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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사시인회 제6집, ‘왜 우리는 눈물이 나는 걸까?’

23일, 인사동에서 제6회 공동시집 출판기념회 개최

  • 입력 2018.07.20 10:37
  • 기자명 신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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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냉기(冷氣)

언어에도 냉기가 있다.
그러니까 실패한 단어를 만졌기 때문이다.
언어가 차가운 꽃이 되어 나무의 꿈속으로 들어간다.
나무는 꽃을 품고 모국어(母國語)의 잎을 피운다.
문장도 나룻배가 되어 나무 앞에 정박한다.
바다라는 언어에는 물은 없다. 단지 그렇게 지시할 뿐이다.
먼 이국에서 모국어를 쓰고 모국어를 읽을 때
왜 우리는 눈물이 나는 걸까?
언어에도 감정이 있어 젖은 눈빛을 가진 문장이
푸른 눈의 프랑스 벌목공에게 푸른 물고기를 건넨다. 
흐르는 문장에서 고기를 잡는 일은 쉬운 일이었다. 
문장을 빠져나온 단어들이 위치를 바꾸어 서서 걸어간다.
푸른 눈의 프랑스 사람의 마음을 문장이 읽는다.
그렇다면 문장은 모래가 아니다. 문장은 강물도 아니고
시인이 가지고 노는 놀이기구이다. 라고
강물이 주장하지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문장도 있다. 
그러나 언어가 빠져나온 문장이 문장일 수 있는가?
희망이 놀라고 절망이 잠을 자는 틈을 이용해
별들이 천국 문(門)을 열자
문장의 문을 열고 언어들이 지느러미를 흔들며 하늘로 올라간다.
결국 언어에도 냉기가 있다는 증거를 보는 것이다.

- 김경수 詩 -

지난 23일, 인사동 옥정에 가슴 따뜻한 의사 시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은 한국의사시인회가 지난 해 출간한 다섯 번째 시집 ‘그리운 처방전’ 이후 1년 만에 새롭게 선보인 여섯 번째 공동시집 ‘왜 우리는 눈물이 나는 걸까?’의 출판 기념회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 시집에는 스무 명의 회원들(한현수, 김기준, 김세영, 유담, 김호준, 박권수, 조광현, 허준, 김승기, 김완, 홍지헌, 송세헌, 권주원, 정의홍, 김경수, 서화, 김연종, 이용우, 주영만, 박언휘)이 각자의 감성을 담은 세 편씩의 작품을 모았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는 다양한 필진들의 시 세계는 물론 시작 메모를 통해 바쁜 일상 속에서 어떻게 시가 피어나는지를 전하고 있다. 

아울러 시가 사라져가는 시대를 안타까워하는 마음들이 고스란히 담았다. 
한국의사시인회 김승기(영주 김신경정신과의원 원장) 회장은 “우리가 시를 쓰면서 내면의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나름대로의 목표가 생겼고, 우리 안에서도 여러 성향의 시 세계의 가지가 뻗어가고 있다”며, “여섯 번째 시집을 내면서 또 하나의 나이테가 생겼고, 우리가 좀 더 성숙해지고 굵어져 내년에는 또 다른 이상의 결과가 나올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시집을 제작한 시인동네 고영 주간은 “이번 시집은 마치 사계절을 하나로 응축해 놓은 것처럼 다채롭고 변화무쌍하며, 그 안에는 희로애락이 담겨 있고, 많은 회원들의 색다른 시선들이 교차해 만들어낸 무지개가 시집 끝에 서려 있다”며, “우리는 그것을 희망이라 불러봄직하다, 생활이 키워낸 언어가 냉철하고 날카로운 감각이 빚어낸 언어가 물끄러미 희망에게로 데려다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시집의 제목은 김경수(김경수내과의원 원장) 시인의 작품 ‘언어의 냉기(冷氣)’에 구절을 인용했다. 

“풍경이 나에게 말을 걸었고, 나는 다만 빠르게 받아 적었을 뿐이다”라는 빈센트 반 고흐의 말처럼, 시(詩)란 풍경과 사람 사이에 교감이 일어날 때 태어난다. 그렇지만 아름다운 풍경만으로는 시가 되지 않는다. 시인이란 생의 무질서와 상처를 끊임없이 풍경으로 바꾸려고 하는 자이다. 풍경과 사람, 사람과 사람, 그리고 세상이 어우러져 공명(共鳴)을 불러일으킬 때, 좋은 시는 태어난다. 색(色)이나 말(言)이 세상을 향해 화이부동(和而不同)할 때 비로소 그림이 되고 시가 될 수 있다.

- 김완 시인의 ‘시작 메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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