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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유산균을 먹고 있습니까?

기능의학 전문가 안성기 원장이 들려주는 ‘유산균 이야기’

  • 입력 2018.06.12 16:00
  • 기자명 신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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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身土不二’, 몸과 땅은 하나로 자신의 땅에서 난 것들이 체질에 맞다는 뜻이다. 채소나 곡물 모두 국내산을 강조하고 있는데, 우리가 즐겨 먹는 유산균 제품에 대해서는 어떨까. 지금 당신이 먹는 유산균은 과연 우리 전통의 유산균인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인간의 장 속에는 몸을 구성하는 세포의 10배에 달하는 세균이 살고 있다. 그래서 장내 환경은 건강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장내 세균은 면역력과 관계가 있으며, 만성질환에서부터 치매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처럼 장 건강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산균으로 대표되는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이제는 환자뿐만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도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복용하고 있지만 사실상 그 기준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그 수많은 유산균 가운데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제품을 선택해야 할까, 이에 대해 기능의학 전문가인 더필잎병원 안성기 원장을 통해 들었다. 

 

인간의 세포보다 많은 수의 세균이 장 내에 서식할 수 있는 이유와 그 특성에 대해 알고 싶다.
장은 우리 몸속에 있지만 외부 환경의 연장이며, 이런 의미에서 보면 몸 밖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장은 생태학적으로 매우 독특합니다. 한 줌의 빛도 없고, 산소도 거의 희박하며, 일 년 내내 36.5도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지구상에 이런 환경을 가진 곳은 동물의 장이 유일할 것입니다. 그래서 장내에 살아가는 세균은 나름대로 이 환경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이들의 특성은 일부는 어머니로부터 물려받고, 일부는 주변 환경으로부터 획득합니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을 세컨드 게놈(Second genome)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들이 인류의 유전학적 다양성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하고, 동시에 다음 세대로 유전될 수 있다는 의미까지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장은 세균들의 집이고, 이들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파되는 생명체이자 유전되는 게놈입니다.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이 급격하게 발전하게 된 계기와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무슨 이유에서인가.
히포크라테스는 “모든 질병은 장에서 시작된다”고 했는데, 최근 발표되는 연구 결과들은 이를 인정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런데 세균들의 안식처가 현대에 와서 다양한 원인에 의해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음식의 변화, 항생제, 독성물질 등 현대사회의 발달은 지구의 환경뿐 아니라 우리 몸속의 생태계에도 커다란 변화를 일으켜 세균의 다양성 감소와 불균형을 야기했습니다. 결국 이것은 우리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페니실린으로 시작된 항생제가 세균감염으로 죽어가는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면, 유산균(LAB: lactic acid bacteria)으로 대표되는 살아있는 친생제(probiotics: for life)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많은 만성질환의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사이 환자뿐 아니라 건강한 많은 사람들이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복용하고 있으며, 대형마트, 약국, 병원 등에서 쉽게 제품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제품의 질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2016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시장에서 판매되는 16개 제품을 무작위로 추출해 제품 라벨에 표기된 균주와 실제 균주가 일치하는지 조사했는데, 단 1개 제품만 완벽하게 일치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기대감만으로 제품에 대한 검증 없이 복용하고 있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는가.
프로바이오틱스는 ‘적절한 양을 복용했을 때 숙주의 건강에 이로움을 주는 살아있는 미생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살아있는 균주를 얼마나 포함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균들이 우리가 원하는 부위까지 도달할 수 있는가’입니다. 얼마나 많은 생균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집락형성단위(CFU, Colony-forming unit)를 가장 많이 사용하며, 유효균수나 보장균수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하루 최소 1010CFU 이상의 균을 포함하는 제품을 권장하고 있으며, 최근 수백억에서 수천억의 생균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 제품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생균이 아닌 사균(heak-killed probiotics)으로 만들어진 제품도 프로바이오틱스라는 이름으로 출시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엄밀히 말해 프로바이오틱스라고 할 수 없습니다. 

