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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ver life]다가올 노인 배려SILVER CARE MARKET

  • 입력 2007.01.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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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학과 졸업을 앞둔 한 청년으로부터 지난 여름 받은 이메일의 일부이다.“…방학을 이용해서 은행 업무를 돕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저의 일 중의 한 가지는 은행에 오시는 어르신들의 업무를 도와드리는 것입니다. 이 일을 하고서 보니 전에는 몰랐는데… 은행의 시스템이 노인이나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출금을 하기위한 종합전표의 글씨는 너무나 작아 젊은 사람들조차도 보기 힘들고 ATM 기계 또한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어르신들이 보기에는 글자 크기도 작고 스크린을 누르는 것조차 쉽지가 않습니다. 번호표조차도 의미를 모르시고, 겨우 한 달 교통수당 3만 원을 찾기 위해 오시는 분들을 보며, 다시금 저희의 일에 대해 절실함을 깨닫게 됩니다...“일본 동경의 국제복지기기전시회지난해에 이어 금년 9월에도 일본국제복지기기전시회, 「HCR2006」을 관람했다. HCR은 매번 일본의 저력이랄까 능력이랄까 하는 것을 확실하게 확인시킨다. 일본은 1970년대에 이미 복지기기전시회를 시작했다. 그러기까지 또 얼마나 많은 분야에서 각자의 노력이 있었겠는가.휠체어를 타는 사람이나 와상 상태의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많은 품목,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나오는 것을 보면 현재의 일본에서의 복지기기는 실버에서 출발한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결국은 실버니 장애니 하는 것보다는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예를 들어 구부러지는 스푼은, 그냥 쓰면 일반인용이고 조금 구부리면 왼손잡이용도 될 것이고 구부리는 각도는 장애의 정도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하니까 말이다. 다양한 그 상품들을 나는 궁극적으로 ‘배려’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싶다. ‘배려하는 마음’이 있기에 가능한 것들이다. 2006년 HCR은 33회. 9월27일~29일에 걸쳐 3일간 130,627명이 입장하였다. 국내(일본) 554사, 외국회사 16개국 78개사에서 25,000점을 출품했다. 면적은 51,380㎡이다. 규모를 재빨리 짐작할 수 없으면 국내의 경우와 비교를 해 보면 되겠다. 국내 실버산업전의 경우 6,000㎡인데 그것도 출품작이나 부스나 관람객이나 모두 좀 헐렁하다. HCR은 오후가 되면 사람에게 걸려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없을 정도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16개국에서 78개사의 외국회사가 출품했음에도 한국 출품작은 없다는 것이다. 2005HCR에 참가한 외국회사는 핀란드, 프랑스, 스웨덴, 미국, 스위스, 네덜란드, 덴마크, 캐나다, 타이완, 영국, 스페인, 노르웨이, 독일, 호주, 중국, 멕시코 등이었다. 세미나도 「사회 복지 시설에 있어서의 정신 장애자 처우/ 양호 노인, 구호, 모자생활 지원시설」, 「독일, 네덜란드에 있어서의 의료·복지 분야의 외국인 노동자」, 「환경 복지 사업의 전망~리사이클의 신전개」, 「고령자 개호와 불평의 실태」, 「고령자 학대 방지법의 내용과 운용」, 「고령자, 장애자의 시설에 있어서의 사고 방지」 등 구체적이고도 심도 깊은 것이었다.2005HCR을 관람하기 전에 HCR 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동경의 한 실버전시회장에 처음 들어섰을 때 정말 깜짝 놀랐다. 20대의 청춘남녀가 얼마나 많던지…. 시간이 지나면서 주부, 노인들, 고등학생 순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움직이는 상태가 아주 좋지 않은 노인들을 휠체어에 태우고 가족이나 봉사자가 함께 나오기도 했다. 상태가 조금 나은 사람들은 본인 혼자 휠체어를 타고 나오기도 했는데 금년 HCR에는 휠체어에 거의 누운 상태에서 발가락으로 휠체어조작을 하는 사람이 혼자 전시장 안을 돌아다니는 것을 보았다. 전시장 안에는 전시용 휠체어 뿐 아니라 실제로 사용하는 휠체어가 그득했다.관람객들은 모두 진지하게 관람에 임하면서 열심히 메모하고 물어보고 체험하고 설문에 응답했다. 많은 노인들과 장애인들이 직접 용구용품을 조작해 보기도 하고, 체험하면서 설문지에 체크를 하기도 했다. 이렇게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니 공급자인들 어떻게 대충하겠는가.일본 복지의 흐름을 읽다이런 전시회를 보면 그 사회가 앞으로 지향하는 바를 미리 엿볼 수 있는데 일본은 이제 복지 분야에 있어서 케어나 치료가 아니라 예방으로 그 무게 중심이 옮겨 가고 있다. 예년에는 볼 수 없었던 장애인이나 노인을 위한 운동기구가 많이 출품된 것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다. 실제로 일본은 금년부터 요양시설을 대폭 줄이기 시작했다. 특히 요양형 의료시설의 경우는 6년 이내에 전폐하기로 했다. 요양형 의료시설이라 함은 우리나라의 노인 병원과 같은 개념이다. 노인성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한 경우,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경우도 있고 단순히 수발의 개념만이 필요한 경우 또는 두 가지 모두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의료적 처치는 의료보험에서, 수발은 개호보험에서 커버하고 있는데 상당수의 장기입원환자가 실제로 의료적 처치는 불필요한 경우라는 것이다. 따라서 입원환자에 대하여 의료적 처치의 필요성 여부를 조사하여 의료부분이 높은 환자만 남기고 나머지는 가정으로 돌려보내던지 요양시설로 보낼 예정이다. 하드웨어부분인 요양형 의료시설은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적 조건을 강화하여 노인전문병원으로 남기고 그 조건을 충족하지 않을 경우는 요양 혹은 거주시설로 전환을 한다는 계획이다.일본은 2000년 개호보험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이전 이미 수십 년 동안 민간이 앞서 수없이 고생하고 실패하고를 거듭한 결과 개호보험의 탄생과 함께 실버산업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도 개호보험 이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리고 5년 후인 이제야 제대로 방향을 잡기 시작했고 지난 2006년 4월 대대적인 수정을 마쳤다. 다행히 우리는 앞서 가는 일본을 통해서 오류를 미리 발견했다. 이제 막 시작하려는 시점에서 방향을 잘 잡으면, 즉, 치료나 케어보다는 예방에 무게중심을 더 두면 짧은 시간에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남의 시행착오를 눈앞에서 보았으면서도 똑 같은 길을 걸어가는 것이 빤히 보여 몹시 안타깝다. 깨진 독 밑을 막아주는 두꺼비는 현실에서는 없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