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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포스 미인선발과 황피증

사람의 피부가 황색을 나타내는 것을 황피증(黃皮症 Xanthoderma, 싼토데르마)이라 하는데, 그 어원은 멀리 그리스 신화의 싼토스(Xanthos)에서 찾을 수 있으며, 또 「싼토스」를 일명 스카만드로스(Skamandros)라고도 한다.
트로이가 평야를 굽이굽이 흐르고 있는 강이 스카만드로스 강이며, 이강의 신이 스카만드로스(일병 싼토스)다. 신들이 이 강을 싼토스(황금빛)라 불렀던 이유는 이 강물의 빛이 황색이고, 또 이 강물로 목욕하고 나면 동물들의 털빛이 황금빛으로 변하며 윤기가 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아름다운 바다의 여신 테티스와 미르미돈의 영웅 펠레우스 왕이 결혼을 하게 되어 그 결혼식 잔치에는 모든 신들이 초청되었으나 불화의 여신 에리스만을 빼놓았다. 이에 격분한 에리스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새겨진 황금사과를 결혼식 하객들 사이에 던져 넣었다.

미모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여신들이었기에 그 사과가 서로 자기 것이라고 하여 시작된 다툼은 곧 치열한 설전으로 번지는 가운데, 결국 결선에는 제우스의 정실부인이자 정숙하지만 질투심 많은 헤라, 전쟁과 지혜의 여신으로서 투구를 입고 창과 보기만 해도 몸서리나는 방패를 든 콧대 높은 아테나, 아름다움과 사랑의 여신이지만 가끔 살인도 저지르는 아프로디테(비너스)등의 세 여신이 남았다. 
바야흐로 ‘미스 올림포스’ 선발이 시작되었는데, 서로가 자기가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고귀한 세 여신들 앞에서 신중의 신 제우스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자신의 부인인 헤라에게 주자니 정실 판장이라고 비난받을 테고, 다른 여신에게 주자니 그렇지 않아도 무서운 아내 헤라에게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를 일이다. 고심 끝에 제우스는 이 난감한 문제를 태어나자마자 산에 버려져 지금은 이데 산에서 양치기를 하고 있는 잘생긴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에게 맡기기로 했다.

파리스는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의 왕자인데 그가 태어나자마나 장차 국가에 커다란 재난을 가져올 아이라는 신탁을 받고 이데의 깊은 산속에 버려 졌는데 다행히도 암컷 곰이 젖을 먹이고 양치기들이 거두어 아주 건장하고 잘생긴 청년으로 자랐던 것이다.
제우스의 전령 헤르메스와 함께 파리스 앞에 오게 된 세 여신은 황금사과를 차지하기 위해 너나할 것 없이 파리스를 향해 달콤한 말과 뇌물공세를 펼쳤다.
헤라여신은 “나를 「미스 올림포스 여신」으로 뽑아주면 너를 ‘전아시아의 왕’으로 시켜주마”하고 꾀었고, 아테나여신은 싸움에서의 승리의 지혜를 약속했고, 아프로디테는 “나를 뽑아주면 그대에게 인간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녀인 헬레나를 아내로 삼게 해 주마”라고 약속 했다. 
그리고는 아프로디테는 강물에다 머리를 감으면 머리 빛이 황금빛으로 된다는 스카만드로스 강으로 재빨리 가서 목욕하고 머리를 감아 눈부시게 빛나는 브론디가 되었다. 이렇게 변신한 아프로디테를 본 두 여신은 자기의 원래의 피부이어야지 피부에 황색 칠을 해서 눈부시게 한 것은 무효라 소리쳤다. 그렇다, 아름다운 여자란 예부터 자기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자부하여, 자기만큼 아름다운 다른 여인을 시기하는 약점을 폭발시키는 버릇이 있는 것 같다.

심판관을 맡은 파리스는 여러 모로 심사숙고한 끝에 황금사과를 서슴치 않고 아프로디테에게 주었다. 그래서 결국아프로디테를 ‘미스 올림포스 여신’의 진으로 뽑았고, 그 대가로 인간 세계의 천하제일의 미녀를 아내로 얻게 되었다.

