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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시론]의학전문대학원 입학열풍 비난만이 능사인가?

  • 입력 2007.04.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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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교육 입문검사와 치의학교육 입문검사를 일컫는 우리나라의 시험제도인 MEET(Medical Education Eligibility Test)와 DEET(Dental Education Eligibility Test)는 2004년 처음 도입돼 매년 8월 한 차례 시험을 치른다. 각각 언어추론과 자연과학추론Ⅰ(생물), 자연과학추론Ⅱ(물리. 화학 등)의 세 개 영역으로 이뤄져 있다. 2005학년도에 각각 749명과 1548명이던 MEET. DEET 응시자는 2007학년도에 2398명과 1640명으로 늘어난 현상은 현재 이공계에서 의학고시 열풍이 일고 있다는 실례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모 신문사에서 실시한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카이스트 한양대(가나다 순) 이공계 학생 총 579명에게 물은 설문조사에는 젊은 이공계 학생들의 고민과 생각이 배어 있다. 의·치의학 전문대학원에 대한 선호는 학부 1학년이 42.4%나 되었다. 치학대학원은 ‘4+4’제도를 택하고 있어 일반대학을 졸업한 후에야 지망을 할 수가 있다. 이공계 박사 학위, 여전히 미래는 불안현재 아직 모든 의대, 치대가 전문대학원으로 전환되어 있지 않다. 의대는 현재 41개 대학 중 27개 대학이 입학정원의 일부 또는 전체가 전환되었고, 치대는 2009년부터 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된다. 매년 의대에 입학하는 3600여명의 학생 중 약 700여명이 전문대학원으로 입학하고 있다. 전문대학원은 수업연한이 길뿐만이 아니라 등록금이 기존 의과대학의 거의 두 배나 되어서 6년제 의과대학에 비해 좋은 점이 없으며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어차피 의사를 목표로 입학한 학생 입장에서는 전문대학원이 6년제 의과대학에 비해 나을 것이 없다.최근 포항공대를 수석 졸업한 후, 서울 의대로 옮긴 김영은(여,22세)씨는 “이공계에선 박사 학위를 따도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했다”고 털어놨다. 김 씨와 같은 선택을 한 이공계 인재들의 모습을 단순히 한 개인의 일로 치부하기에는 이공계 위기와 맞물려 그 의미가 작지 않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한 대학 졸업생의 선택이 과도한 주목을 끈 것은 그것이 우리 사회의 ‘이공계 기피현상’과 ‘의대 진학 열풍’을 상징하는 것처럼 비쳐졌기 때문이다. 산업기술계에서는 공장의 해외 이전 등으로 이공계 출신에 대한 수요가 감소해 왔을 뿐만 아니라 경제 위기로 인한 유수 국내 기업들의 파산 등으로 이공계 출신 우수 인재들의 앞날이 매우 불투명한 것이 현실이다. 물론 경제 위기로 인한, 기업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의 증대가 사회 전체적으로 철밥통이라 할 수 있는 공무원, 교사 등에 대한 인기를 끌어올리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의대 편입은 ‘꽃놀이 패?’이공계 출신 고급 인력의 ‘의대 진학 열풍’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공계 출신 고급 인력이 의학계나 다른 분야로 진출하는 것이 과연 그렇게 지탄 받을만한 일인지는 검토해볼 문제다. 앞서 말한 대로 최근 포항공대의 일등 졸업생이 의대로 편입해 충격을 주었고, ‘포항공대 일등’만 빼면 이공계 우수 졸업생의 의대 편입은 늘 있어 왔던 일이다.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은 물론 6년제 의대에도 국내 최고 이공계 대학을 다녔던 학생들이 수두룩하다.우수 인력이 의학계에만 몰리는 것은 문제지만, 우수 인력의 의학계 진출 자체가 나쁠 것은 없다. 의학도 엄연한 과학일 뿐더러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분야이기에 더 큰 전문성을 요구한다. 