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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시계를 거꾸로 돌려라!

  • 입력 2017.12.13 15:23
  • 수정 2017.12.13 15:35
  • 기자명 신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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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베일에 가려진 노화의 블랙박스가 열린다
나이 먹고 늙어간다는 건 인간의 숙명인가? 과거 같으면 질문거리도 안될 이 문제가 최근에는 의사들의 수술대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생체시계를 되돌려보겠다는 시도. 이 엄청난 계획 앞에서 인간의 노화는 하나의 병으로 치부된다. 생명 윤리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고령화되어가는 사회에 있어 인간은 나이의 고저를 떠나 누구나 질 높은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노화를 막고자 하는 시도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관심이 증폭되면서 ‘젊어지는 약’이니 ‘회춘요법’이니 하는 사이비 상술이 판을 치기도 했고 인간게놈프로젝트와 관련해 얼마전 미국 텍사스대학 사우스메디컬센터의 과학자들이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사이언스>지에 정상적인 사람의 세포를 조작해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노화관련 학설들 또한 제각각이다. 이중 텔로미어(Telomere)이론은 노화관련 연구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최근 세계적 분자생물학회지 ‘셀(Cell)’지에 노화관련 유전자, 텔로미어의 구조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텔로미어 유전자를 처음 찾아낸 이는 미국 콜로라도대의 톰 첵 박사. 94년 노벨상 수상자인 그는 원생생물에서 이를 찾아냈다. 인간세포는 분열할 때마다 끝부분 일부가 복제되지 않아 텔로미어 길이가 조금씩 짧아지는데, 일정 기준 이하가 되면 분열을 멈추고 세포가 노화한다는 원리이다. 실제 미국 사우스웨스턴대 셰리 교수는 인간의 잘라낸 피부조직 세포에 텔로미어 길이를 길게 하는 유전자를 주입한 결과 마치 태아세포처럼 왕성하게 분열하는 것을 밝히기도 했다.

이 밖에도 각 세포 안에 수천개씩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가 산소를 연료삼아 영양분을 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에서 DNA를 손상시켜 노화가 진행된다는 ‘유해활성산소설’, 노화나 수명은 태어날 때부터 짜놓은 유전자정보프로그램에 따라 결정된다는 ‘수명프로그램설’, 이와는 반대로 세포가 분열하는 동안 DNA유전자가 손상을 입거나 변이단백질이 만들어져 세포가 늙어죽는다는 ‘DNA복제오류설’ 등 다양한 학설들이 나와 과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성장호르몬, 현대판 불로초인가
최근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DHEA, 멜라토닌, 성장호르몬 등은 현대판 불로초류에 속한다. 이중 성장호르몬에 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증폭되어 있는 상태이다. 성장호르몬은 키가 한참 자라는 사춘기 때 분비량이 크게 늘었다가 나이가 들면서 점차 줄어들어 20대 이후 10년마다 평균 14.4%씩 감소한다. 애초에 왜소증 어린이(성장호르몬 결핍환자)나 말단비대증 환자에게 쓰이던 것이 성장호르몬이 결핍된 성인에게 투여해도 좋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최근에는 ‘젊어지는 묘약’으로 사용되어지고 있다. 실제로 노화방지전문의 김종수 박사에 의하면 “성장호르몬은 세포가 노화하는 것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준다”며 “6개월 정도 호르몬주사를 맞으면 7-8년은 젊어진다”고 한다. 또한 김박사는 “호르몬 주사를 꾸준히 맞으면 골밀도가 2-4% 증가하며 혈압은 10%정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외국 뿐 아니라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성장호르몬 요법이 시술되고 있다. 최근 뇌하수체 종양과 성장호르몬 결핍환자 21명에게 6개월간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결과 복부지방의 둘레가 134.5cm에서 98.7cm로 줄었으며, 근육량은 25%정도 늘었다. 이밖에 성기능 개선, 면역력 강화, 기억력 감퇴 개선 등의 효과도 나타났다.

불로장생이 아니라 삶의 질이 문제다
노화를 막으려는 시도는 또한 부작용의 위험도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적이 바로 암이다. 노화에 역행한다는 텔로미어는 자칫 암을 일으킬 유전자로 돌연변이 할 수 있으며, 성장호르몬의 남용 또한 암 발병 요인이 된다. 생명공학연구소의 자료에 의하면 노화와 암은 마치 칼의 양날과 같아서 노화를 막으려하면 암이 발생하고 암을 막으려는 노력은 노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노화를 막겠다는 것은 영원이니 불멸이니 하는 문제가 아니다. 보다 건강하게 살고자하는, 삶의 질을 높여보자는 문제인 것이다.

생체시계의 블랙박스가 하나하나 열리면서 인간의 수명은 확실히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성급한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연구 성과들이 건강한 삶을 위해 쓰이지 않는다면 생체시계의 블랙박스는 판도라의 상자로 돌변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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