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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Step into Spring

이제 기다림 이후 치밀하게 계산된 순간이 다가오다.

  • 입력 2018.03.14 16:29
  • 기자명 양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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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해 116.8x91 Acrylic on canvas 2013
▲ 사랑해 116.8x91 Acrylic on canvas 2013

[엠디저널]아무 대화 없던 대지 위에 홀씨를 퍼뜨리는 봄 꽃의 주인공, 한여름 벼락과 천둥의 뇌성의 울림을 온몸으로 견디어 내어야 하는 시간 앞에 주어지는 공간 숲. 경기도 광주시에 화담숲이 있다. 계절과 구분 없는 숲과 꽃의 조화는 걷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주는 선물 숙연함을 말한다. 이혜임 작가, 그녀의 이야기는 여기에 있다.

달빛의 초대

조선 시대 선비들의 봄을 맞이하는 호사에 매화시회(梅花詩會)가 있다. 방에 기르던 분매가 꽃을 피우면 주변의 지인을 불러서 핀 꽃을 감상했다. 곡주를 곁들여 그 흥취를 시로 쓰고 그것을 축(軸)으로 만들어 정담을 나누었다. 정답게 이야기를 나눌 기억을 마련해주는 숲. 추억이 있는 정원에서는 노래, 문학, 속담 등과 관련된 향수 어린 수목을 감상할 수 있는 조경의 지혜가 있다. 계곡을 따라 조성된 이끼 원에 서 있는 작가의 손과 붓을 발견한다. 회화성이 풍부한 작가의 화풍으로 신비스러운 자연의 메타포를 가져왔다.

작가의 숲 이야기

작가의 작품을 곰곰이 마주해보며 생각한다. 작가의 필력과 화력이 여기에 있다. 이 계절은 가족, 이웃의 서로에게 소소함 어떤 특별한 내용이 없어도 꼭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때로는 혼자서 찬찬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시간의 여유로움을 가져와야 한다. 단순함! 그것으로도 좋은 입가에 미소를 자아내는 사랑의 빈틈 채우는 일. 이야기를 나누어보라는 주문을 한다. 그것은 사랑의 실천이다. 문학 작품 <월든(Walden)>의 작가 소로우는 ‘일상의 소중한 것을 놓치는 일은 선물 받는 것에 침묵하는 삶이 된다!’ 라고 말한다. 작가는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끝없이 되돌아보는 질문과 대답이다. 우리는 우리의 공간에서, 작가는 작업의 공간에서 속내 깊은 마음의 여유를 찾으며 또다시 그 저력으로 이끄는 붓 에너지이다.

한국의 대목장(大木匠)은 전통 건축물을 지을 때 자연풍경을 그대로 담아내는 작업을 고수했다. 작가 이혜임의 작업도 그러하다. 그 길이 예술의 근원적 길임을 알기에…

자료제공 gallery Bl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