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OPINION 인터뷰
노년내과, 노인병이 아니라 노인을 봅니다!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


[엠디저널]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노인인구 증가를 두고 매스컴에서는 의료비 폭탄이니 젊은이들의 부담 증가니 하며 이를 사회적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노인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것,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모두가 같이 공감하며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인들은 대개 몇 가지 병을 같이 가지고 있지만 증상은 굉장히 모호합니다. 폐렴에 걸렸는데도 열은 없고, 몸이 아파도 기운이 없다거나 입맛이 없다는 정도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노년내과는 이런 어르신들의 특성을 이해해서 병이 아닌 노인을 대상으로 진료하면서, 아울러 우리가 왜 환자를 치료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과이기도 합니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는 어린이가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듯이 노인역시 성인과는 다른 관점에서 진료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은 지난 해 본격적으로 고령사회에 접어들었고,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인구는 약 738만 명으로 1년 새 30만 가량이 늘었다. 노인인구만큼이나 노인환자는 당연히 증가하면서 노인병에 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노인의 특성을 분석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은 그에 따라가지 못한 것이 현실.
혈압을 낮추고 당 수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노인환자에게 매우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행복한 노년을 위한 의료적 접근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 그리고 그 해답을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에서 찾았다.

 

□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지혜’ 필요해…

“노인에게 나타나는 가장 고유한 질환은 노쇠입니다. 근육량이 줄어들거나 면역력이 저하되고, 또 어지럼증이나 요실금이 생기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자연히 생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노년내과에서는 이를 ‘노인병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또 대부분의 노인들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질병다발성’의 특징을 보이는데, 노년내과는 말 그대로 노년기에 생기는 다양한 질환을 복합적으로 관리해 정상생활에 가깝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은주 교수는 노년내과에서 다루는 가장 중요한 영역 중 하나를 ‘포괄적 평가’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노인들이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었는데 이제는 내시경이나 침습 수술은 물론 암 진단을 받은 경우에는 암 수술과 항암요법까지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분에게 이런 치료가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포괄적 평가’입니다.”
포괄적 평가는 단순히 질병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상태와 현장의 상황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를 살펴야 한다.
일반적으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병에 한걸음 다가서야 하지만, 노인의 경우에는 오히려 한걸음 물러서서 ‘나무가 아닌 숲을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 병 자체보다는 다학제적 접근이 더 효과적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노인병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합니다. 갑자기 노인의 상태가 나빠져 병원에 오게 되면 가족들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분’이시라며 매우 당황하죠. 하지만 사실 이 환자는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던 병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입니다. 그저 나이가 드셔서 기운이 없는 줄 알았는데, 큰 병이었을지 몰랐던 것이죠.”
병원을 찾는 보호자들은 평소 건강관리를 잘 했는데 왜 갑자기 나빠지냐고 항의하는 보호자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 감정을 의료진들에게 투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그런 것들이 노년내과의 어려움이라고 이은주 교수는 말한다.
“노인들의 경우 고혈압이나 당뇨는 이미 만성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조절도 어렵고, 약도 잘 듣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거동을 하지 못해 기능에 장애가 많습니다. 실제로 이런 분들은 병 자체를 치료하기보다는 영양공급이나 재활을 통한 다학제적 접근이 더 효과가 있습니다.”
노인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 그리고 상당한 인력이 투입이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이 부분까지 건강보험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것이 노년내과의 필요성을 절실히 인지하면서도 국내에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아무리 좋은 치료법이라도 90세 위암 환자에게 수술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는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가족들은 ‘수술을 하면 얼마나 더 살 수 있는가’를 묻지만, 노년내과에서는 이분이 고통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가를 더 중요한 문제로 여기고 있습니다.”
90세 위암 환자가 5년을 더 살 수 있는가는 병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는 더욱 철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 치료자가 아닌 노년의 조력자가 되어 드립니다.

“독거노인들의 경우 영양상태가 상당히 나빠져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딸들이 가서 왜 밥을 안 먹냐고 다그치는 경우도 있다지만 노인들이 혼자서 밥을 챙겨서 먹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또 자식에 대한 섭섭함이나 혼자 남은 어르신이 겪는 외로움도 매우 심한데, 어르신들은 이런 자신의 모습을 알아주기를 바랍니다. 노인병 중에는 약으로 치료할 수 없는 것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은주 교수는 보호자들에게 ‘어머님과 일주일에 두 번은 꼭 같이 식사를 하세요’라던지 ‘어머님께서는 일주일에 두 번은 꼭 노인정을 가세요’라고 처방을 내린다.
“제가 정신과 의사는 아니지만 어르신들과 공감하면서 마음을 열게 하는 것이 노년내과에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진료를 하다보면 어르신들의 마음을 열게 하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이 교수는 노인을 환자가 아니라 사람으로 보려는 자세만 있다면 노인들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고 말한다.
“노년내과를 하면서 정말 의사다운 의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환자와 장시간 라포를 형성하고 긴 시간을 함께하면서 환자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환자를 바라보는, 정말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던 그런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물론 대한민국 의료 환경에서 노년내과 의사로 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희생이 따른다. 또 노인환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술, 재활, 그리고 영양적인 부분까지 모든 영역을 망라하는 다양한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결코 만만한 과정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왜 의사를 하고 있는가’라는 철학적 물음에 노년내과는 충분한 대답을 해 줄 것이라고 이 교수는 말한다.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미국에서 실시한 연구에서 노년내과 의사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아마도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비롯해 전반적인 부분을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환자의 마지막 삶을 함께 하는 노년내과의 목적은 완치보다는 삶의 질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얼마나 더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이 교수는 노인 환자가 들어오면 먼저 ‘어디가 아프시냐’가 아니라 ‘요즘 좀 어떠시냐’며 근황을 묻는다. 노인이 병원을 찾을 때야 당연히 병이 있어서일 것이고, 병이야 검사 기록을 보면 다 나와 있는 것이기에 굳이 환자들에게 다시 묻지 않는다.
그래서 이은주 교수의 시야는 늘 모니터가 아니라 환자의 얼굴을 향해 있고, 두 손은 언제든 환자의 손을 잡을 준비가 되어 있다.
노년내과는 단순히 노인을 치료하는 과가 아니다. 치료자이기 전에 인생의 조력자가 되어주는 곳, 그것이 지금 이 시대에 노년내과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신영인 기자  emd@mdjournal.net

<저작권자 © 엠디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영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