그림1. 루벤스 작:'파리스의 심판'(1635~38), 런던, 국립미술관

유명한 화가들이 파리스의 심판을 주제로 한 그림을 즐겨 그렸는데 그 가운데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가 가장 대표적이지 않나 생각된다. 여체의 풍만한 몸과 건강미를 이상으로 여겼던 화가에게 그리스 신화의 미의 여신만큼 적합한 주제도 없었고, 따라서 파리스의 심판은 여러 차례 그렸다. 작품에서 세 여신은 탄력 있고, 윤기가 흘러 촉각을 자극하는 육체미를 과시하며, 여신들의 관능미를 충분히 표출하기 위해 루벤스는 정면, 측면, 후면으로 세 여인의 자세를 여러 각도에서 충분히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루벤스가 1635~38년에 그린 ‘파리스의 심판’을 자세히 살펴보면, 왕자인 파리스가 양치기 복장으로 초라하게 묘사되어 있고 배경에는 양들이 나온다. 사실 벌거벗고 자신의 미를 힘껏 자랑하는 세 명의 여신들을 그냥 봐서는 누가누군지 분간하기 어렵다. 그러나 여기에도 구분할 수 있는 표식이 있다.
신들의 왕 제우스의 아내로서 허영심 많고 권력을 지녔으며 결혼과 출산을 관장하는 헤라는 모피 코트를 걸치고 서 있는 그림의 맨 오른편에 있으며, 발밑에 페르세우스가 잡은 괴물 고르곤의 눈알 100개를 빼서 장식했다는 공작새가 보인다.
아테나는 전쟁의 여신이므로 갑옷을 둘러야 하지만 여기서는 아름다움을 뽐내기 위해 갑옷을 입지 않은 대신 메두사 방패와 지혜를 표상하는 올빼미를 가까이 배치하여 그녀를 상징하였는데, 실은 페르세우스가 메두사를 토벌하러 갈 때 아테나는 거울처럼 빛나는 자신의 방패를 빌려주어 그가 메두사를 직접 바라봐도 돌이 되는 일 없이 그 머리를 베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래서 페르세우스는 감사의 뜻으로 바친 메두사의 머리를 아테나는 자신의 방패 한가운데에 붙여서 자기를 상징하는 것으로 하였던 것이다.
결국 황금색 빛나는 머리에 보석으로 장식하고 뒤에는 에로스가 앉아 있는 가운데 여신이 아프로디테이고, 사과를 들고 한참을 심사숙고하는 파리스 뒤에 나무에 기대선 이는 제우스신의 전령 헤르메스이다.

그림2. 루벤스 작: '파리스의 심판'(1638~39),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루벤스가 1639년에 그린 ‘파리스의 심판’은 그 전해에 그린 그림과 내용은 같은데 심판관의 위치가 우측에서 좌측으로 바뀌었고 따라서 세 여신도 배면을 그렸던 것을 전면을 그려 여신들을 앞면에서도 보고 평가하였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전술한바와 같이 사람의 피부가 황색을 나타내는 것을 ‘싼토데르마’ 황피증이라 하는 것은 이 신화에서 유래 되었으며, 황달이나 약물중독 때 본다. 약물중독 가운데는 황피증만이 아니라 황시증(黃視症 Xanthopia)이라 해서 사물이 노랗게 황색으로 변해 보이게 하는 부작용을 지닌 것이 있는데 화가 중에 황시증에 걸려서 명작을 남긴 것이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90)이다.

그림 3. 반 고흐 작: '해바라기' 1888, 런던, 국립 미술관

반 고흐는 그의 그림에서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기기묘묘한 노랑, 황금 색조의 찬란한 빛깔을 얻기 위해 고심했다. 그런 와중에 압생트라는 술을 마시고 해바라기를 보면 불타는 듯 찬란한 황금색으로 보이며, 술 마시지 않고 보는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그 찬란한 황금빛을 캔버스에 올리기 위해 자주 마셨다.
압생트에는 무서운 독성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과음하고 난 후에 환시(幻視), 즉 황시현상으로 나타나곤 하는 찬란한 노란빛에 매혹되어 그 빛깔을 자기 캔버스에 올리기 위해 더욱 압생트를 마시며 자기 몸을 불살랐던 것이다. 그래서 얻어낸 것이 ‘해바라기(1888)’, ‘노란 집’, ‘아를의 밤의 카페’, ‘수확하는 농부와 해가 있는 밀밭’, 그리고 ‘밤의 카페의 테라스’ 등의 명화들이다.

이러한 황시증이나 황피증과 같은 병명에 사용된 의학용어의 Xantho-라는 접두어는 결국 이 신화에 나오는 싼토스(Xanthos), 즉 스카만드로스(Skamandros)강에서 시작된 것이다. 

문국진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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