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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시론]건강․민간보험, 무엇이 문제인가?

  • 입력 2006.12.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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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결과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는 최근 15%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독일에서도 지난 7월 만성적인 의료보험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보험료를 내년부터 0.5%인상하기로 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지지율은 지난 1월 55%에서 9월 37%로 급격하게 주저앉았다. 의료보험이 전국적으로 시작된 때는 1977년이다. 전국적으로 5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과거 병원 문턱이 높았다고 기억하는 사람들은 안다. 어렸을 적 병원 신세를 자주 졌던 기억이 있다면 더 실감이 날 것이다. 매달 소액의 보험료만 내면 거의 무료로 병원에 갈 수 있다는 것은 당시 서민들에게는 꿈만 같은 일이었다. 정부가 신뢰를 얻는 첩경은 30년 전 의료보험이 처음 시작될 때처럼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일이다. 이제는 무리하게 보험 혜택을 늘리는 게 아니라 보험 재정을 튼튼히 하고 보험료를 저렴하게 하는 일이 아닐까. 복지부는 내년 건강보험료를 6.5~9.2%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의사들의 진료 대가인 수가(酬價) 인상을 감안하면 10% 이상 올려야 한다고 보건복지부는 추정한다. 건보 재정이 3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 올해 1800억 원의 적자를 내고 내년에 보험료와 담뱃값을 못 올리면 적자가 1조5000억 원으로 늘어난다고 한다.세계 최고의 고령화 속도 때문에 매년 10% 이상 의료 이용량이 자연 증가하는 점, 중환자 부담을 덜기 위한 재원 마련,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보험료를 올리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불경기 때문에 가뜩이나 서민 살림이 팍팍한 마당에 보험료 대폭 인상은 쉽게 받아들여질 수 없다. 국고 지원을 늘리고 담배에 부담금을 붙인 덕분에 2004년 재정이 흑자로 돌아서자 정부는 돈을 마구 풀었다. 암환자 부담 경감은 그렇다 치더라도 식대에 보험을 적용하고 출산율을 높인답시고 영.유아 진료비를 면제하는 등 인기정책을 폈다. 적자 보전을 위해 보험료 인상에 기대는 것은 한계가 있다. 담뱃값을 못 올리고 환자의 의료 수요가 늘어나 적자가 났다는 핑계도 더 이상 안 통할 것이다. 민간보험 축소, 정부 VS 보험업계 공방전최근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건강테마는 우리 사회의 한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개인연금 등으로 아무리 노후 재테크를 잘했다 해도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완벽한 노(老)테크라고 말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민간보험은 고액중증질환을 위해 구매한다. 이에 따라 최근 각종 질병을 보장하는 민간건강보험이 각광을 받고 있다. 노후 생활비 가운데 35%를 의료비로 쓴다고 생각하고 노후 설계를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상당수 국민들은 노후대책으로 국민연금에 큰 기대를 걸지 않듯이 건강보험에 대해서도 자신의 노후 건강을 국가에서 완벽하게 책임져 주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민간보험을 한 개 쯤은 들어두고 싶어 한다. 그러나 민간보험의 보장 범위 축소를 놓고 정부와 보험업계간 공방전이 가열되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정부는 공보험인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와 과잉진료 방지 등을 위해 민간보험의 본인부담금 보장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보험업계는 보장을 금지할 것이 아니라 민간보험에 본인부담액을 설정하고 의료 이용실적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 또는 할증하는 제도를 도입해 의료서비스의 과잉 이용을 억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보험사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겉으로는 국민 의료비 부담 가중이지만, 실제로는 주력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민간보험 상품의 판매 위축에 따른 수입 감소에 있다. 보험사들이 주력상품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이들이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일부 외국계 민간보험회사를 제외하고는 보험가입을 거절하거나 심하게 제한하고 있는 경우를 봐도 뚜렷하다. 실제로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일반인들보다 더 자살률이 높다든지 사고를 칠 가능성이 높다는 입증된 보고가 없는데도 잘못된 선입견을 갖고 대한다.[1L]보험 급여 수준 높이며 도덕적 해이증가?복지부는 민간보험이 본인 부담금을 보장해 환자의 불필요한 의료서비스 이용을 부추기고 이는 결국 건강보험의 의료비 지출도 늘려 재정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역할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고 해서 보험 커버를 금지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모든 보험은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개연성을 갖고 있다. 최근 의료급여 대상자들의 무분별한 보험사용 남용(한해 파스 사용료만 한 사람이 1200만원 어치를 타간 예)에서도 보듯이 공공보험도 민간보험도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고 보험의 보장을 금지하는 것은 단선적이고 극단적인 논리이다. 결국 보험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만약 현 국민건강보험의 급여 수준을 높이자고 할 때 도덕적 해이가 증가한다고 반대할 것인가? 보험개발원은 건강보험 재정악화의 주요인이 민간보험이라는 복지부의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즉 민간보험이 본인부담금을 보장하면 건강보험의 부담금 2400억~1조7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고, 민간보험에 가입한 암 환자의 의료이용도가 높으며, 외래 방문과 약제비 증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복지부가 제시한 자료들은 가정치 등을 근거로 한 것으로 객관성과 공정성이 결여됐다고 반박하고 있다.보험개발원 관계자는 "민간보험의 본인부담금 보장 금지는 소비자들의 의료접근성을 악화시키고 의료 이용의 양극화를 초래해 결국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의료비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보험업계도 발전적 논의를 위해서는 일단 도덕적 해이를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정부의 결정이 전적으로 옳다고 인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암 발생 1년차 환자의 경제적 부담 중 소득상실과 간병비 등의 비용이 큰데, 이들과 비급여 등 법정본인부담 이외의 부담이 법정본인부담의 20배 정도로 추산된다. 따라서 치료의 접근성 제한과 질병으로 인한 계층하락은 법정본인부담 이외에 의해 유발되므로, 민간보험이 국민의 경제적 부담경감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이들 영역에 대해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필요하며 국민건강보장체계 효율화를 위한 민간의료보험 역할 설정의 방향은 '본인부담 보충형'에서 비급여 고급의료 서비스, 사적 병실 서비스, 미용.선택적 처치, 실험적인 의약품 등을 보장하는 '부가급여 보충형'으로 전환함으로써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시키고, 건강보험의 공백을 보완함과 동시에 공적 재정부담을 경감시키며, 산업 정책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지만 일단 민간보험이 법정 본인부담금을 커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옳다고 본다. 다만 민간보험이 법정 본인부담금을 어느 수준까지 커버하게 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우리와 꽤 비슷한 공공건강보험 체제를 가진 프랑스나 호주 같은 나라에서 의료비의 본인 부담률을 대략 15% 정도에 남겨두는 예를 보아, 우리도 비슷한 수준의 본인 부담률을 남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예를 들면, 현재의 본인 부담률이 30%정도라면 그것의 50% 정도를 민간보험이 커버하게 하자는 의견도 호응을 얻고 있다.법정본인부담률은 나라마다 다르며 필요에 따라 조정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9월 암 등 중증질환에 대해 법정본인부담률을 10%로 경감했고, 올해 6세 미만 입원환자 본인부담 면제, 특정 암 검진 본인부담경감 정책을 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