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세계 속 공연장을 가다 Ⅰ_‘센느 뮤지컬(La Seine Musicale)’

공장 지대에서 아트스폿으로

  • 입력 2018.03.27 18:09
  • 수정 2018.04.18 11:27
  • 기자명 진혜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센느 뮤지컬의 공연장 외부 모습 이미지 출처 studiointernational.com
▲ 센느 뮤지컬의 공연장 외부 모습 이미지 출처 studiointernational.com

[엠디저널]음악을 말할 때 그 중요 포인트점 하나는 음악을 만드는 주체인 연주가, 그리고 그 음악을 탄생시킨 작곡가이다. 하지만 악보에 기보된 음표나 음악가 머릿속에 들어있는 악상 자체를 음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음파(音波) 형태로 울려 나와 감상자 즉, 청중들에게 전달되어야만 비로소 음악으로서의 생명력을 얻는다. 그러므로 3대 요소중 세번째로 꼽히는 감상자에게 다다랐을 때 음악은 완성된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음악은 파동에 의해 그 성질이 결정되는 만큼 악기 또는 소리를 내는 도구를 통해 나오는 음파의 반사, 흡음, 분산, 확산을 위한 전용 공간이 필요하다. 그 공간의 ‘음향 용적률’에 따라 그에 어울리는 내부의 디자인과 재질을 갖추는 일도 연주자들이 어떤 양질의 악기를 연주하는지 만큼이나 중요하다. 그 공간에서 어떤 장르의 음악이 무대에 올려지는지에 따라 공연장 내부의 콘셉트 또한 음악의 색채만큼 다양하다. ‘형식이 내용을 결정한다’는 구조주의적 관점으로 본다면 음악 또한 악보나 음악가에 앞서 무대의 공간 자체가 그 연주를 규정 짓는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서양 음악의 근원지라 할 수 있는 유럽의 문화를 직접 느끼고, 체험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구는 여행 테마에도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여행지에서 누릴 수 있는 가치있는 경험 중 하나는 잘 지은 공연장에서 최고의 공연을 감상하는 것이다.

◇ 공장 지대에서 아트 스폿으로
    프랑스 파리 근교의 ‘센느 뮤지컬(La Seine Musicale)’

파리의 센강 서쪽 불로뉴비양쿠르(Boulogne-Billancourt)의 세갱 섬(Ile Seguin)의 아래쪽에 세워진 복합 문화 시설로 마치 배를 띄워놓은 듯한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다. 일 드 프랑스(Ile-de-France)지역의 오드센주(州)의 지원으로 지어졌으며, 2017년 4월 문을 연 ‘센느 뮤지컬(La Seine Musicale)’은 개관 첫주, 밥 딜런의 콘서트와 강한 여성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로렌스 에퀼베이(Laurence Equilbey)가 지휘하는 인술라 오케스트라(Insula orchestra) 공연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 6월에는 한국의 피아니스트 조성진도 초대되어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2번 F장조 K.332와 쇼팽의 4개의 발라드(Ballades No. 1~4)를 연주했다.

이 ‘센느 뮤지컬 (Seine Musicale)’이 개관에 뒤이어 세갱 섬에는 2021년 대형 문화예술 허브가 완공될 예정이다. 세갱 섬은 과거 르노 자동차 공장이 위치해 있던 공업 지구로 더욱 알려져 있던 공간으로, 수십 년간 프랑스 산업화의 상징이 되었으나 르노가 떠나간 후 공장 건물은 2004년부터 2005년에 걸쳐 철거되었다.

공장부지로 사용되기 이전에 이곳은 루이 15세의 딸들과 귀족을 위한 휴양지로 사용되다가 프랑스혁명 이후 국유재산으로 매각된 곳이다. 이후 60여년 동안 르노의 공장 부지로 사용되었고, 공장 철거 후 버려지다시피 했다.

당초 프랭탕백화점, 이브생로랑, 구찌 등 명품 브랜드를 소유한 케어링 그룹(전 PPR그룹)의 창업주이자 크리스티 경매를 이끄는 프랑수아 피노 회장이 건축가 타다오 안도와 함께 1999년부터 이 섬에 현대예술품 소장을 위한 박물관화 작업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당시 행정 당국의 늑장 처리와 지연에 피노 회장은 결국 그 계획을 2005년에 포기했고, 파리를 떠나 베니스에 자신의 미술품 컬렉션 장소를 선택했다. 10년이 넘게 방치된 이 자리에 현재 건축가 장 누벨의 마스터플랜에 따라 갤러리를 비롯한 문화 공간이 들어서며 센느 뮤지컬의 개관과 함께 새로운 아트 스폿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술에 대한 대중들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기 위해 ‘소규모 공연장’, ‘대공연장’, ‘쇼핑 시설’, ‘전시장’, ‘옥상 공원’ 등 다채로운 시설을 마련하여 ‘음악의 센느’라는 그 이름처럼 거대한 크리스탈 같은 공연장에서 최고의 공연들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센느 뮤지컬은 두 개의 공간을 제공한다. 하나는 현대 음악 전용으로 좌석 4,000석 좌석, 스탠딩 6,000석을 수용할 수 있는 대공연장 (main auditorium)인 라 그랑 센느(La Grande Seine)에 계단식 좌석을 배치하여 무대와 관객과의 최적의 근접성과 가시성을 확보하도록 설계 되었다. 그리고 홀에는 1,150개 좌석이 배치되어 있으며 클래식 음악과 앰프를 사용하지 않는 현대음악(acoustic)과 실내악 공연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이곳은 뛰어난 음향을 보장하고, 숲의 울림을 담은 보석상자와 같이 관객과 연주자간의 교감을 형성하도록 설계 되었다.

강을 가로지르는 한 척의 배를 연상시키는 이 공연장의 설계는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 반 시게루(坂茂)와 프랑스 건축가 장 드 가스틴(Jean de Gastines)이 맡았다. 자연 친화적인 건축을 선보이는 반 시게루는 광전지 패널을 공연장 위쪽으로 하여 강한 직사광선을 막는 동시에 태양광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하였고, 건물 내부는 격자의 나무 구조로 벽과 천장을 감싸는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이러한 디자인은 당초 의도대로 연주자와 관람객들이 시각적, 청각적으로 서로 친밀감을 극대화하도록 하였다.

파리 대도시권의 대표적인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다시 한 번 자리매김한 세갱 섬은 센느 강에서 날개를 펼친 한 마리의 불사조와도 같다. 더불어 상대적으로 문화 예술 공간이 부족했던 파리 서부 지역에서 새로운 건축 아이콘을 넘어 문화 활력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며 나아가 파리 대도시권을 통틀어 음악의 요람을 넘어선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엠디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