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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에서 태어난 미녀의 허와 실

  • 입력 2018.02.15 09:45
  • 기자명 문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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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보티첼리 작: ‘비너스 탄생(1485년경)’,  피렌체,  우피지 미술관
▲ 그림 1. 보티첼리 작: ‘비너스 탄생(1485년경)’,  피렌체,  우피지 미술관

[엠디저널]아프로디테(Aphrodite, 로마어로는 베누스 Venus, 영어로는 비너스 Venus)의 탄생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설이 있는데 호메로스의 ‘이리아스’에서는 아프로디테가 제우스의 딸이라고 하였으며, 헤시오도스는 아프로디테가 바다에서 태어난 것으로 되어있다. 즉 하늘의 신 우라노스가 아들 크로노스에 의해 권좌에서 추방당할 때 잔인한 아들은 아버지의 남근을 잘라서 이것을 바다에 던졌는데, 그것은 이미 잘라진 것이지만 신의 남근인지라 바다에서 표류되는 동안에 거품이 일며 그 거품에서 아프로디테가 태어났다 것이다.

그리스어로 Aphro란 거품이라는 뜻이며, 그래서 거품에서 태어났다 해서 Aphrodite란 이름이 생겨난 것이고 보면 아프로디테의 탄생은 제우스의 딸이라는 설보다는 남근이 잘린 것의 거품에서 태어났다는 것이 옳은 해석인 것 같다. 즉 잘라서 버린 성기에서 태어났다는 설화에서 관능미를 느끼게 하고, 거품에서 생겨났다는 전설에서 아름다움의 진수를 느끼게 한다.

그래서 비너스는 육체적인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여겼기 때문에 이름난 화가들은 앞을 다투어 이를 그림의 주제로 삼았다. 그 중에서도 르네상스 시대의 피렌체의 화가 보티첼리(Sundro Botticelli 1444-1510)가 그린 ‘비너스 탄생’은 유명하다. 그림의 왼편을 보면 서쪽 바람의 신 제피로스와 미풍 아우라가 바람을 불어 조개껍질을 탄 비너스를 육지로 밀어주고 있다. 땅에서는 계절의 여신이 꽃무늬가 든 옷을 들고 비너스를 맞고 있다. 즉 바다에 무수한 거품이 있는 것은 그녀가 거품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거품은 그녀가 상륙한 육지에까지 번지고 있다. 비너스가 조개껍질을 타고 바람에 밀려 육지로 상륙할 때 거품도 같이 상륙 하였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신이라고는 하지만 그 잘린 남근이 버려졌는데 표류하다가 거품이 생기며, 그 속에서 여신이 태어났다는 것은 좀처럼 믿기 어렵다. 아프로디테가 상륙하자 그녀의 발밑에 풀이 돋기 시작하였으며, 봄이 찾아 들었기 때문에 풀들에서는 싹이 돋고 꽃이 피는 낭만적인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것이다.

즉 아프로디테의 상륙과 더불어 바다의 거품이 따라왔다는 것은 바다의 부유미생물들이 따라 올라와 육지식물의 조상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그림으로 잘 표현한 것 역시 화가 보티첼리이다. 그의 작품 ‘La Primavera(봄, 1482)’에 나오는 신은 아프로디테를 위시해서 모두 9명인데 식물은 무려 500여종으로 봉오리를 펼친 꽃송이만 190가지에다 식물도감에도 나오지 않는 새로운 교배종이 무려 서른셋을 헤아린다. 봄 그림에 이렇게 많은 봄꽃이 만발하기는 미술의 역사상 처음 보는 일이라고 한다.

그림 중앙에는 아프로디테가 다른 그림과는 달리 옷을 껴입었다. 순결하고 정숙한 여신의 모습이다. 처음 상륙하였을 때는 이렇게 순결하고 참신했던 여신이 점차 음탕성을 나타내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그 옆의 삼미 신들도 투명하고 얇은 옷을 입고 있는데 봄바람에 나부낀다. 정결한 사랑의 가치를 윤무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삼미신은 좌측에서 ‘사랑’, ‘정절’,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그림의 오른편에는 서풍 제피로스기 올리브 나무숲에 숨었다가 나오면서 대지의 요정 크로리스를 잡아끌어 안으려한다. 크로리스는 제피로스의 포옹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이미 제피로스의 손은 그녀를 잡아당기고 있다. 그러나 봄바람 서풍에 의해 크로리스의 입에서는 꽃이 새어나오고 있다. 하는 수 없이 크로리스는 여신 플로라로 변신해 보지만 결국은 제피로스의 아내가 되고 만다.

