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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라는 생명선

샌퍼난도 밸리에 사는 선배 목사를 얼마 전에 만났다. 연로한 부모님을 집 가까운 곳에 모시고 계신 분이다. 얼마 전에 그 선배의 어머님이 노환으로 사망하셨는데, 아버님은 90세가 되셨는데도 정정하시다고 한다. 두 분이 평소에 금실이 좋으셨기 때문에 혼자되신 아버님이 더욱 쓸쓸해 보였단다. 마침 선배님이 한국에 나갈 기회가 있어서 훌륭한 새 어머니 감을 찾아 놓고, 기쁜 마음으로 돌아왔는데 아버님께서 먼저 말문을 여셨다고 한다. “사실은 네가 없는 동안에 좋은 신부 감을 찾았다” 선배는 기쁘게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두 분의 만남을 축복해 드렸단다. “아마 하늘에 계신 어머니도 기뻐하실 거예요.” 자랑스러운 선배다.

 사랑의 힘은 큰 에너지이다. 이 에너지가 좋은 상대방을 만나지 못하고 승화되지 않은 채, 자신의 내부에서 응집되어 버리면 이곳저곳이 아픈 현상으로 나타나기 쉽다. 어떤 노인들은 남들이 자신의 재산이나 물건들을 훔치려 하거나, 훔쳐갔다고 망상을 한다. 정신과 의사들은 이런 무의식적 현상을 ‘투사(Projection) 작용’이라고 부른다. 상실로 인한 분노도 관계된다. 놀란 자녀들은 도와드리려고 애를 쓴다. 옆에서 팔도 부축해 드리고, 운전도 대신 해 드린다. 그야말로 어린애 취급을 한다. 물론 좋은 취지에서 그렇게 한다. 그러나 그러면서 노인의 마지막 남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마저 간혹 짓밟아 버리는 수가 있다. 생리적 기능을 잃고 배우자마저 잃었는데, 자신에게 마지막 남아있는 ‘자아 조절력’마저 자녀들이 앗아가 버리는 셈이다.

그래서 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맞추어서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 많은 자손들은 “노인네가 얌전히 앉아서 효도나 받을 일이지” 하면서 제멋대로의 사랑을 베풀려고 한다. 자기들 나름대로의 가족회의를 하고, 노인들을 그 틀에 맞추도록 한다. 그런데 이들이야말로 노인이 지나가는 인생의 변화를 모르는 세대이다. 그들은 부모의 친구들이나, 부모에게 의향을 묻지도 않는다. 이제는 자신들이 대신 ‘부모노릇’을 해야 될 때라고 믿으면서. 이런 자손들일수록 자기 자신의 자식을 기를 때에 자녀들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외로움과 단절의 세대에서 살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홀로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우울증이 늘어간다. 그러기에 이제 ‘사랑’과 ‘교제’는 우리의 인생에 절실한 요소이다.

 1948년에 이미 발표되었던 ‘킨제이 보고서’에 의하면 60세 이상의 노인 대부분이 활발한 성생활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이 허락되는 한 70대, 80대, 90대에도 성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미국에서 가장 빨리 인구 증가를 보이는 연령은 80세 이상의 사람들이라고 한다. 64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15세 이하의 숫자를 넘은지 이미 유럽에서는 오래 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에도 곧 다가올 추세이다. 이제 노년은 더 이상 ‘덤’의 인생이 아니다. 베이비부머들의 극성은 ‘바이아그라’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탈모 예방약의 연구에 제약 회사들이 혈안이 되어 있다. 암을 극복한 사람들이 새로운 제2의 인생들을 힘차게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딘 오니쉬(Dean Ornish, M.D.)라는 심장 전문 의사가 말했듯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생명선’은 ‘사랑’이다. 자신에 대한 사랑은 물론, 가족과, 친구와, 신도들과, 이웃들과의 가까운 정을 통해서 우리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줄어들고 동맥 경화증이 회복되는 것을 이 의사는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식이요법도 중요하다. 물론 운동도 우리의 생존에 중요하다. 필요하면 약도 쓰고, 수술도 받자.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도 앞서는 가장 중요한 예방은 ‘마음을 열고 사랑을 나누는 것’이다.

 우리는 외로움과 단절의 세대에서 살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홀로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우울증이 늘어간다. 그러기에 이제 ‘사랑’과 ‘교제’는 우리의 인생에 절실한 요소이다. 마치 어린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는 데에 엄마의 사랑이 필요한 것처럼. 주위를 돌아보자. 그리고 웃는 얼굴로 손을 내밀자. 옆에 있는 노인과 젊은이들을 껴안을 때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에게 죽음만이 있을 테니까.

김영숙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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