생명과학도에게 의대 진학은 진행해오던 연구를 발전시킬 수도 있고, 여차하면 개업해 안락한 생활을 누릴 수도 있는 ‘꽃놀이패’로 흔히 생각하기 쉬우나 부모님이 많은 유산을 물려줘서 개업을 할 수 있거나 대학에 스텝으로 남는다는 보장이 있다면 좋겠으나 현실에서는 그런 좋은 여건을 가진 사람들은 불과 몇 퍼센트에 지나지 않아 대부분은 의대 졸업생들은 대학(6~8년), 수련 과정(5년) 및 전임의 과정(2~3년)을 마치고 군대까지 갔다 오면 아무리 빨라도 35세가 넘어야 겨우 독립된 의사로서 활동 할 수 있다. 현재 의전원 입학생들의 평균 나이는 28세로 이들이 군 복무, 일반 대학, 의전원 졸업, 졸업 후 수련 등 모든 과정을 마치고 나면 이미 40대에 들어선다. 연령적으로, 경제적으로 연구는 꿈꾸기 어렵고 이들이 연구에 몸담지 않을 또 다른 이유는 이들이 이미 이공계 연구의 길이 험난하다는 것을 이미 현장에서 목격하였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진로를 바꾸어 의전원에 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언 발에 오줌 누기는 이제 그만‘기술입국’이라는 애국심에 호소해 이공계 고급 인력을 연구실에 묶어두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과학기술이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우리 경제를 이만큼 일으킨 것은 사실이지만, 과학기술은 국가적 필요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 한다. ‘이공계 기피’니 ‘의대 진학 열풍’이니 하는 말이 무색하게 오늘도 젊은 과학자들은 밤을 지새우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사명감 때문이 아니라 아무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정부가 이공계 인력 또는 과학기술 인력에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수 학생의 이공계 대학 진학 장려와 이공계 우대 정책으로 2003년 도입된 ‘대통령 과학 장학생 제도’가 그중 하나다. 대통령 과학 장학생이 되면 매년 1000만원씩 장학금을 받는다. 지난해까지 국내 장학생 507명을 대상으로 모두 112억여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제도를 유지하는 데는 많은 자원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효과적이지 못했던 것이 분명하다.이공계 진출 기피와 이공계 전공자 이탈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가 가동된다고 한다.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는 이공계 전공자의 사회진출 촉진 대책을 마련할 공동 TF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고 또한 과학자들의 과학과 인문·사회학의 융합적 사고를 촉진하기 위해 대덕연구단지 등 주요 연구단지에 이공계 연구자를 위한 인문·사회학 강좌를 운영하기로 했다고 한다. 모 방송국의 ‘외과의사 봉달희’를 통해서 많이 알려진 흉부외과는 실제로는 지원율이 극히 저조해서 정부에서 흉부외과 전공의 과정에 있는 의사들에게 매 월 50만 원 정도의 지원을 한바 있으나, 지원율은 전혀 높아지지 않았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정부나 복지부에서는 무슨 문제가 생길 때마다 TFT를 만들어 해결하려고 하나 이런 정책들은 현실성이 떨어져 성공하기 힘들다. 젊은 의학도의 꿈, 뒷받침 해줘야예전에는 의사를 면허받은 무엇이라고 했으나 오늘날은 대다수 의사들이 중산층에도 들어가지 못해 의사10명중 7명은 실제로 전업을 고려하고 있고, 최근 의협에서 의사 1,0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한 의사들의 47.9%가 이민을 고려중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흔히 주위에서는 의사직을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으나 지금과 같은 의료 환경에서는 무조건 다수(多數)의 환자를 보거나 비보험 진료영역을 많이 갖고 있는 과(科)만이 기대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지극히 일부 잘나가는 대학병원과 의사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의료인들은 의료분야를 비전이 있는 영역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 이런 현실에서도 많은 젊은이들이 비전과 꿈을 가지고 의료계에 입문하려 한다니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는 너무나 다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