최근 프리바이오틱스나 포스트바이오틱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데, 이것은 무엇인가.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는 프로바이오틱스에 의해 선택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물질, 즉 프로바이오틱스의 먹이를 뜻합니다. ‘균을 줄 것인가, 먹이를 줄 것인가, 아니면 둘 다 줄 것인가’의 형태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프리바이오틱스는 모유에 포함된 올리고당인 HMO(Human Milk Oligosaccharides)로 모유에는 아기가 소화시킬 수 없는 다량의 HMO가 포함되어 있고, 이들은 모유를 통해 전달되어 세균들의 먹이가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모유는 균과 먹이, 즉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가 가장 이상적으로 조합이 되어 있습니다. HMO를 바탕으로 해서 다양한 형태의 올리고당이 프리바이오틱스로 사용되고 있으며, 결합된 형태에 따라 GOS, FOS, XOS, IMO 등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올리고당의 원료를 보면, GOS는 모유나 우유에서 만들어지고, 그 외 올리고당은 식물성 원료에서 만들어집니다. GOS는 아기용 음식이나 제품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프리바이오틱스로 HMO의 대용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프리바이오틱스가 포함되어 있는 제품을 선택하거나 따로 프리바이오틱스 제품을 구입할 때에는 이들의 조합이 적절한지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포스트바이오틱스(postbiotics)는 최근에 정립되어 가는 개념으로 프로바이오틱스에서 만들어지는 대사산물이나 세균의 부산물로 숙주에게 생물학적 활성을 가지고 있는 물질을 뜻합니다. 그래서 사균은 엄밀한 의미에서 프로바이오틱스가 아니라 포스트바이오틱스로 분류되어야 합니다. 

지역이나 인종에 따라 적합한 프로바이오틱스는 차이가 있는가?

우리가 살아온 환경과 음식, 그리고 장내 세균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인종이나 살아가는 지역에 따라 장내 세균이 서로 다른 것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잘 알려져 있습니다. 메치니코프는 불가리아 농부들의 장수비결이 ‘Lactobacillus vularigus’라는 유산균에 있다고 했습니다. 인류 역사상 유당을 분해할 수 있는 유전자 변이는 유럽과 아프리카, 중동에서 약 7,000년~10,000년 전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불가리아는 흑해 주변에 위치한 국가로 이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는 인구의 비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인의 대부분은 성인이 되면 유당을 분해할 수 없는 유당불내증(lactose intolerance)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우리나라 사람에게 서양의 우유를 기반으로 한 유산균제품이 과연 적절한지는 꼭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균주는 Lactobacillus와 Bifidobacterium이고, 프로바이오틱스 배양을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배지가 유제품입니다. 유제품에 기초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은 맛이 좋고, 만들기 쉬운 장점이 있지만 유당불내성, 우유단백질에 대한 알레르기, 소화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고, 지방과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인에 적합한 프로바이오틱스는 무엇인가.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농경생활을 하면서 음식을 저장하는 다양한 방법을 개발했으며, 이 가운데 하나가 발효음식입니다. 발효의 주체가 바로 세균이고 우리의 프로바이오틱스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우리 전통의 발효음식, 즉 식물성 발효음식에 포함된 균이 우리에게 적합한 프로바이오틱스일 가능성이 많으며, 이는 한국의 대표적인 발효음식인 김치가 다양한 건강 효과가 있다는 사실과 일맥상통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치는 1,5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원재료부터 김치의 종류나 첨가물, 그리고 발효조건에 따라 다양한 균들이 김치 발효에 관여하며, Leuconostoc, Lactobacillus, Weissella 속의 유산균들이 김치발효의 주요 균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김치발효에는 유제품 발효에서 잘 볼 수 없는 Leuconostoc이란 속의 균주들이 관여하는데, 이 균주들은 주로 식물성 식품의 발효에 관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식물성 프로바이오틱스 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김치로 대표되는 우리 전통발효음식은 대부분 이런 식물 기반의 프로바이오틱스 푸드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충분한 유산균을 이미 섭취하고 있는데 제품으로 섭취할 필요가 있는가.
김치는 시간에 따라 주요 균주가 변화하게 되는데, 말기로 갈수록 칸디다(candida)가 우세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오래된 김치가 꼭 건강에 이로운 것은 아닙니다. 평소 발효음식과 전통음식을 먹는 습관은 분명 건강에 유익한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환자 진료의 일환으로, 또는 건강보조식품으로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충분히 권장합니다. 다만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섭취할 때는 반드시 표준화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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