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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훈풍 타고 재조명 받는 가요 ‘뒤늦은 후회’ 1985년 남매듀엣가수 ‘현이와 덕이’ 발표…최진희, 평양공연 때 열창. 애절하고 슬픈 서정적 가사·멜로디, 북한 김정은 위원장 애창곡 ‘눈길’

창 밖에 내리는 빗물소리에 마음이 외로워져요
지금 내 곁에는 아무도 아무도 없으니까요
거리에 스치는 바람소리에 슬픔이 밀려와요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아서 살며시 눈 감았지요
계절은 소리 없이 가구요 사랑도 떠나갔어요
외로운 나에겐 아무 것도 남은 게 없구요
순간에 잊혀져갈 사랑이라면 생각하지 않겠어요
이렇게 살아온 나에게도 잘못이 있으니까요
계절은 소리 없이 가구요 사랑도 떠나갔어요
외로운 나에겐 아무 것도 남은 게 없구요
순간에 잊혀져갈 사랑이라면 생각하지 않겠어요
이렇게 살아온 나에게도 잘못이 있으니까요
이렇게 살아온 나에게도 잘못이 있으니까요 

지난 4월 1일 밤 평양 동평양대극장. 이날 우리 예술단의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 때 가수 최진희가 ‘뒤늦은 후회’(장현 작사, 장덕 작곡)를 부르자 관중들 박수가 쏟아졌다. 공연 다음날 평양의 유명 냉면집 옥류관에서 언론취재진과 만난 최진희는 ‘뒤늦은 후회’를 부르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녀는 “준비하는 쪽에서 ‘뒤늦은 후회’를 부르라고 했다”며 “그 노래가 뭔지도 모르고 왜 내 노래도 아닌 걸 불러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노래를 제대로 준비도 못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어제 김정은 위원장(1984년생)이 내려와 저랑 악수를 하는데 ‘그 노래를 불러줘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해 왜 나더러 ‘뒤늦은 후회’를 부르라고 했는지 알겠더라”고 덧붙였다. 평양 공연무대엔 조용필, 최진희, 이선희, 윤도현, 백지영, 서현, 정인, 알리, 강산에, 레드벨벳, 김광민 등이 참여해 노래를 불렀다.

‘김정일 애창곡’ 설도 있어 
이런 내용들이 매스컴을 타면서 추억의 가요 ‘뒤늦은 후회’가 한반도 훈풍을 타고 재조명 받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져 세계적 뉴스메이커가 된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애창곡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일설엔 이 노래가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의 애창곡이었다는 말도 나돈다. 노래 분위기가 독재자의 정서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란 전문가들 분석이 설득력을 갖게 한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지만 진정으로 따르는 사람이 없어 개인적으론 외롭고 후회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견해다.
이 노래의 가사는 무척 애절하고 구슬프며 후회로 가득하다. “한반도를 위기로 몰고 간 북핵·미사일 실험과 개발에 ‘뒤늦은 후회’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일부 누리꾼들 시각과 같은 분위기의 노래다.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 화해무드 속에 섣불리 경계심을 늦췄다가 우리가 이 노래 제목처럼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보수층들의 경고도 없지 않다. 다양한 시각과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최진희의 북한 공연내용이 KBS, MBC, SBS 등 주요 TV방송에 녹화방영 되자 이 노래에 궁금증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더욱이 33년이나 지난 옛 가요를 30대의 젊은 김정은 위원장이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도 있다. 

