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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이치’라고 부르는 것-Ⅱ

  • 입력 2018.03.16 11:25
  • 기자명 전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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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익숙한 것에서 멀어지기

이렇게 세상은 무질서하게 움직이는 것 같아도 자연법칙과 사회(윤리)법칙에 따라 법칙대로 움직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몰라 법에 맞지 않는 것을 바라면, 다시 말해 욕심을 일으키면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럴 때 세상의 이치로 돌아오는 계기로 삼아 세상의 법칙을 알고 법대로 살면, 괴로움이 없고 모든 일이 잘 풀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바라는 바대로 안 되면 화를 내고 더 무지해집니다. 무지해져서 이치에 맞지 않는 욕심을 일으키고 그래서 일이 더 안 풀리는 악순환이 일어납니다.

우리는 나도 좋고 남도 좋은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 길밖에 없습니다. 부부간에는 남편도 좋고 아내도 좋은 것이 무엇인지 연구해야 합니다. 부모 자식 간에는 부모도 좋고 자식도 좋은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합니다. 직장 같으면 윗사람도 좋고 아랫사람도 좋은 것이 무엇인지 모색해야 합니다. 모든 대립적인 관계에서 서로 좋은 길을 찾아야 합니다. 앞에 누가 있더라도 항상 나도 좋고 그 사람도 좋은 길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내가 좋으면 상대가 좋지 않고, 상대가 좋으면 내가 좋지 않은 것에 너무 익숙해 있습니다. 이제 거기서 벗어나 나도 좋고 남도 좋은 길을 찾아야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마음을 바꾸어 새롭게 세상을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잘 압니다. 말하자면 나도 좋은 것은 내가 잘 압니다. 나머지 남이 좋아하는 것을 잘 알아, 나도 좋고 남도 좋은 길을 찾으면 됩니다. 나만 좋아서도 안 되지만 남만 좋아서도 안 됩니다. 먼저 나와 남이 좋아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난 뒤에 그 둘이 상충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연구해야 합니다. 이런 마음이 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이런 마음이 되면 모든 것이 잘 풀립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알고 난 뒤니 상대방과의 대화에 있어서 별로 마찰이 없고, 상대방에 대한 두려움이나 미움이 없어지고, 상대와 진정한 대화를 하게 됩니다. 나와 남이 평등해지고, 나의 행동이 공평해지고, 진정한 공존이 일어납니다.

‘세상의 이치’는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환자들에게 적절한 때에 세상의 이치를 설명해 줍니다. 모든 사람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은연중에 자기를 남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자기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다른 사람도 그렇다는 것을 알고, 다른 사람과 관계할 때 적절하게 잘하면 됩니다. 그렇게 안 될 때 우리는 괴롭게 되고 정신건강이 나빠집니다. 정신건강이 안 좋거나 정신장애가 있는 경우 대부분 인간관계에 장애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세상의 이치를 잘 이해해서 인간관계를 적절하게 한다면 정신건강을 증진시키고 정신장애로부터 회복되는 데 크게 도움이 됩니다.

‘세상의 이치’가 환자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한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조그만 개인 회사를 다니는 30대 초반의 미혼 여성이 진료실을 찾아왔습니다. 여성을 졸업한 이 여성이 근무하는 회사는 사장과 단 둘이 근무하는 작은 회사였습니다. 그녀는 직장에서 겪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습니다. 사장 목소리만 들어도 몸이 덜덜덜 떨리고 심장이 심하게 뛰었습니다. 이 회사에 다닌 지 6개월 가까이 되었는데도 아직 사장의 말투에 익숙하지 않고 사장이 하는 말을 잘 못 알아들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나이에 비해 얼굴에 여드름 같은 뾰루지가 많이 나 있었습니다. 그것도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하면서 허리, 등, 관절 등 온몸이 아프다고 하였습니다. 밤에는 잠도 못 잤습니다. 어지럽고 토하고 온몸이 차고 식은땀이 날 때는 쪼그리고 있어야 괜찮아졌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김없이 이런 증상이 생겼습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신체적 증상이 심했습니다.

환자의 말에 의하면 사장의 성격이 원만하지 않고 환자를 충분히 배려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고 환자는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고 증상도 아주 심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갔는데 일이 힘들어서 그만두기도 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꼴 보기 싫어 그만두기도 했습니다. 이 회사를 다닌 지가 6개월 가까이 되었는데, 처음 5개월은 일을 배우느라고 바빴지만 그 이후로는 의욕이 없어졌다고 했습니다. 그맘때 어머니가 술을 마시고 회사로 찾아와 전화 안 받는다고 난동을 부린 것도 영향이 있었고, 친구 동생이 교통사고로 죽은 것도 영향이 컸다고 했습니다. 그 일들이 회사 생활에도 영향을 끼쳐 여유가 더 없어지고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고 했습니다.

