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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멀리했던 월드 뮤직(world music)을 찾아가다

  • 입력 2017.11.17 14:58
  • 기자명 글 진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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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오색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가을 그리고 11월, 스케줄 속의 빈칸을 채우려는 안간힘으로 지내게 된다. 바쁜 현대인들의 생활 속 한 숨 쉬어갈 수 있는 음악 용어의 ‘쉼 파우제’ 시점이기도 하다.

11월은 조금 여유롭고 차분하게 바라볼 수 있는 잔잔한 축제가 다양하다. 장르별로 구분된 음악 페스티벌 시장은 콘서트고어로 선택권이 넓어진 관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차별화의 필요성을 느끼며, 고유의 칼라를 내세우고 있다. 정리된 스타일로 묶어두는 의상으로 차림새를 갖추고 감상하러 가는 클래식 공연장이 아닌 공연 무대 바로 앞에서 눈을 감고 즐기거나 주변 풍광과 함께 어우러진 관객과의 조우 그리고 그곳에서 흐르는 선율을 배경음악 삼아 풀밭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와인을 마시며 일행과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그 자체의 자유분방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시기이다.

포화 상태라고도 할 수 있는 음악 시장에서 전통적인 음악 분류인 서양의 클래식과 한국 음악의 우리 소리를 포함하며, 동양 음악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제 3세계의 민족 음악이라는 카테고리를 발견할 수 있다.

제 3세계 음악이란 영미권의 팝음악 혹은 우리나라의 대중음악을 제외한 비주류의 음악들을 통칭하는 말로, 보통‘월드 뮤직(world music)’이라는 용어로 대체하여 사용되기도 한다. ‘월드 뮤직’이란 영어문화권에서 하나의 음악 장르를 일컫는 표현이며 ‘민속 음악(folk music)’, ‘토착 음악(indigenous music)’, ‘전통 음악(neo-traditional music)’과 같은 서양 음악의 일부 형태들을 포함하는 전 세계의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들을 아우르는 용어이다.

그러나 서구 세계에 국한되지 않은 ‘전 세계’어는 곳이든 그 ‘토착적’음악이 있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는 1960년대 초 민속 음악자인 로버트 브라운(Robert E. Brown)에 의하여 최초로 사용되기 시작하여 1980년대부터 영국 런던의 월드 서킷 레코드(World Circuit Records) 음반회사가 기존의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등 제 3세계 민족 음악(비서구 전통 음악)을 하나의 레이블로 묶어 음반기획으로 마케팅 전략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 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민속 음악이나 전통 음악보다는 한층 더 포괄적 의미로 진취적이고 확장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만추(晩秋)의 가을볕 아래서도, 어둑해진 뒤 듣는 재즈의 특별함이 원동력이 되었던 지난 10월의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에 초대된 추초 발데스와 곤잘로 루발카바라는 쿠바의 두 피아니스트가 함께 들려주는 특별한 무대는 서양 클래식을 전공한 필자에게 쿠바 음악에 대한 관심으로 이끌어주었다.

‘아프로-쿠반(Afro-Cuban)’으로 일컬어지는 쿠바 특유의 정서 위에 클래식과 재즈를 더하여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보여주는 연주였다. 소리로 물들인 현장감의 무드는 조화로운 뒤틀림으로 들렸다. 오직 그들만의 환호로 그 자리에 있었던 관객이 누리는 행운. 즉흥 연주를 듣게 되는 그들의 귀의 호사이다.

부정적 인식을 지닌 지역이
문화를 통해 긍정적
인식을 갖는 지역으로
변화를 오게 하다.

아프리카와 유럽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쿠바 문화의 바탕에는 수세기 동안 이어진 스페인의 식민 통치와 그들과 함께 사탕수수 농업을 위해 강제로 이주된 수많은 아프리카의 노예들이 존재한다. 강제 이주된 아프리카 노예들에 의해 전해진 리듬과 그들의 전통의식에 사용되는 춤은 쿠바로 전해진다. 그 후 스페인의 기타, 멜로디와 혼합 되었고 미국에서는 재즈 풍의 관악기와 드럼을 혼합시켜 이러한 복합적 요소의 음악을 그들의 새로운 음악으로 발전시켰다. 이처럼 이질적인 여러 문화의 결합과 충돌로 새로운 삶의 양식과 여흥거리(entertainment)들이 등장하였다. 그 중 쿠바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결과물로 가톨릭과 아프리카의 다신교가 혼합된 종교인 ‘산테리아(Santeria)’, 그리고 ‘아프로-큐반(Afro-Cuban)’으로 일컬어지는 쿠바 특유의 음악을 들 수 있다.

남미의 작은 섬 쿠바는 체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 미국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의 무대, 그리고 아름다운 카리브해로 잘 알려져 있다. 정치적으로는 긴 독립투쟁 후 미국과 국교를 단절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존하고 있는 국가로 세계에서도 몇 안 되는 국가의 현재이기도 하다.

2000년대 초반 쿠바음악에 대한 관심을 이끌었던 독일 영화감독 빔 벤더스의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가 다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2:아디오스’라는 이름으로 찾아왔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혁명 이후 침체기에 빠진 쿠바음악을 되살리기 위해 1996년 결성된 쿠바 밴드이다.

제작자의 보석발견
1990년대 우연히 쿠바음악을 듣고 이에 심취한 미국의 음반 제작자 라이쿠더(Rycooder)는 쿠바음악을 재탄생시키겠다는 목표로 은퇴한 베테랑 음악가들을 찾아 나섰다. 꼼바이 세군도(Compay Segundo), 오마라 포루투온도(Omara Portoondo), 엘리아데스 오초아(Eliades Ochoa) 세 명의 연주로 멤버를 이루고 있었다. 현재는 오마라 포루투온도가 생존해 있다. 변화를 맞이하고 있으며, 사라질 위기에 있었던 그들의 음악을 무대 위에 세웠다.

쟁점은 이 부분이다. 그들의 애환과 격정적 시대 변화에서 오는 불안과 공포의 바람을 그들의 음악으로 안정시켜오며 사라져 고사될 뻔한 음악을 다시 소리로 흐르게 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음악속에서 변화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떠나는 무대에 그들이 있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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