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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 질환의 마이크로바이옴

  • 입력 2017.12.14 15:20
  • 수정 2017.12.14 15:54
  • 기자명 김영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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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입속에도 장내 세균처럼 많은 균이 살고 있다. 이들이 충치를 일으키고 치주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쉽게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구강 질환은 세균 감염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이렇게 구강 질환을 일으키는 세균을 알기 위해 치아 표면에 바이오필름으로 형성된 플라크를 배양하여 원인균을 찾으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구강내의 많은 균은 대부분 혐기성 균종이므로 일반 배양법으로 잘 배양되지 않아 구강 질환 위험을 진단하는 임상 검사 기법으로 채택되지 못했고 따라서 세균 검사 결과에 따라 치료법을 선택하는 의학적 감염과 같은 진료 흐름이 확립되지 못했다. 그 결과 아직까지 치과 치료는 단지 병소 제거에만 치우친 치료가 시행되고 구강 질환의 병인이 제대로 추구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첨단 기법을 이용한 구강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상주 세균과 병원균의 전체상이 알려지고 있어 구강 질환에서 구강 마이크로바이옴의 관련이라는 새로운 관점이 시작되고 있다. 이제 치과 영역에서도 새로운 세균성 질환의 병인론이 제시될 가능성이 있으며 치료가 어려워 발치해야만 하는 구강 질환의 근치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한다.

구강 질환과 충치와의 관련성
구강 질환에서 세균과의 관련성이 먼저 제기된 것은 충치와의 관계이다. 인체내에서 석회도가 높은 경조직인 에나멜질이나 상아질이 파괴되는 것은 이상하지만, 그 파괴에는 구강 세균의 대사 산물인 유기산에 의한 탈회 작용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했다. 충치 원인균을 찾는 연구에서 뮤탄 연쇄구균이 발견되어 충치=뮤탄 연쇄구균 감염이라는 개념이 확립되었다. 그러나 구강내 뮤탄 연쇄구균과 충치 발생의 역학 조사에서, 어린 나이에는 유의한 관련성이 있으나, 성인에서는 밀접한 관계가 없다. 또 뮤탄 연쇄구균을 이용한 동물 실험에서 고농도 설탕을 첨가한 충치 유발 사료를 이용해야만 충치가 발생되어 이런 결과만 가지고 사람의 충치를 설명하기 어렵다. 향후 16S rRNA 유전자 분석으로 세균종 구성의 규명뿐 아니라, 메타게놈 분석에 의해 전게놈을 포괄적으로 조사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전체 대사계가 구체화되면 충치 발생의 본질이 파악될 것으로 기대된다.

치주병에는 잇몸 조직에 염증이 국한된 치은염과 염증이 보다 심부에 이르러 치근막이나 치조골이 파괴되어 이빨과 치주조직의 경계에 치주 포켓이 형성되는 치주염이 있다. 중증 치주염에서는 치주조직 파괴로 치아 상실을 일으키며, 그 발생에는 잇몸 포켓내 플라크에 인정되는 혐기성세균의 관여를 생각하고 있다. 특히 Porphyromonas gingivalis, Tannerella forsythensis, Treponema denticola의 3 균종이 치주염 관련균으로 주목받아 이런 세균의 병원성 인자가 추정되고 있으나 그 성상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이런 세균종이 치주 병원성 세균으로 논의되는 근거는 치주병 병소에 존재한다는 것이며, 이런 세균이 치주병 진행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아직 충분히 이해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P. givalis자체에 의한 염증 유도보다 숙주의 보체계 교란에 의한 플라크 세균 군집 전체의 증식 유도가 치주염 발병의 원인이라는 가설도 있다. 앞의 충치에서처럼 많은 세균이 복잡하게 얽혀 발생하는 치주염의 기전 규명에는 병원성이 있는 세균에 주목한 원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구강 마이크로바이옴 전체의 구성이나 대사계가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치주 병소뿐 이나라 타액의 세균 구성과 잇몸의 건강 상태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가 시행되고 있다. 15-40세의 피검자 200명의 타액을 16S rRNA 유전자를 분석하여 세균 구성 유사성에 따라 3개군으로 나누었다. 그 결과, Prevotella 및 Veillonella가 우세한 군에서 잇몸 출혈, 깊은 치주 포켓을 가진 피험자가 많았으며, Neisseria, Haemophilus, Porphyromonas가 우세한 군에서는 잇몸이 좋았다. 치주 국소의 세균총이 타액의 세균 구성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있으나, 치주병 치료에 의해 건강 상태가 개선되어도 이 구성비는 비교적 안정되게 유지되어, 그 시점의 치주병 현상 반영 보다 그 사람이 본래 가진 치주염이 되기 쉬운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렇게 구강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은 치주병을 포함한 구강의 염증성 질환의 병인론 규명에 새로운 방향성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구강 마이크로바이옴에서 새로 알려지고 있는 흥미로운 사실은 전신질환과의 관계이다. 실제로 타액 세균 구성에 Selenomonas noxia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삶에서 비만이 많아 향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구강 마이크로바이옴은 고령자 폐렴과 관련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폐렴이나 발열을 일으키기 쉬운 고령자의 구강 마이크로바이옴에서는 Prevotella, Veillonella가 우세했다. 이런 마이크로바이옴 특징이 알려지면 고령자의 구강 관리 필요성이나 효과 판정에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