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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각성제’효과

[엠디저널]“당신은 동양 의사이니 무슨 특별한 치료법이 없을까요? 예를 들어서 특수 자연요법이랄까? 아니면 침구요법이랄까?” 다섯 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온 젊은 이스라엘 어머니의 하소연이다.

초록빛 눈동자를 가진 이 백인 소년은 처음에는 말도 잘하고 얌전했다. 그러나 5분이 지나지도 않아서 내 사무실의 모든 물건들을 들추어내기 시작했다. 장난감들을 꺼내보고는 모두 흩어 놓는다. 오래 놀려면 한 가지에 집중을 해야 하는데, 이 아이는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러니 그 다음 장난감, 또 그 다음으로 계속 손이 간다. 순식간에 사무실 안은 아수라장이 된다.

“장난감 치우지 못해!”하고 ‘명령’만 하는 엄마의 말에는 더욱 ‘반발적’이 된다. 이제는 아주 정도를 높여서(?) 나의 컴퓨터에 접근한다. 내가 재빨리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프린터의 부속을 순식간에 잡아당겨서 고장을 내 놓았다. 나도 은근히 부아가 나기 시작한다. 나는 꼬마와 엄마에게 새로운 제안을 했다. 꼬마랑 엄마랑 얼른 장난감을 정돈하고서, 우리 모두 사무실 밖의 운동장에 나갔다 들어올 것을….

엉뚱한 ‘변화’에 모자는 순간적으로 놀라는 눈치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소년은 세 살때에 벌써 ‘주의 산만 및 행동 항진증’진단을 받았었고, 그간 많은 정신과 의사를 겪어 내었기 때문이다. 아이 때문에 지치고 화가 난 이 엄마는, 따라서 새로운 의사를 볼 때마다 아이의 못된 점을 일일이 나열하느라 바쁠 수밖에. 이왕 엄마에게 ‘낙인 찍힌’소년은 이에 걸맞게 모든 못된 짓들을 재현하느라 바쁘고…. 결국은 ‘악순환’(Vicious circle)의 연속을 내 앞에서 재현하고 있었다.

“그러지 말어!”라고 하면 아이들은 ‘동사’만을 기억하기 쉽다. 그러니 “건드리지 마라!”라고 했다가는 나의 컴퓨터는 오늘로서 끝장이 날 것이다. 아이는 “Don’t Touch!”라는 말 중에서 “Don’t”는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감정 상태이니…. 하기는 어머니가 낯선 의사에게 자기의 흉을 보고 있는데 좋은 감정이 생길 리가 있겠는가? 그리고 좋은 마음이 없는데 하고 싶은 걸 억제할 기력이 있겠는가? 그러니 내 컴퓨터의 생사만이 아니라 꼬마의 체면도 지켜주고, 앉아서 불평만 하는 엄마에게도 ‘새로운 방도’(Alternative Way)를 찾아야 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인터뷰를 운동장에서 하는 방법이었다.

소년의 엄마는 그간 아들의 실수와 무식함을 우선 열거했다. “그래도 도움 받은 것이 한 가지라도 있었나요?”각성제를 5살 이전에 사용하는 것은 사실 나도 반대이다. 아마도 이 엄마의 요구에 못 이겨서 어떤 의사가 처방을 했었나보다. 미국에 이민 오기 전 이스라엘에 사는 동안 생긴 일이었단다. 아무리 좋은 약물도 이렇게 어린 때에는 부작용이 심하다.

“수영을 저와 함께 배우는 학습반에 다녔었는데 가장 도움이 되었어요.”
“정말 다행이군요. 아이가 운동을 열심히 하거나 어디에 관심을 집중하면 뇌의 전두엽에서 도파민이나 에피네프린 같은 뇌전파 물질이 많이 생성되기 때문이죠. 마치 각성제를 자신의 뇌에서 직접 생산하는 셈이지요. 게다가 엄마랑 같이 즐겼으니 그 효과는 두 배가 되었겠네요.”
“이 애도 희망이 있을까요?”
“물론이지요! 아이의 대뇌는 매일매일 성장을 계속하고, 뇌세포 사이의 연결 작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집니다. 남자아이들의 경우에는 스무살까지도 계속되지요.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새로운 지식을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계속 변화와 발전이 온답니다. 엄마가 희망을 가져보세요. 아이는 물론이고 우선 아빠에게 변화가 올 거예요. 아빠도 감정적으로는 아내의 칭찬과 확신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무언가 미심쩍어하는 소년의 엄마에게 나는 말해 주었다. 어떤 아이는 ‘장애아’로 태어났고, 그것은 본인의 탓이 아니라고….뇌의 장애는 몸의 장애처럼 꾸준한 노력과 운동과 주위 사람들의 인내와 본인의 자존심의 향상으로 고쳐질 수 있다고….

김영숙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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