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현재를 힘들게 하는 과거로 간 마음 Ⅰ

  • 입력 2018.06.14 10:13
  • 기자명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엠디저널]정신과 의사로서 정신건강의 측면에서 분류해 보자면, 건전한 대상은 현재고, 불건전한 대상은 과거와 미래입니다. 왜 이렇게 분류하느냐 하면 우리 마음이 과거와 미래로 갔을 때 우리는 괴롭고 불행하고 정신이 불건강해지고, 현재로 갔을 때는 편안하고 행복하고 정신이 건강해지기 때문입니다. 왜 그런지를 보겠습니다. 왜 마음이 과거와 미래로 가는 것은 불건전한 쪽으로 분류가 되고, 현재로 가는 것은 건전한 쪽으로 분류가 되나요?

먼저 마음이 과거로 간다는 것은 과거 생각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왜 과거 생각이 불건전한가요? 과거 생각이라도 기분 좋은 추억과 같이 좋은 과거도 있고, 안 좋은 과거도 있는데 과거 생각을 모두 불건전한 것으로 분류할 수 있을까요? 나는 모든 과거 생각을 불건전한 것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를 말해 보겠습니다. 먼저 안 좋은 과거 생각이 왜 불건전한지를 밝히고 그 다음 떠올리고 싶은 추억과 같은 좋은 과거 생각도 본질적으로는 왜 불건전한 것에 속하는지 보겠습니다. 과거에 일어난 일은 많지만 주로 우리에게 찾아오는 과거 생각은 후회되거나, 화가 나거나, 아쉽거나 억울한 일에 대한 것입니다. 물론 좋은 추억이 떠올라 기분이 좋아지고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좋은 과거는 떠오르는 힘이 약합니다. 한두 번 떠오르다가 맙니다. 그런 좋은 기억 속에 있고 싶으면 그것을 의지로 떠올려야 합니다. 그에 비해 앞서 말한 안 좋은 과거는 아주 힘이 강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떠오릅니다. 심지어는 떠올리고 싶지 않아도 막 떠오릅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불안한 생각이 계속 떠오르는 것이 강박신경증입니다. 내가 봤던 어떤 남자 환자는 실제 여자하고 성관계를 하지 않았는데도 성병에 걸렸다는 생각이 자꾸 난다고 했습니다. 성병에 걸릴 이유가 없다는 것을 잘 아는 이 환자는 스스로 마음을 다스렸지만 효과는 잠시였고 과거에 있었던 어떤 일 때문에 성병에 걸렸다는 비합리적인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안 좋은 과거 생각은 떠오르는 힘이 강할수록 우리를 힘들게 합니다. 통제가 안 될 정도로 떠오르면 정신장애입니다. 우리에게 떠오르는 안 좋은 과거는 주로 앞서 말한 대로 후회되거나, 화가 나거나, 아쉽거나 억울한 일이니 우리 마음이 안 좋은 과거로 가면 대체로 후회되거나 화가 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래서 안 좋은 생각은 불건전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아무도 반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기분을 좋게 만드는 추억과 같은 과거 생각이 왜 불건전한지 보겠습니다. 기분을 좋게 만들고 미소를 짓게 하는 추억이, 우리를 후회하게 하고 화나게 하는 안 좋은 과거 생각보다는 낫고 일시적으로 우리에게 힘이 되는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볼 때에 불건전한 대상으로 분류되는 이유로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우리는 시간을 쓰다가 가는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시간입니다. 시간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줍니다. 시간이 없이는 어떤 것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누구를 사랑하려고 하면 그 사람과 같이 있어야 합니다. 시간을 낼 수 없으면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랑은 더불어 보낸 시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이든 습득하고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그것과 시간을 함께 한 결과입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인생은 시간을 어디에 썼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좋은 추억이 자연스럽게 잠시 떠오르는 것은 음미할 수 있지만 귀중한 시간을 쓰면서 가야 할 곳은 아닙니다.
우리는 항상 현재에 살고 있습니다. 귀중한 삶이 순간순간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언제나 할 일이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추억 속으로 간 시간은 귀중한 시간을 낭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야기 할, 마음이 현재에 가 있을 때 일어나는 이득을 보면 추억과 같은 좋은 과거를 생각하는 것은 나름대로 가치는 있지만 본질적으로 볼 때 계속적으로 추구해야 할 건전한 대상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현재 삶이 힘들고 어려울 때 잠시 추억을 떠올리며 위로를 받는 것은 살아가면서 도움이 되고 좋은 일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좋은 추억과 같은 과거를 계속 떠올리면 결국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추억에 잠겨 있다가 현실로 돌아오면 현실이 힘들어집니다. 우리는 현재 속에 살면서도 현재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또 찾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쉽게 과거 속으로 가버릴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좋은 추억으로 위로를 받기도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돌아와야 할 현재가 더 싫고 힘들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앞서 말한 마음의 속성에 따라 그 쪽으로 길이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세 가지 이유로 과거 생각은 본질적인 면에서 불건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저작권자 © 엠디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