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중국식 사회주의’의 식탁

  • 입력 2018.03.16 11:37
  • 수정 2018.03.19 09:42
  • 기자명 북경주재기자 강지명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엠디저널]‘우리가 먹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이다’라는 격언이 있다. 입으로 들어간 음식이 피와 살이 되어 우리 몸을 구성하고, 그 영향이 우리의 정신까지도 미친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먹고, 무엇으로 우리 자신을 만들어가고, 그것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번에는 가깝고도 먼 이웃, 중국에서 그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세계 요리의 양대산맥이라고 불리는 중국요리이지만, 그들 속으로 들어가 직접 느껴보는 중국요리는 의외로 소박하다. 개혁개방 이래로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된 중국의 주요 지역들의 생활 양상 속의 식문화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적 식문화’라는 묘한 표현으로 설명된다.

집단생활방식으로 외식/서구화 문화 성행

개혁개방 이전의 중국은 “지역공사”라는 군대식 지역집단을 단위로 하여 남녀노소의 노동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집단 노동, 집단 식사, 집단 생활방식을 추구하였다. 그 결과 각 가정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이 결여되었고, 그 결과 지금까지도 각 가정에서 식사의 모든 메뉴를 준비하는 빈도는 낮은 편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아침의 교자(중국식 만두)와 요우티아오(중국식 꽈배기), 또우찌앙(콩국) 등을 사와서 집에서 먹고, 저녁의 경우에도 꽃빵 등을 비롯해 한두가지 메뉴를 집 밖에서 사와 집에서 만든 반찬들과 곁들여 먹는다.

여담으로, 그런 외식 문화의 덕을 가장 크게 본 것은 다름 아닌 패스트푸드 기업 KFC이다. 대륙 한복판에 무슨 KFC냐고? 모르시는 말씀이다, 중국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KFC의 최대 시장이었다. 현재 중국의 2030대 젊은 층에서 코흘리개 시절 소울푸드를 꼽으라면 KFC의 치킨버거를 꼽을 사람이 절반이 넘는다. 이런 놀라운 현상에 대한 분석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KFC의 탁월한 현지화 전략 그리고 중국의 외식 문화를 가장 큰 이유로 본다.

이처럼 중국에서는 외식문화가 우리나라 이상으로 발달되어 있고, 배달 문화가 그 전까지 없었을 뿐 몇 년 전부터 배달 스타트업들이 등장하자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이제는 우리나라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배달음식 이용 국가에 등극하기도 했다.

먹는 것 중요시 한 중국, 식탁에 문제점 발생

현재의 중국 식문화는 이처럼 외식과 서구화라는 두가지 키워드로 귀결된다. 원래는 차로서 마무리되는 중국 식문화가 점차 외식/서구화 되어가면서 기존의 기름진 음식은 더욱 기름져지고, 자극적이 되며, 그것을 중화시켜줄 차 대신 간편하고 자극적인 탄산음료와 가공음료가 대신 식탁을 점령하면서 중국의 비만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당금에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제1의 비만국가로 등극했으니 그 심각성을 잘 알 수 있다.

인간의 삶에서 ‘식(食)’을 가장 중요시하던 중국은, 바로 그 먹는 것으로 병들어가고 그것이 사회/문화적 문제까지 확대되어가고 있다. 빈곤을 타파하고 풍요를 얻고자 시도했던 중국의 거대한 실험의 결과가 바로 오늘날의 ‘중국식 사회주의의 식탁’이다. 분명히 인간은 더욱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지만, 더욱 풍요롭고자 하는 인간의 욕심이 역설적으로 더욱 아프고 빈곤한 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피할 수가 없는 것일까.

저작권자 © 엠디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