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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온 미래의학

  • 입력 2018.06.08 10:57
  • 기자명 김경철(테라젠이텍스 부사장, 가정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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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2003년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완성 된 이후, 불과 15여년 만에 유전체 의학은 많은 발전을 이루어왔다. 그로 인해 개인의 유전적 소인에 맞추어 진단과 치료가 되는 맞춤 유전체 의학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개인의 특성을 무시한 보건학적 통계에 근거한 표준 치료 방법과는 달리 개인 맞춤 의학 (Personalized medicine)이란 개인의 특성 즉 가족력, 위험인자(risk factor), 개인 고유의 병력 등의 지식과 함께 유전적 특성인 genotype과 gene expression profile 등의 차이를 고려하는, 보다 세심한 치료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종전의 치료는 진료 방식도 표준화되고 평균화된 치료 지침에 따라 환자를 맞추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그 결과, 똑같은 약물의 처방이 어떤 사람에겐 효과를 내지 못하고 어떤 사람에겐 너무 과한 효과를 내서 독이 되기도 했다. 개인 맞춤 의학은 환자 개인의 특성과 체질에 따라 진단하고 치료하여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 하려는 목적이 있으며, 이를 다른 말로 tailored medicine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노력은 환자의 질병 발생을 효과적으로 예측하고 치료의 효율을 높이며 부작용을 최소화하여 환자의 만족을 증대 시킬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사회 의료비용을 효율화 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대 의학의 또 다른 특징을 치료 중심이 아닌 예방 중심의 시대라고 부른다. 즉 예방의학(Preventive Medicine)은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소극적 예방의학과 예방접종 등 질병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하려는 능동적 예방의학으로 나눈다. 현대 의학에서는 환자를 중심으로 의사는 유일한 치료의 공급자이며, 그 치료는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내용으로는 수술과 약물이 주된 방법이다. 그러나 미래 의학에서 중심은 병이 걸린 환자가 아니라 건강한 소비자이다. 따라서 의료 행위의 주도권은 의사가 아닌 건강한 소비자 자신에게 있으며 이들의 주된 목적은 더욱 건강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것이다. 이들에게 지식과 건강 행위를 제공하는 것은 의사 외에도 영양사, 운동 전문가 등 다양하며, 병원 밖에서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주된 내용은 음식과 영양 그리고 운동 등이 될 것이다. 즉 치료 중심의 의학이 예방 그리고 건강증진 중심의 의학이 되는 것이다. 

나아가 미래의학에선 예측 의학(Predictive Medicine)의 시대가 될 것이다. 즉 개인에게 어떤 질병이 걸릴 것을 미리 예측하고 나아가 어느 시기에 걸릴 것인지를 알려주어 사람마다 다른 예방법으로 대처하도록 하게한다. 이는 마치 내일 비가 올 확률을 미리 예측하여 생활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려는 일기 예보 같이 일생에서 질병이 올 확률을 미리 예측하고 미리 대비할 수 있게 해준다. 안젤리나 졸리가 BRCA 유전자의 변이를 발견하고 유방암이 걸릴 확률이 80%나 되는 것을 알았을 때 미리 예방적으로 유방과 난소를 절제했던 것이나, APOE 유전자의 변이를 가진 개인이 적극적으로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커큐민을 복용하고 운동을 더욱 열심히 하는 등 질병의 발생을 낮추는 적극적인 행동들이 따라 올 것이다. 이런 개인의 치료 선택이나 행동을 변화시키는 유전자를 actionable mutation이라 부르는데 약 1,000여개가 존재한다. 최근에 종합검진 프로그램에 유전자 질병 예측 서비스가 들어가 있어서 개인마다 취약한 질병 소인을 파악하고 이에 대처하는 새로운 검진법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미래의학의 또 다른 형태로 참여의학(Participatory Medicine)이 있는데, 이는 종전에 의료의 시혜자로만 여겨졌었던 환자가 의료의 공급자인 의사와 대등한 위치에서 자신의 정보를 공유하고 능동적으로 건강을 유지한다는 개념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유전체 서비스를 제공하는 23&me라는 회사에선 개인의 질병정보와 유전적인 정보를 빅데이터로 관리하는데 해마다 추가되는 환자들의 개인 정보를 회사와 개인간 공유를 통해 정보를 업데이트 해 나가는 방식을 택했다. 한국에서도 2016년 7월부터 소비자 직접 검사(Direct to Customer, DTC)가 정부로부터 허가되어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피부, 탈모 등 12가지 항목에 대해 유전자 검사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으며 내년에는 보다 많은 유전자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직접 제공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의료 소비자는 자신의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자신의 정보를 능동적으로 이용해 나가게 되며 미래의학에선 더 이상 병원 중심이 아닌 환자 혹은 소비자 중심의 진료 형태가 주를 이룰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이 미래의학의 주된 이슈가 될 것이다. 정밀의학이란 맞춤의학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기존의 임상병리학에 분자 의학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진단부터 치료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를 유전, 환경, 생물학적 특성 등 환자 개인의 조건에 맞게 실시한다는 포괄적 개념이다. 이는 일부 진료 영역에서 이미 도입되어 있으며 특별히 암 치료 부분에서 많은 발전을 이루고 있는데, 1세대 항암치료 방식에 비견되는 2세대 유전체 기반의 표적치료로 이미 많은 암 치료 부분에서 상용화되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던 것은 차세대염기서열분석(Next-generation Sequencing, NGS)의 발전에 따른 것으로 2006년 첫 NGS가 선보였을 때 당시에 한사람의 게놈을 분석하는데 약 10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었고, 시간도 수개월 걸렸던 것에 비해 불과 10여년 만에 비용은 100만 원 정도, 시간은 약 4시간 정도면 분석이 가능하게 되었다. NGS는 항암제 선택 뿐 아니라, 선천성 혹은 후천적 질병의 진단, 마이크로바이옴의 진단, 산모 혈액으로부터 태아의 질환의 진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무엇보다 개인의 게놈을 분석하는 비용이 줄어들고 있고 맞춤형 건강관리가 더욱 발전하면서 개인들이 게놈을 분석하여 가지고 다니며 활용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이상에서 기술한대로, 현대 의학을 넘어 다가올 미래 의학을 5P의 의학 시대라 부른다. 즉 Personalized Medicine(개인 맞춤 의학), Preventive Medicine(예방의학), Predictive Medicine(예측의학), Participatory Medicine(참여의학) 그리고 Precision Medicine(정밀의학)을 통해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있어서 획기적인 진보를 이루고 나아가 질병을 극복함과 동시에 건강을 최적화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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