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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성 인격 장애의 특성

  • 입력 2018.01.11 13:32
  • 수정 2018.01.11 13:51
  • 기자명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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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껍데기 위를 걷듯이’ 조마조마하게 가슴 조이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사랑하는 가족 때문이다. 오래전에 한국에서 방영된 드라마 중 사랑을 테마로 한 가족 이야기가 기억에 아직 생생하다.

주인공은 부잣집 주부로서 사랑하는 남편과 두 자녀의 어머니이고, 세상에서 부러울 것이 없을 상류층 여성이었다. 미모와 지성을 겸비했을 뿐 아니라 남편은 부인을 하늘처럼 떠받들고 존중했다. 아이들도 모두 반듯하게 잘 크는 초등학교 학생들이었다. 부잣집에 어울리게 이 집에서도 젊은 가정교사를 고용했다.

그 시대의 한국 풍습이었다. 그런데 본래 성격이 예민하고 질투심이 많던 부인은 남편과 가정교사의 사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남편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면 온갖 상상으로 불안에 떨었다.

선과 악으로만 극적 판단

남편이 다른 여자, 특히 젊은 가정교사와 연분을 맺고 있다는 상상 때문에 막상 남편이 옆에 같이 있는 시간에는 참을 수 없도록 화를 냈다. 그간 쌓였던 분노를 폭발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남편이 자신을 떠나 버릴까봐 전전긍긍했다.

자살을 기도하거나 파괴적인 행태를 보였다. 아이들은 영문을 몰랐다. 자신들이 무언가를 잘못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머니를 대하는 것이 두려웠다. 따라서 그들은 착한 가정교사에게 더욱 끌렸다.

그것은 아이들의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결국은 주인공이 가장 두려워하던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아이들도, 남편도 모두 가정교사의 편으로 되었으니.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모두 가정교사와 남편, 애들 탓이었다.

이 주인공 여자의 행동이나 감정 상태는 정신과에서 흔히 보이는 ‘경계성 인격 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 증세를 마치 교과서처럼 잘 나타내었다. 이 사람들은 겉으로는 멀쩡하고 정상인과 다른 점이 전혀 안 보인다. 다만 그들의 감정이나, 행동이 극과 극을 달리는 수가 많다.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화가 나면 전혀 표시를 하지 않거나, 아니면 극심한 분노 현상을 보인다. 전혀 조절을 하지 못한다. 따라서 어린이나 어른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 구타를 하는 수도 있다. 이들은 남을 평가할 때에 ‘완벽하게 좋은 사람’이거나, ‘형편없는 악마’로 본다. 한 사람의 속성 안에 좋고, 나쁜 양면이 공존한다는 것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

따라서 자기 자신도 남의 칭찬을 받거나 주의를 집중하게 되면 ‘최고’로 여기다가, 주위에 아무도 없으면 ‘쓸데없는 인간’으로 여겨져서 우울 증상에 빠진다. 그러니 혼자 있기가 힘들다. 이럴 때에는 음주, 마약, 지나친 사치, 또는 도박 등으로 몰입한다.

어른들만이 아니라 청소년들 중에도 ‘경계성 인격 장애’ 증상을 보여서 응급실에 오는 경우를 많이 본다. 과다약물 복용이나, 팔목을 면도칼로 긁는 등의 자해 행위다. 이런 청소년들의 부모야말로 ‘계란 껍데기 위를 걷듯이’ 불안하다. 가끔은 어린 시절에 받은 육체적, 성적 학대로 인해서 이런 인격 형성이 되는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 원인을 모른다.

정신과 의사들에게 가장 고통을 주는 것이 또한 이들이다. 이들은 처음에는 “당신이 지금까지 내가 본 의사 중에서 최고입니다”라고 존중하다가도 어느 날 자신의 마음에 맞지 않는 문제가 생기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의사’로 낙인을 찍는다. 그리고 다른 의사를 찾아간다. 그리고 이것은 모두 ‘외부’의 문제이지 본인 자신의 감정이나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이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영리하고 겉으로는 사회생활에 뛰어나 보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주장을 믿는다.

이런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치료가 쉽지는 않지만 일단 주변사람들은 전문가와 의논, 치료할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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