 때 피임약의 효과가 감소되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고지혈증약인 일부 스타틴 계열 약물과 먹는 무좀약 중 아졸 계열 약물이 만나면 신장 기능이 나빠지거나 근육이 분해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비아그라와 같은 발기부전약과 혈관확장 효능의 심장약과 만나면 저혈압 쇼크가 일어나 아주 위험할 수도 있다. 흔히 혈전예방 목적으로 아스피린 저용량 요법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오메가3나 은행잎제제, 비타민C 등을 함께 복용 할 경우 멍이 자주 들 수도 있고, 혹여 수술을 하게 되거나 사고를 당하게 되면 과다 출혈로 생명이 위험 할 수도 있다.

또한 당뇨약은 아스피린, 항생제, 소염진통 등과 같이 만나 저혈당을 초래 할 수도 있게 된다. 혈압환자가 소염진통제를 먹었을 경우 혈압이 올라가거나 혈전이 생길 수 있는데, 겨울철 심·뇌혈관질환이 많아질 시기라면 그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이런 약물간의 궁합에 대해 나 스스로 현명한 선택이 어렵다면 전문가인 약사와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내 몸에 찰떡궁합인 약을 복용하여 안전한 효과를 얻기 위해선 현재 본인의 질병과 복용 중인 약물, 일반약, 건강기능식품과 한약, 예전에 경험한 부작용 있던 약의 이름이나 약물복용 기간 등의 정보를 반드시 주치 약사 및 의사와 공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장수시대!
복용하게 될 많은 약과 건강기능식품, 영양제, 음식 등을 현명하게 선택하고, 올바르게 복용하여 진정으로 활기차고 건강하게 행복한 삶을 즐길 수 있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