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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식은 정말로 건강한가? - 풍요의 제국

오늘 그리고 미래 食, 醫, 住로 변해야 산다.

  • 입력 2018.04.19 10:30
  • 기자명 북경주재기자 강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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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음식광고의 최대 스테레오타입은 “맛”과“건강”이다. 그 중에서 건강식의 카테고리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전통의 맛’, 과연 전통은 건강할까? 아니, 모든 전통은 건강한 것일까? 전통의 배신, 세계 요리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 중국에서 알아본다.

중국요리는 화려하다. 거대한 땅덩어리와 끝없는 인구의 힘에서 귀결되는 제국의 부는 제국의 지배층들에게 끝도 없는 부와 명예를 가져다 주었다. 이로 인하여 그들은 인간의 삶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를 누려왔으며, 그중 ‘식’으로서 완성되는 인간의 쾌락은 중화 제국의 또다른 상징이 되었다.

유사 이래로 4000년, 대부분의 시간동안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강력한 국가였다. 쌓여만 가는 부와 식량은 식문화의 발달을 촉진했고, 급기야는 일반 가정에서도 식용 기름을 사용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기름의 주재료인 대두를 섭취하지 않고 기름을 짠다는 것은 크나큰 낭비였고, 일반 가정에서조차 이런 낭비가 가능할만큼 강력한 국가였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식량 생산이 아니라 오로지 조미료를 위해서 상당한 경작면적을 희생할 수 있는 나라는 역대 얼마 되지 않았다. 맛을 위한 희생을 감내할 수 있는 나라,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맛만을 위하면 건강을 포기하게 되는 법. 기름지고 조미료가 과하게 들어간 음식은 전통적이든 아니든 건강에 좋지 않았다. 다만 지금까지는 ‘음식에 의한 만성 질병’이 위력을 발휘할 만큼의 평균수명에 다다르지 않았을 뿐.

흔히들 중국요리의 특징은 ‘기름짐’과 ‘불맛’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적절치 못한 이해이다. 중국요리에는 오히려 한국보다 훨씬 더 많은 차가운 요리(량차이)가 있고, 중국인 식문화의 중요한 부분으로서 지금도 꾸준히 소비되고 있다. 또한 ‘기름짐’ 역시도 일리는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충분히 많다. 앞서 언급한 ‘량차이’ 등의 요리에는 기름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불을 사용하는 요리에도 식재료 본연에 포함되어 있는 지방만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오히려 중국요리의 가장 절대적인 특징은 ‘향신료’이다. 그 어떤 요리도, 그 어떤 식탁에도 향신료가 없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일부 중국요리 연구가들은 ‘기름’역시도 향신료의 일종으로 분류한다고 하니, 이 풍요로운 제국에서 향신료의 의미를 알 수 있다.

이처럼 풍요롭고 강력하여 극상의 ‘맛’을 추구할 여유가 있었던 중화제국의 음식은, 사실 예나 지금이나 건강할 수는 없는 음식이었다. ‘과유불급’이란 옛말은 오늘도 정답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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