평양공연 후 노래교실 애창곡 1위
화제가 되고 있는 ‘뒤늦은 후회’는 최진희의 취입곡이 아니다. 최진희가 그 노래를 맨 처음 부른 원창(元唱)가수가 아니란 것이다. 1970년대 인기 남매듀엣가수였던 현이와 덕이가 주인공이다. 현이는 오빠 장현, 덕이는 여동생 장덕을 말한다. 1985년 6월 30일 서라벌레코드 발매로 선보인 현이와 덕이의 정규음반 2집 B면 두 번째 곡으로 실렸다. 그 음반엔 ‘너 나 좋아해 나 너 좋아해’ 히트곡과 ‘이젠 안녕’, ‘해바라기 사랑’ 등의 노래가 담겼다. ‘너 나 좋아해 나 너 좋아해’는 인기곡차트 10위권에 오르는 등 널리 알려졌지만 ‘뒤늦은 후회’는 주목받지 못했다. 
그처럼 빛을 보지 못했던 이 곡이 올봄 평양공연 후 상황이 달라졌다. 전국 주요 노래교실 애창곡 1위로 올라가는 등 뒤늦게 인기다. 방송전파를 타고 노래방에서도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적잖다. 지난 5월 14일(월) 오후 방송된 KBS 1TV ‘가요무대’에서도 ‘뒤늦은 후회’가 불렸다. 흰색 원피스를 입고 무대에 오른 최진희는 평양공연 때의 감동을 재현했다. 감성 가득한 목소리와 뒤늦은 후회와 그리움을 담은 가사가 어우러졌고, 목소리만으로도 풍성한 무대가 펼쳐졌다. 최진희의 안정적인 고음과 무대매너에 관객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박수를 보냈다. 게다가 리메이크곡으로도 만들어져 지난 5월 2일 정오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다.
‘뒤늦은 후회’가 큰 인기를 끄는 비결은 무엇일까. 서정적인 가사를 먼저 꼽을 수 있다. 경쾌하면서도 잔잔히 흐르는 멜로디(4분의 4박자/슬로우고고)에 외로움, 쓸쓸함, 아쉬움을 나타내는 노랫말이 곳곳에 나온다. ‘창밖에 내리는 빗물소리에 마음이 외로워져요∼’, ‘외로운 나에겐 아무 것도 남은 게 없고요 순간에 잊혀져갈 사랑이라면~’ 등의 구절에선 고독과 애절함, 후회가 묻어난다. 비 오는 날 혼자서 조용히 들으면 더욱 감성적으로 젖어든다. 지난 삶과 인생을 정리하는 실버세대들에겐 가사내용이 현실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다는 반응이다. 그래서 노래를 부르고 나면 차분해진다. ‘내 곁에는 아무도 없다’는 대목에선 서글픔이 몰려온다. 실연당한 뒤의 외로움을 표현한 통속적 내용이지만 마지막 가사 ‘이렇게 살아온 나에게도 잘못이 있으니까요’라는 참회의 결론이 꽤 심오하다. 마디마다 8분음표로 빠르게 이어 부르는 부분도 이 노래의 특징이다. 악보 곳곳에 8분 쉼표가 있어 부르기 쉽고 감칠맛도 난다. 
‘뒤늦은 후회’는 올 2월 26일부터 방영되고 있는 KBS 2TV 일일드라마(월~금, 오후 7시 50분) ‘인형의 집’ 삽입곡(OST)으로도 쓰이고 있다. 최근 뮤직비디오로도 만들어져 발매된 ‘뒤늦은 후회’는 가수 송하예가 발라드풍으로 불렀다. 주부시청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트로트가수 윤수현, 은하수 등도 리메이크해 불러 가요 팬들을 파고들고 있다. 

장현·장덕, 모두 젊은 나이에 ‘요절’
 이 노래를 만들고 부른 현이와 덕이는 ‘한국의 카펜터스(Carpenters, 남매로 이뤄진 미국의 팝그룹)’라 불린다. 장현, 장덕이 본명이지만 이름만 따서 현이와 덕이로 활동했다. 현이가 1956년생으로 오빠이고 덕이가 1962년생으로 여동생이다. 1970년대~80년대 젊은 나이로 활동해서 요즘 시니어들의 사랑을 받은 가수다. 현이와 덕이는 1976년 가요계에 데뷔했다. 장현이 19세, 장덕이 14세 때다. 장덕은 안양예고 시절 여가수 진미령의 ‘소녀와 가로등’을 작곡, 국제가요제에서 상을 받고 싱어송라이터로 재능을 일찍 인정받았다. ‘순진한 아이’, ‘꼬마인형’, ‘일기장’ 등 히트곡들도 냈다. 
그러다 가정사로 한 때 활동이 뜸했던 이들은 1980년대 들어 다시 뭉쳐 옛 인기를 되찾았다. 미국에서 장덕이 돌아온 1980년대 중반 듀엣을 다시 만들어 활동하면서다. 이후 장덕은 취입곡 ‘님 떠난 후’의 빅히트로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두 사람은 여러 편의 하이틴영화에 함께 출연하면서 청춘스타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개인사는 비극적이다. 부모의 이혼, 미국 유학, 현이의 조기결혼, 덕이의 이혼 등으로 곡절이 많았다. 둘은 그런 환경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요절했다. 여동생 장덕은 1990년 2월 4일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오빠 장현은 그해 8월 16일 설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장덕은 어릴 때부터 앓아오던 불면증, 우울증으로 수면제와 기관지확장제를 너무 많이 먹어 집에서 눈을 감았다. 1989년 설암 판정을 받고 음악활동을 멈춘 장현은 투병 중 비보를 전하게 됐다. 어린 시절 불우한 가정사로 고생했던 장덕은 오빠 간호에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우울증이 도졌다. 1989년 발표한 노래 ‘예정된 시간을 위하여’는 자신의 죽음을 예고하는 것 같았다. 이들 남매의 잇따른 죽음은 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두 사람 각각 34세, 28세란 꽃다운 나이여서 더욱 그랬다. 

[엠디저널]

왕성상 편집국장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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