그림의 왼편에는 헤르메스(로마에서는 메르쿠리우스, 영어로는 머큐리)가 쌍뱀 지팡이 카두케우스를 들고 샌들과 모자에는 날개를 달았다. 아무리 먼 곳도 마다하지 않는 제우스의 충직한 심부름꾼이다. 항상 바삐 돌아다니는 모습인데 여기서는 어쩐 일인지 한가롭다. 또 큰 칼을 옆구리에 차고 있는 것도 평소의 헤르메스답지 않다. 이 그림에서는 지팡이를 쳐들고 겨울하늘 먹장구름을 흩어내 봄이 활짝 다가오게 하고 있다.

그림 한가운데에서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가만가만 걸어 나오고 여신의 머리 위에 어린 에로스(아모르)가 날개를 퍼덕인다. 에로스는 장난꾸러기 신이다. 화살을 아무에게나 쏘아댄다고 어머니 아프로디테로부터 꾸지람을 듣기 일쑤이다. 좋게 해석하자면 후일 아프로디테가 바람기가 동해서 군신 아르스(마르스)하고 불륜에 빠진 일, 미소년 아도니스에게 흠뻑 빠졌던 일도 전부 에로스의 못 말리는 장난 때문이었다고 좋게 해석하는 이도 있다. 이 그림에서는 봄이라 아모르는 눈을 가리고 화살을 당기고 있어 누군가가 맞으면 맹목적인 사랑에 빠지게 하여 봄을 실감하게 하려는 듯이 보인다.

▲ 그림 2. 보티첼리 작: ‘라 프리마베라(1482년경)’,  피렌체,  우피지 미술관
▲ 그림 2. 보티첼리 작: ‘라 프리마베라(1482년경)’,  피렌체,  우피지 미술관

그리고 보면 그림 한복판에서 그녀가 발을 앞으로 내딛자 자연의 잠들었든 생명이 일제히 맥박 치기 시작한다. 아프로디테는 사랑의 여신이다. 화가는 사랑의 힘은 생명을 일깨우며 만물에 기운을 불어넣는다. 풀숲 사이 꽃들이 향기로운 웃음을 터뜨리고, 오렌지나뭇가지의 열매들이 안방지게 달렸다. 아프로디테는 우리를 보고 걸어 나오면서 마침 생명의 비밀스런 원리를 설명하려는 듯이 보인다.

전술한바와 같이 이 그림에는 식물이 무려 500여종이나 그려졌고, 또 봉오리를 펼친 꽃송이만 해도 190가지나 그려졌으며 실물도감에도 나오지 않는 새로운 교배종이 무려 서른셋이나 그려졌다는 것은 화가가 단순히 봄이라는 계절적인 것을 표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더 중요한 의미를 표현하려는 듯이 보인다.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를 살펴보기로 하자.

생물 중에서 특히 식물성 생물이 바다에서 육지로 진출한 것은 5억 년 전보다도 전의 일이라고 하는데 식물의 조상인 클로렐라나 녹조류로서 이러한 부유미생물이 진화해서 식물이 되었다고 하는바 아프로디테의 발을 옮길 때마다 풀이 돋아나고 꽃이 핀다는 것은 아프로디테가 바다에서 육지로 상륙하면서 같이 따라 상륙한 거품에 포함되었던 각종 부유미생물에서 수많은 종류의 풀과 꽃, 수목으로 진화된 것을 표현하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즉 바다의 거품에는 많은 미생물이 모여 있던 것으로 미생물이 거품과 함께 큐브로스 섬에 상륙하였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왜냐하면 화가로서는 자기의 지식의 한계를 넘을 정도로 많은 식물을 그림에 그려 넣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미루어보아 짐작이 간다.

우리가 손쉽게 보는 거품은 비눗물에다 스트로를 꼽고 불면 거품이 올라온다. 이때 거품은 서로 뭉쳐서 둘로 갈라지는 일은 없고 서로 맞붙어 있어 좀처럼 흩어지지 않은 것은 서로 맞붙는 상호 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즉 거품은 하나하나 독립되면서 서로 넘보지 않고 협력하는 성질이 있다. 따라서 아프로디테가 거품에서 탄생되었다는 의미는 거품에서 태어난 생물은 공생함을 의미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거품을 택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