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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갉아먹는 일상의 파괴자, 두통

대한두통학회 김병건 회장 INTERVIEW

  • 입력 2018.08.02 11:06
  • 기자명 신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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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현대사회는 불규칙한 생활습관이나 스트레스는 오히려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복잡해졌고, 두통 환자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단순한 증상이라고 방치하다보면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는 심각한 질병이라는 것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두통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절대 알지 못하는 고통이다. 두통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누구나 살면서 한 번은 경험하고, 두통이 있다고 해서 생명에 심각한 지장을 미치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병원을 가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두통의 한 단면일 뿐, 학교나 직장생활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심한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두통은 말 그대로 ‘머리가 아픈’ 증상이며, 그 자체가 질병이기도 합니다. 두통을 일으키는 원인 질병은 수백 가지가 있는데, 그 중 긴장형 두통과 편두통이 가장 흔합니다. 특히 편두통은 두통의 강도가 심하고, 동반증상으로 인해 질병 가운데 삶의 질을 가장 심각하게 떨어지는 두 번째 원인 증상으로 장애도가 큰 질환입니다.”

대한두통학회 김병건 회장(을지병원 신경과 교수)는 두통이 증상이자 곧 질병이라고 말한다. 두통은 개인과 가정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인 문제로 확대되고 있고, 세계보건기구에서도 두통의 심각성을 알리는데 적극 노력하고 있다. 이에 MD 저널은 두통 위험성을 알리고 이에 대한 치료와 예방에 대해 김병건 회장을 만났다.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질환

지난 해 대한두통학회는 30~50대 기혼여성(직장인 250명, 전업주부 2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직장여성 중 65.6%(164명)이 최근 3개월 내 두통 때문에 업무를 비롯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었으며, 전업주부는 58%(145명)이 심각한 두통을 겪었다고 답했다.

또 두통은 전 세계 인구의 90% 이상이 일생에 한 번쯤은 경험하고, 우리나라 국빈 중 여자의 72.9%, 남자의 63.0%는 적어도 일 년에 한 번 이상 두통으로 고통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통은 개인은 물론 사회적 생산성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여러 나라 통계가 잘 나타나 있으며, 우리나라의 겨우 두통환자 10명 중 1명이 두통으로 인해 지난 3개월 간 결근이나 결석, 그리고 가사일 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한 WHO는 삶의 질을 무너뜨리는 4대 질환으로 4대 질환으로 정신질환, 사지마비, 치매, 그리고 두통을 선정했습니다.”

두통은 뇌종양과 같은 위험한 질병의 한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는 5% 미만의 아주 드문 경우다.

오히려 두통 환자 중 정밀 검사를 시행해도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 이런 것을 다른 질병의 증상이 아닌 원래부터 있는 두통이라고 해서 ‘원발두통’이라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원발두통으로는 편두통, 긴장형두통, 군발두통, 원발찌름두통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 4가지 증상이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그에 비해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 즉 특정한 질병의 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두통을 이차두통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외상, 뇌혈관질환, 뇌종양과 같은 기질적 뇌질환, 감기 등 열을 동반하는 질환이나 약물, 알코올 등에 의한 경우, 내과질환으로 기인한 두통 등이 포함된다.

 

두통 치료의 새로운 전기 마련된다!

지난 8일 대한두통학회는 ‘2018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이날 ‘국제두통질환분류 제3판 한글판’의 발간과 새로운 두통 치료제를 소개했다.

국제두통질환분류 제3판 한글판은 4년간에 걸쳐 베타판의 현장시험을 통해 사용장의 의견을 반영해 출판됐고, 국내에서는 김문수 교수(성균관의대 신경과)를 위원장으로 15명의 번역집필진과 함께 번역해 이번 학술대회에 정식으로 소개하게 됐다.

“진단을 위한 객관적인 생체지표 등이 거의 없는 두통질환의 경우 분류체계와 진단기준의 변천에 대한 이해는 두통질환의 이해에 초석이 될 수 있습니다. 향후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모든 임상연구와 의학교육에서 이 새로운 분류법 및 진단기준이 폭 넓게 사용될 것입니다.”

