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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따라 법도 바뀌어야

-원격의료는 4차 산업혁명시대 세계적 추세

  • 입력 2018.08.01 11:16
  • 수정 2019.04.02 17:36
  • 기자명 황종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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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 그렇다, 신체 건강은 삶을 영위하는 기본조건이다. 재물, 권력, 명예 등 인간이 성취하고자 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원초적 ‘힘’이 바로 건강인 것이다.

2200여 년 전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황제내경(黃帝內經)> 소문(素問)편은 건강과 관련해 “자연의 규칙에 조화를 이루어 먹고 마심에 절제가 있으며, 행동거지에 일정한 규칙이 있고 헛되이 수고로움을 짓지 않아야 신체와 정신이 온전히 갖추어져 천수를 누릴 수 있다.(符合自然的規律 飮食夠節制 起居有常規 不過份操勞 所以能夠使身體與精神都健全 而能享受自然賻予的年壽)”고 가르치고 있다.

‘내경’의 지도는 계속된다. “그러나 술을 물처럼 마셔대고 망령된 행동을 일삼아 오히려 술에 취한 후에 부부생활을 하여 정기를 고갈시키고, (중략) 마음의 쾌락만을 애쓰고 삶의 즐거움에 절제가 없으니 나이 오십에도 쇠약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건강은 개개인이 규칙적인 운동과 절제된 삶, 이웃에 베풀며 맑고 향기롭게 살고자 하는 고운 마음 등이 어우러져야 가능한 일이다.

ICT 경쟁력 갖춘 한국의 미래 성장동력

하지만 현대엔 사정이 달라졌다. 아무리 개개인이 노력해도 사회 환경 자체가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숱한 육·해·공 교통사고, 각종 기계 및 기구의 안전사고, 미세먼지 공습 등 인간의 건강에 위해를 가하는 요인들이 널려 있다. 국가 사회적 책임으로 돌아가는 사건사고가 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과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행,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이농으로 농어촌의 공동화(空洞化) 심화 등은 여러 정치사회적 갈등을 낳고 있다.

원격의료 시행 여부는 단적 사례라고 하겠다. 정부는 의료계와 협의 하에 원격의료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세계적으로 의료서비스가 첨단기술로 가고 있는데 도외시하다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원격의료는 환자가 직접 의료기관에 가지 않고 정보기술(IT) 기기를 이용해 화상 등으로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으로 인한 개인 병·의원의 도산, 의료 질 하락 등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원격의료로 모든 진료를 한다는 게 아니라 거동 불편자, 장애인들, 격오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의료진이 1차 진료를 커버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의료계와 상호 윈-윈할 수 있도록 신경 쓰면서 제도를 다듬겠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서울 대형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의료전달체계를 손볼 예정이다. 만성질환은 동네병원에서 관리하고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급성 질환을 치료하는 쪽으로 수가와 인센티브 체계를 정비한다는 복안이다. 동네 의사들이 지역에서 존경을 받으면서 진료할 수 있도록 '주치의 제도'를 확대해 만성병을 관리한다면 환자와 신뢰관계가 쌓여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형병원 환자 쏠림 막고 의료 질 향상 과제

의료계의 반발에 그동안 옴짝달싹하지 않던 정부의 입장이 바뀐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는 2000년부터 올해까지 19년째 원격의료 시범사업만 벌이고 있는 중이다.

사실 원격의료는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기반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피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이다. 의사 못지않는 진단율을 자랑하는 IBM의 인공지능(AI) 컴퓨터 ‘왓슨’이 대표적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ICT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미래 성장동력이다. 규제에 막혀 일을 못한다는 건 안 될 말이다.

미국은 1990년대부터 윈격의료를 전면 허용했다. 전체 진료 6건 중 1건이 원격의료일 정도로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일본은 1997년 원격의료법을 전면 개정한 뒤 지난 4월에는 만성질환자의 원격의료 서비스에 건강보험을 적용했다. 의료 서비스에 대한 국민 편의성과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두되 의료계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묘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비자는 ‘시대에 따른 법 개정(準事變法)’을 전제, “사회 환경에 따라 알맞게 법을 고치고, 공공의 이익을 좇아 법을 받들면 골고루 이익을 나눌 수 있다.(系事通時依變法 從公奉法得平均)”고 환기시켰다. 백성의 삶을 옥죄는 과도한 법과 제도도 문제지만,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시의적절한 법과 제도, 조례의 뒷받침 또한 긴요하다.

황종택

향교에서 한학을 공부했다. 전북대학교 국문학과와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석사)을 졸업했다. 중·고교 국어 교사를 거쳐 언론계에 입문해 세계일보 편집국 부국장과 논설주간,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역임하고 녹명문화연구원 대표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