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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ver life]붕어빵엔 붕어가 없고, 실버타운엔 실버가 없다

  • 입력 2006.12.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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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2005년 3월, 용인의 한 고급 실버타운에서 80대 할머니가 사우나를 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일이 있었다. 사건의 개요는 실버타운에 사는 할머니가 시설 내에 있는 사우나 실에 1시간 넘게 방치돼 근육과 내장에 치명적 손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내과 전문의에 의하면 고온에 오래 있어 근육이 손상을 입었고,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혈압도 떨어져 건강이 악화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실버타운에 오래 근무한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런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고 한다. 행동이 둔하고 근력이 없는 노인들이 원래 목욕탕에서 변을 많이 당한다. 그래서 노인복지법은 노인요양시설의 욕실에는 긴급 호출 장치를 설치하고 욕탕 수온도 40도 이하를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는 실버타운은 별로 없다고 한다. 정부는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노인 주거복지 시설을 양로 시설, 실비양로 시설, 유료양로 시설, 실비 노인복지 주택, 유료 노인복지 주택 등으로 분류해 놓고 이를 활성화시키려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유료 노인복지 주택은 취득세와 등록세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정부의 시책도 그렇지만 고령화시대에 접어들면서 돈이 되는 사업이라는 생각에 많은 건설업체나 조합 등에서 실버타운 건축에 뛰어들었다.러브호텔이 노인주거시설?몇 군데 예를 들면, 교직원공제회에서도 경남 창녕군에 2007년 7월 완공할 예정의 실버타운을 짓는 중이고 이후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에도 한 곳씩 세울 예정이다. 한 대학에서 지방캠퍼스 안에 실버타운을 짓는 경우도 있었지만 교육부에서도 사회복지 전공이 있는 대학의 경우 실버타운을 운영하는 것을 가능케 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산시도 역시 실버타운 세곳을 조성해 보건 의료 사회복지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모 은행에서 장사가 잘 안 돼 대출금을 제때 못 갚는 러브호텔을 적정 가격에 매입해 실버타운으로 개조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미 1년이 다 되어 간다. 러브호텔이라 함은, 아마도 소규모 호텔 즉, 모텔을 통칭한 것일 것이다. 그리고 방이 많다는 구조 때문에 그런 발상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은행 측에서는 실비만 받고 치매 등 병약한 노인들을 우선 입주시킨다고 했다. 그렇다면 실버타운이라기보다는 요양시설인데 러브호텔이 요양시설로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보수가 필요하다. 건물은 아마도 뼈대와 냉난방 등의 공조시설만을 살리고 거의 모두 다시 손을 보아야 할 것이다. 요양시설의 복도는 모텔복도의 2배를 확보해야 하는데 그런 것을 알고 계획한 것인지…, 대체로 대지는 좁고 높이 올라간 건물을 요양시설로 사용할 경우 인력은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등에 대한 사전 연구가 있었는지… 남의 사업에 내가 이런저런 걱정을 하는 것은 너무 주제 넘은 것인가. 건설회사 혹은 병원에서도 호텔식 실버타운이라는 이름으로 도심형 실버타운을 이미 운영하고 있고 또 새롭게 분양 중에 있다. 그러나 이렇게 광고를 하는 대규모 실버타운들이 과연 얼마나 입주자의 안전에 집중을 하는지, 진정한 노인들을 위한 시설인지에는 많은 의문이 있다. 지난 해 나는 한 실버타운을 방문했다. 그 시설은 매스컴에 의해 여러 가지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곳인데 그 내용을 잠시 거론하면 ‘첨단 시설과 서비스를 갖춘 고객맞춤형 실버타운’이다, ‘시설 교통 주거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기존 실버타운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건설됐다’, ‘실버산업 선진국인 일본의 대표적 실버타운업체 S사와 자매결연하여 기술과 노하우를 재현했다’등으로 되어 있다.(어쩌면 그 기사들은 순수한 기사가 아니라 광고용 기사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장에 가서 확인한 실체는 그런 평가와는 상당히 달랐다. 진정으로 노인들의 특성을 고려했는지…. 아주 사소한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자. 실버에 대한 배려 없는 실버주거시설세대 내 샤워장은 너무 좁아서 휠체어는 고사하고 맨몸으로도 움직일 만한 충분한 공간이 확보 되지 않았고, 노인들은 샤워 중에도 앉을 수 있어야 함에도 간이 의자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변기가 있는 공간도 너무 좁아 벽면에 부딪혀 다치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이다. 현관 역시 배리어 프리 즉, 딴에는 장애제거라고 바닥을 평면화 했지만 막상 맨바닥에서는 신발을 신기 위해 앉았다 일어서는 것이 힘들다. 세대 내 목욕탕은 평면화 과정에서 가뜩이나 좁은 샤워실의 물이 현관으로 다 흘러 나오게 설계 되어 있었다. 복도는 노인들의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겠다는 의도에서 카펫을 사용했지만 그것도 문제이다. 카펫을 깔아놓고 일층 현관에서 슬리퍼로 갈아 신게 했는데 슬리퍼는 오히려 발목을 접지를 확률이 높고 카펫 역시 화재에 위험하다. 관절의 충격완화를 위해서는 목재 마루를 깔고 그 아래에 바닥전용 충격완화제를 넣으면 된다. 카펫 때문인지 혹은 다른 마감재 때문인지 몰라도 건물 안에서는 환경호르몬의 냄새가 아주 지독했다. 공동식당의 의자도 보기에는 멋졌지만 실제 사용하기에는 불편했다. 우선 너무 무거웠고 바닥이 카펫이라 잘 끌리지도 않았다. 게다가 여자 노인에게는 상당히 높아 다리가 대롱거렸다. 이렇게 정말 사소한 것들, 지금의 상태보다 돈이 더 들어갈 일도 아닌, 그런 것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실버타운은 선 완공 후 분양을 하므로 고객이 어느 정도 안심하고 계약할 수 있고, 입주를 검토 중인 사람들을 위해 3~8일간의 체험입주도 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하니 의도적으로 대충 만든 것 같진 않았다. 단지 충분한 사전 지식이 없었고 노인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경우를 보자. 요양시설을 운영하고 싶어 하는 어떤 사람이 미국에서 보고 온 시설보다 훨씬 멋있는 시설이라고 평가를 한 서울의 한 시립요양원. 전면을 유리로 치장하여 웅장하고 화사한 건물은 정말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다. [2R]치매와 중풍 어르신을 모신 노인전문요양시설의 특성에 맞게 ‘배회로’도 건물의 중앙과 후면으로 근사하게 배치하였다. 그러나 어느 치매어르신도 배회할 수 없는 배회로다. 문을 잠가 놓았기 때문이다. 설령 열어 놓았다 해도 제 자리를 찾아갈 수 없는 미로이다. 배회로의 화단에는 산책 혹은 배회하는 어르신이 짬짬이 보시라고 친절하게 화초 이름을 붙여 놓았다. 그러나 그 글씨들은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도 돋보기를 끼워야 겨우 보일 정도이다. 신발산업의 메카로 불리던 부산에서 신발산업이 사양길을 걷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 일테지만 그 중 하나는 단연 가장 기본적인 것을 무시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신발에 대한 연구만 무성했지 신발을 신는 주인공인 ‘발’ 에 관한 연구가 부실했기 때문이다. 이 사례는 실버산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시니어 혹은 실버산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실버에 관한 연구는 필수인 것이다. 실버산업에 실버(노인)에 대한 연구나 이해가 없으면. 역시 쉽게 무너지는 모래성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