김병건 회장은 국제두통질환분류 제3판 한글판을 통해 의료인들의 교육과 수련에 필수 교재로 자리매김할 것을 기대했다.

대한두통학회는 그간 두통학 교과서, 편두통진료지침, 한글두통용어집, 환자용 두통안내책자, 선별설문지 등의 책자 및 설문지를 발간했다.

또한 올해 가을에는 ‘편두통예방치료 진료지침’을 공개할 예정이다.

“편두통예방치료 진료지침은 2012년 미국신경과학회의 편두통예방약제 평가를 토대로 그 후 8년간 논문들을 분석해 정리한 진료지침입니다. 무엇보다도 예방약제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진료시점이나 기간 등을 명시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이날 무엇보다도 올해와 내년에 새롭게 출시 될 두통치료제에 대한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지금까지의 두통 치료는 예방 치료와 급성기 치료로 나눠집니다. 예방 치료는 베타차단제와 항전간제, 항우울제, 혈압약이 있으며, 만성두통에는 보톨리눔독소를 사용했습니다. 급성기 치료에는 주로 트립탄 계열의 약이 쓰였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사용된 약들은 부작용은 물론 여러 가지로 제한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올해와 내년에 걸쳐 부작용은 현저히 줄어들고, 효과는 더욱 뛰어난 두통 치료제가 출시될 예정입니다.”

기존의 예방약들인 베타차단제나 항뇌전증약 항우울제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어지럼이나 졸림을 유발하는 등 많은 부작용이 있어 사용이 제한되어 왔는데, 이러한 부작용을 많이 감소시킨 새로운 약제가 올해 출시되었거나 될 예정이다.

대표적인 약제가 편두통을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인 CGRP를 차단하는 약제들이다. 그 중 CGRP항체는 예방약제로 CGRP길항제는 급성기 치료약으로 효과가 입증되었다. 또 기존의 트립탄제는 세로토닌 1B/1D 수용체에 작용했는데 심뇌혈관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뇌졸중환자나 허혈성심질환 환자에게는 사용이 제한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에 세로토닌 1F에 작용하는 디탄제가 두 개의 3상 연구를 마쳤고, 연말 FDA 승인을 앞두고 있다.

두통학회, 두통 인식 개선 위해 발 벗고 나선다!

“두통은 일상에서 빈번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오히려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삶의 질은 물론 사회적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가장 심각한 요인 중 하나입니다. 이에 대한두통학회는 두통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대한두통학회는 2016년부터 ‘두통도 병이다’라는 슬로건으로 두통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또한 매년 1월 23일을 ‘두통의 날’로 지정해 두통환자 연구는 물론 전국 병원을 대상으로 편두통 건강강좌를 열고 있다.

지난해에는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 자료를 발표했고, 올해는 두통이 있는 학생들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의 두통이 학교생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사실 자녀가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 ‘공부가 하기 싫어서’ 핑계를 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두통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심각한 질병으로 인식되어야 합니다.”

이번 두통학생 실태 조사 결과는 내년 ‘두통의 날’에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8월 일반인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두통 관련 홈페이지를 제작해 공개하며, 가을부터는 두통 환자들의 수기를 공모한다. 또한 동영상 두통 홍보 자료도 제작 중에 있다.

또 두통 중에서도 고통이 심한 군발두통 환자를 위한 환우회도 만들고 있다.

환우회가 결성이 되면 지금까지는 만성 폐쇄성폐질환에만 보험이 적용되던 산소치료를 두통환자에게도 실시되도록 적극적으로 건의할 예정이다.

한편 김병건 회장은 두통은 반드시 두통 전문의를 찾으라고 조언한다.

“두통에 대해서 의사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두통에 대해서는 신경과 내에서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지요. 그 이유는 두통이 우리나라에 학문적으로 소개된 것이 불과 20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홈페이지가 개설되면 두통 전문의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공개할 예정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두통 전문의는 약 100여 명 정도가 있으며, 새로운 치료방법이 소개되면서 그 수는 점차 증가할 예정이다.

두통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무작정 참는 것’이다. 따라서 두통이 심해지면 단순히 스트레스나 생활습관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반드시 두통 전문의를 찾아 치료를 받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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