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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예과 학생들이 쓴 '다이어트' 책에는 어떤 내용이?

  • 입력 2018.03.27 18:03
  • 기자명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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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대 내과학교실 조영민 교수(내분비내과)와 의예과 학생 4명(이기언, 박지연, 최지훈, 이윤규)이 쓴 '시간제한 다이어트'가 출간됐다. 

조영민 교수는 2017년 2학기에 서울의대 의예과 학생들의 연구 능력 함양을 위해 개설된 '의학연구멘토링'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스마트 디바이스를 이용한 행동 교정을 통한 당뇨병 및 비만 치료’라는 주제로 학생들을 모집했다.

취지는 현대인에게 가장 흔한 만성질환인 당뇨병과 비만은 먹고 자고 움직이는 생활습관과 밀접하기 때문에, 최근 널리 이용되는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여 생활 습관을 고침으로써 관리하고 치료하는 것이었다. 당시 의예과 2학년인 이기언, 박지연, 최지훈 학생과 의예과 1학년인 이윤규 학생이 본 과정에 지원했다.

이들은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가장 단순한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틈나는 대로 만나서 논의했고, IT 기업의 세미나도 참여했다. 그러던 중 2017년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는데, 생리의학상을 받은 '하루 리듬'과 경제학상을 받은 '행동경제학 – 넛지'에서 영감을 얻고 이 두 가지를 결합하기로 했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은 해가 뜨고 지는 하루의 주기에 맞춰 살아가고 우리 몸의 세포들은 24시간의‘하루 리듬’을 따른다. 즉, 12시간의 낮과 12시간의 밤에 맞추어 돌아가는 하루 리듬이 우리 몸을 지배한다.

2017년 노벨상 수상자들은 이 ‘하루 시계’가 어떻게 작동하는 지를 밝힌 사람들이다. 하루 리듬에 어긋나는 생활은 비만, 대사 증후군, 암, 심혈관 질환 등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 우리나라에도 낮밤의 리듬이 깨질 수밖에 없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백만명이 넘는다. 또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현대인은 잠자는 시간만 빼고 끊임없이 먹고 있음이 밝혀졌는데, 이로 인해 비만 및 이와 관련된 만성 질환이 생길 수 있다.

그동안 다이어트의 핵심은 ‘얼마나 먹느냐’ 혹은 ‘무엇을 먹느냐’였다. 얼마나 먹는지를 중시하는 것은 칼로리 계산을 바탕으로 칼로리 섭취를 줄이는 것이고, 무엇을 먹느냐는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 등과 같이 특정 조성의 음식물을 먹도록 한다. 하지만 우리 몸의 하루 리듬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언제 먹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즉, 시간제한 다이어트는 무엇을 얼마나 먹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음식을 섭취하는 시간 범위에 제한을 둔다.

넛지는 행동경제학에 기반한 전략으로 은근슬쩍 모르는 사이에 행동을 변화시킨다. 넛지의 대표적인 예로 잘려진 바와 같이 남성용 소변기에 그려진 파리 그림은 암묵적으로 ‘맞춰 봐’라는 명령을 하고 있다. 무심코 파리를 조준하는 동안 소변이 변기 밖으로 튀는 일이 줄어들고 결국 깨끗한 화장실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하루 리듬에 맞춰 10-12시간 내에서만 아침, 점심, 저녁을 먹도록 하면 특별히 먹는 것을 제한하지 않더라도, 하루 총 섭취 칼로리 양은 줄어드는 데 이것이 시간제한 다이어트의 핵심이다. 즉, ‘시간을 맞춰 봐’라고 했는데 칼로리 섭취가 줄어들고 체중이 줄어들기 때문에 넛지와 상통한다.

시간제한 다이어트는 미국 캘리포니아 솔크 연구소의 팬더 교수팀에서 생쥐, 초파리를 통해 과학적 근거를 입증하였으며, 최근에는 소규모의 임상시험을 통해 사람에서도 효과가 증명된 바 있다. 조영민 교수 외래에 다니는 48세 여성은 3개월 간 시간제한 다이어트를 철저히 지킴으로써 10 kg의 체중 감량에 성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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