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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산업에 대한 진실

돈 안 되는 실버마켓? 돈 되는 시니어마켓!

  • 입력 2006.11.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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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노년’에 대한 담론, 과거 그리고 현재2002년, 영화 ‘죽어도 좋아’가 발표됐다. 10여 년 동안 시사 다큐멘터리 PD 생활을 하던 박진표 감독의 영화감독 데뷔작이다. 배우자와 사별을 하고 혼자 살던 70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림을 차리고 사랑을 나누는 얘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다루었다. 영화가 나오자 사람들은 ‘망측스럽다’, ‘늙어서 주책이야’, ‘젊은애들 보기 부끄러워’, ‘나도 남자이지만 남자인 것이 부끄럽다’고 반응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2006년 10월, KBS에서는 ‘노인의 성(性), 정년은 없다’는 제목을 달고 노인의 성에 대해서 공중파를 통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2003년, 메이저급 월간지를 만들던 사람들이 모여서 국내 최초 시니어를 위한 유료월간종합잡지를 창간했다. 당시 잡지를 읽은 어르신들은 “참 좋은 책이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라고 평가하며 “노인대학 강의 자료로 활용하게 공짜로 달라”고 했다. 아무도 돈을 내고 사지 않았고 광고주는 혹시 자신들의 상품에 흠이라도 날까 싶어 저렴한 가격에도 광고를 주려하지 않았다. 결국 잡지사는 문을 닫았다. 3년이 지난 2006년 지금, 몇 개의 실버잡지와 인터넷 매체 그리고 주간, 격주 신문 몇 가지와 노인들이 자체적으로 만드는 신문까지, 여러 개의 노인관련 매체가 발행되고 있다. 케이블방송 ‘실버TV’도 송출을 시작한지 1년이 되어간다. 1997년 일본 시세이도의 광고카피는 ‘아름다운 50세가 증가하면 일본은 변할 것이다’였지만 제품판매의 부진으로 1년 만에 카피를 바꾸었다. ‘후반전을 아름답게’로. 그러나 2004년 KOS는 포장지에 ‘50’이라고 크게 표기하여 중노년층에게 금기인 나이를 느끼게 하였음에도 성공하였다. 자동차산업의 규모를 뛰어 넘은 일본의 실버산업이처럼 몇 년 사이 사회는 급격하게 변해가고 있다. 고령화가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고령자가 양적, 질적 파워를 가지면서 노인의 性도 아주 조금씩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정하기 시작했고, 노인을 위한 혹은 노인에 의한 각종 매체가 탄생 발전하고 있다. KOS는 시니어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강조하였다. 그 결과 포장지에 ‘50’이 표기된 상품의 구입은 시니어 여성들로 하여금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확인하고 표현하여 오히려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게 만들었다. 이렇게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겪은 일본은 이미 고령자가 신소비주체로 부상했다. 일본의 틀니산업이 자동차 산업의 규모를 뛰어 넘었다고 말한 것이 벌써 몇 년 전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실버산업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경제 규모와 사회인식 등 모든 면에서 아직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하였으며 실버산업은 수익성보다 공익성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노인들을 ‘소비자’라기보다는 ‘수혜자’로 인식하는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물론 아직 대다수의 노인층은 ‘지원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임에 틀림없다. 그들은 자신의 노후를 위하여 무엇인가를 준비하지 못한 채 자식을 위해서 모든 것을 내놓아야만 했고 더불어 자식을 자신의 노후보험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자신의 부모세대처럼 사회적 역할을 마치고 한 10년 자식의 그늘에서 쉬면 이 생을 다 할 것이라 부지불식간에 믿고 있었다. 그러나 경제 성장을 바탕에 둔 의학의 발달은 인간의 수명을 대책 없이(?) 늘려 놨다. 한 세대 사이에 평균수명 그리고 기대여명은 수십 년이 늘어난 것이다.시니어비즈니스는 고감도 하이터치 산업 잠시 시선을 보통 사람의 일상으로 돌려보자. 우리는 매일 차를 마시고 컴퓨터를 하며 운동을 한다. 청년은 스포츠카를 멋지게 모는 꿈을 꾸며 젊은 여성은 S라인을 꿈꾼다. 치열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고 싶어 여행을 한다. 이렇게 나의 일상과 연결된 모든 소비활동은 우리의 선배 혹은 부모님 세대에서도 그대로 일어난다.시니어 그들도 시대흐름으로부터 너무 떨어지지 않기 위해 컴퓨터를 배우며, 중년을 넘어 노년이 되어도 여성은 언제나 날씬해 보이고 싶고, 아름다운 여성이고 싶다. 젊은 시절 꿈이었던 스포츠카나 할리데이비슨을 기웃거리며, 나이 들어가며 늘어나는 여유시간과 단출해진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여행 빈도는 높아진다. 그러나 여행지에서도 눈에 밟히는 애견 때문에 여행의 즐거움은 반감되고야 만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특별한 시장’이라고 생각했던 실버산업은 이렇게 조금만 범주를 넓히면 우리가 먹고 자고 즐기며 사용하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적용 가능한 무한대의 시장이다. 시야를 조금만 넓힌다면 훨씬 더 큰 시장이 눈앞에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간호.복지 영역이 주가 되는 개호관련 서비스만이 시니어비즈니스의 전부가 아니다. 2001년 40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일본 고령자관련 전체 시장에서 개호관련 서비스 시장은 46조원에 불과하다. 물론 개호관련 서비스의 확장은 시니어 마켓의 규모를 확대하는데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다.간과해서 안 되는 것은 시니어세대만의 특성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내에게 운전을 가르치다 급기야 부부싸움을 하는 남편의 눈높이로 그들을 이해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입맛 까다로운 그러나 오피니언리더로서 새로운 소비형태를 창출하는 세대가 될 것이다. 다니엘 핑크가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풍요의 시대에 소비자는 하이테크보다 하이터치를 선호한다’고 했는데 시니어비즈니스야말로 하이터치를 근간으로 할 때 성공할 수 있는 사업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