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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사람들의 친구’ 김응수 박사의 ‘세상풍경 전시회’

‘흉부외과 의사는 고독한 예술가다’의 저자 한일병원 흉부외과 김응수 박사   

  • 입력 2018.07.14 14:13
  • 기자명 신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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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찰스 브코스키는 “위험한 일을 품위 있게 하는 것, 나는 그것을 예술이라 부른다”고 말했다. 세상에 위험하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냐마는 의사라는 직업역시 그 어떤 영역보다도 위험하다. 특히 생사를 넘나드는 중환자를 봐야 하는 흉부외과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기에 흉부외과 의사에게 ‘고독한 예술가’라는 말은 참으로 어울리는 말이다.

아, 나의 마음속 열쇠보관장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스크랩되어 있을까. 나를 믿었던 이들에 대한 쓸쓸함을 언제까지 곱씹으면서 살아야 할까? 나는 도봉산에 올라가게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나를 자책한다.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찬란한 햇빛을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던 나는 아직 그의 휠체어를 밀고 있다. 나는 오늘도 눈물을 글썽이다 마음 속 열쇠보관장의 여닫이문을 닫는다.

- ‘흉부외과 의사는 고독한 예술가다’의 서문 中에서- 

시와 인문학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한전의료재단 한일병원 흉부외과 김응수 박사가 ‘나는 자랑스런 흉부외과 의사다’의 후속편 ‘흉부외과 의사는 고독한 예술가다’로 선보이며, 전작이상의 따뜻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이 책에는 김응수 박사가 한일병원에서 25년간 근무하면서 만났던 환자들과의 에피소드들을 비롯해 의사로서의 단상과 참회까지 숨김없이 담겨있다. 
지금까지 여덟 권의 책을 집필하면서도 아직까지 더 많은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김응수 박사를 엠디저널이 만났다.

김응수 박사가 전하는 ‘세상 풍경 전시회’
“타고난 재능을 가진 소수를 제외하고는 시나 글, 또는 작품을 마음먹는다고 쉽게 나오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어느 시인은 ‘시는 시만 쓰려고 생각할 때만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물을 데우고, 물을 따르는 사이, 고양이가 창문 밖으로 휙 하니 지나가고, 그 자리 뒤로 무언가 피어오르는 듯할 때 예기치 않은 때 갑자기 써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나의 시에도 ‘어디에 숨어 있다 배고픈 짐승마냥 기웃대는 것일까’라고 보푸라기처럼 이는 것이 글이 아닐까요.”
병원에서 가장 바쁜 과라고 하면 단연 흉부외과를 꼽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응수 박사는 벌써 여덟 권의 책을 출간한 중견 작가다. 
이처럼 그가 다작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김 박사의 애틋하고 절실한 글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김 박사의 하루는 수술실과 진료실이 태반이지만 그 시간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글과 씨름하며 늘 허기진 사람처럼 원고를 써내려간다. 
그 덕분일까, 2011년 그는 서울문학인대회에서 ‘가장 문학적인 의료인’으로 뽑혔다. 
그동안 수많은 채널을 통해 ‘명의’로 이름을 알리며, 환자들의 감사와 존경을 받아온 김 박사. 그가 스스로 자랑스러운 흉부외과 의사라고 표현하는 이면에는 수많은 회한과 눈물이 있었다.
2009년 6월 초판을 발간한 ‘나는 자랑스런 흉부외과 의사다’는 김 박사가 ‘사랑의장기 기증운동본부’와 인연이 되어 3년간 게재된 글들을 모은 것으로, 8번이나 다시 인쇄를 거듭할 만큼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반면 이번 ‘흉부외과 의사는 고독한 예술가다’는 연재라는 제약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소재를 김 박사의 인간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았다. 
이 책은 독자를 환자처럼 대하거나 의학용어를 나열한 딱딱한 주입식 교육 서적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 냄새 가득하고 환자들의 애틋하고 살가운 모습, 그리고 질병을 둘러 싼 인간의 희로애락을 37개의 이야기에 담은 ‘세상 풍경 전시회’다. 
또한 각 장마다 등장하는 김 박사와 유명 시인들의 시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이 책만이 줄 수 있는 특별 보너스이기도 하다. 

‘의사는 아픈 사람들’의 친구
“루돌프 비르효의 주장처럼 의사는 ‘아프고 가난한 사람들의 변호사’는 아니더라도 장라레의 말처럼 의사는 ‘아픈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김응수 박사의 의료철학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의사는 아픈 사람의 친구’다. 
김 박사가 21년간 한일병원 흉부외과 환우회인 ‘한사랑’의 자문의로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모든 환자가 그의 친구이기 때문이다. 
그가 에세이를 쓰고, 시를 쓰고, 생사를 오가는 병상에서도 뒤로는 눈물을 곱씹더라도 환자 앞에서 웃음을 잃지 않는 것은 그가 의사이기 때문이고, 환자는 모두 자신의 친구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흉부외과 의사로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의사라는 명예보다 더 많은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어디에선가는 그의 책을, 그의 시를 읽고 흉부외과를 지원하는 이들이 생겼다. 
김 박사는 “나는 글로 또 누군가를 고행의 길로 인도했다”고 말하지만, 스스로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것은 또 그들의 선택이니까. 
김 박사는 이 책을 마치며 또 다른 책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로 한일병원 25년을 맞는 김응수 박사, 그는 새로운 내일을 준비하며 또 우리에게 어떤 선물을 건네줄까 고민하는 그에게 ‘고독한 예술가’는 참으로 잘 어울리는 단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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