이 환자는 다섯 번째 치료시간에 와서 “사장과의 트러블을 못 이겨내겠어요”라고 하며 사장과의 인간관계가 아주 힘들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래서 ‘세상의 이치’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일방적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질문도 하고 생각할 시간도 주면서 대화를 통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인간관계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알려 주었습니다.

그 이후 환자는 사장을 포함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뚜렷한 변화를 보였습니다. ‘세상의 이치’를 듣기 전에는 사장이 이상한 사람이라서 자신이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고, 사장은 아무리 말해 봐야 통하지 않는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업무에서 꼭 필요한 이야기 외에는 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의 이치’를 듣고 나서는 사장과 자신 사이의 상호관계를 생각했을 때 자신 역시 사장을 피곤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피하려고만 했지 나도 좋고 사장도 좋은 길은 모색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환자는 ‘사람 미워하지 말아야지’하고 다짐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사장이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하면 ‘사장님이 원래 그렇지’ 하면서 마음을 달랜다고 했습니다. 항상 ‘나도 위하고 남도 위하는 길이 뭔가’에 대해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한번은 치료시간에 “욱하는 것을 참았더니 결과가 더 좋았어요. ‘죄송합니다’라고 했더니 결과가 더 좋았어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변화를 이야기했습니다. 정신치료는 아홉 번을 하였는데 맨 마지막 시간에 와서는 “지난주에는 어떤 사람으로 인해 재미는 있으나 짜증이 나는 일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다스렸어요. ‘내가 왜 저 사람 때문에 화를 내야 하나. 저 사람 문제인데 내가 왜 화를 내야 되나’”라고 이야기하며, 다른 사람과 힘든 일이 있어도 휘말려 들어가지 않고 자기 마음을 잘 다스리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인간관계를 변화시키는 ‘세상의 이치’

어떤 남자 고등학생은 환청과 피해망상으로 찾아 왔습니다. 그런데 ‘세상의 이치’를 듣고 같은 반 아이들이 자기에 대해 안 좋게 대해도 ‘아이들이 일부러 나를 괴롭히기 위해서 저런다’라고 하며 과거처럼 피해망상으로 반응하지 않고 ‘내가 쟤들에게 불편하게 한 것이 있으니 저러겠지’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였습니다. 평소 자신이 반 아이에게 한 행동을 반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자신과 반 아이들 모두에게 좋은 길을 찾으려고 노력 했습니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고 아이들이 좋아하거나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특히 자신을 미워하는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왔습니다. 그 전에는 자신을 미워하는 아이들이 있으면 아예 말도 안 하고 자기도 미워했는데, 이제는 그럴 때 현실적으로 대처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자기가 실제로 아이들에게 잘못한 것이 있으면 사과하고, 만약 아이들이 자기를 오해하고 있으면 풀려고 했습니다. 가능하면 그런 아이들에게도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이 학생은 망상과 환청을 가진 정신병이었기 때문에 약도 쓰고, 정신치료를 통한 원인 분석도 하고, 현재에 집중하게 하는 등의 다른 방법도 썼습니다. 그렇지만 ‘세상의 이치’는 그야말로 세상의 이치를 이해하여 일상생활에서 별 어려움 없이 생활하게 하여 환자가 회복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환자는 거의 회복되어 대학에도 들어갔습니다. ‘세상의 이치’를 제대도 이해했을 때 환자들의 인간관계에 변화가 왔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잘 해 주는데 다른 사람이 안 알아주고 자기중심적으로 행동 한다’고 하다가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보게 되면서 진정으로 자신과 남이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정신건강이 좋아지고 정신장애가 호전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세상의 이치에 입각해서 살려고 노력합니다.

‘세상의 이치’와 뒤에 설명하는 ‘생각을 다스리는 법’을 세상을 살아가는 두 기둥으로 생각합니다. 이 두 기둥이 우리를 잘 받치면 우리는 힘들지 않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한 기둥인 ‘세상의 이치’는 세상을 남과 조화롭게 살아가게 해 주고, 다른 기둥인 ‘생각을 다스리는 법’은 우리 마음을 잘 다스리게 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