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제주도 여행 때 듣고 부르면 좋은 대중가요 ‘제주도의 푸른 밤’

‘들국화’ 멤버 최성원, 제주 머물며 작사·작곡해 취입, 성시경이 리메이크해 불러 크게 히트…드라마, 영화도

  • 입력 2018.08.31 10:46
  • 기자명 왕성상 편집국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이제는 더 이상 얽메이긴 우리 싫어요 
신문에 TV에 월급봉투에
아파트 담벼락보다는 바달 볼 수 있는 창문이 좋아요 
낑깡 밭 일구고 감귤도 우리 둘이 가꿔 봐요 
정말로 그대가 외롭다고 느껴진다면 
떠나요 제주도 푸른 밤하늘 아래로 

떠나요 둘이서 힘들게 별로 없어요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그동안 우리는 오랫동안 지쳤잖아요 
술집에 카페에 많은 사람에
도시의 침묵보다는 바다의 속삭임이 좋아요 
신혼부부 밀려와 똑같은 사진 찍기 구경하며 
정말로 그대가 재미없다 느껴진다면
떠나요 제주도 푸르매가 살고 있는 곳

[엠디저널]최성원 작사·작곡의 ‘제주도의 푸른 밤’은 제주도 공식노래라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 부르는 대중가요다. 1988년 싱어송라이터(Singer-songwriter) 최성원의 솔로음반 1집 첫 머리에 실린 발라드곡으로 음색이 감성적이며 독특하다. 제주도는 최성원이 한 때 그가 소속됐던 노래그룹 ‘들국화’의 해체로 힘들었던 때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 들렀다가 빠져든 곳이다. 이 과정에서 그의 대표곡 ‘제주도의 푸른 밤’이 태어났다.

조금 빠르게 여럿이 부르면 경쾌한 노래
최성원이 노래를 만들고 취입한 사연이 있다. 작곡가 김욱 씨(1938년 12월 15일생)와 관련 있다. ‘돌고 돌아가는 길’, ‘님 그림자’, ‘파랑새’ 등을 작곡한 김 씨가 제주도에 살았다. 그때 최 씨가 그 사람 집에서 한 달쯤 머물며 만든 노래가 ‘제주도의 푸른 밤’이다. 노랫말에 나오는 ‘푸르매’는 김 씨의 딸 이름이다. 푸르매는 공군의 고유색인 푸른색의 ‘푸르다’와 공군의 상징 ‘보라매’의 합성어다. 우리나라의 푸른 하늘을 지키는 보라매란 뜻이다.
‘제주도의 푸른 밤’은 성시경, 유리상자, 태연 등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해 오랫동안 불리는 명곡이다. 그 가운데 2004년 5월 성시경이 낸 음반이 돋보인다. 4분의 4박자로 성시경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고만 있어도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다. 시원한 바다바람이 부는 여름 잔잔한 리듬이 흐르는 곡으로 여행을 떠날 때 들으면 안성맞춤이다. 푸른 바다, 맑은 햇빛, 노랗게 핀 유채꽃이 가득한 제주도 풍광을 그리면서 들으면 몸과 마음은 그곳에 가있는 느낌이다. 보사노바(쌈바와 재즈가 섞인 장르) 곡으로 신혼여행지가 제주도면 잘 어울리는 결혼축가다. 조금 빠르게 여럿이 부르면 더욱 경쾌하다. 1절 노랫말에 나오는 ‘낑깡 밭’은 제주도 말이다. 낑깡의 표준어는 ‘금귤.’ 일본서 들어온 작은 귤처럼 생긴 것으로 맛이 달고 시며 껍질째 먹을 수 있다. 

최성원, ‘한국 록의 전설’…제주도 귀농
최성원 곡을 리메이크해 음반타이틀곡으로 쓴 성시경의 ‘제주도의 푸른 밤’(11만장 판매)은 2004년 초 음반시장을 휩쓸었던 이수영의 ‘Classic’(30만장 판매) 등과 함께 리메이크앨범들이 맥을 못 췄던 가요시장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올렸다. 
노래가 히트하면서 같은 제목의 드라마도 나왔다. 2004년 KBS-2TV 단막극 ‘드라마시티-제주도 푸른 밤’(연출 김규태)이 그것이다. 박지숙 작가 당선작으로 김민주(희숙 역), 엄태웅(기태 역), 김윤석(경수 역), 김갑수(노숙자 역) 등이 출연했다.
노래는 2005년 영화 ‘애인’에도 소개됐다. 하루 동안의 짧은 불륜을 다룬 영화는 내일이면 아프리카로 떠나는 남자와 결혼을 앞둔 여자의 만남을 그린 것이다. 둘은 일상생활의 일탈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끼며 첫눈에 끌려 깊은 관계를 갖는다. 영화 중간 연주곡으로 잔잔히 흘러 또 다른 맛을 준다. ‘제주도의 푸른 밤’은 배우 장동건이 나오는 CF(Speed 011 영상메일편)에 삽입곡으로도 소개돼 눈길을 모았다. 
이 노래를 만들고 처음 취입했던 최성원(1954년 2월 9일생)은 ‘한국 록의 전설’로 통한다. 고려대 물리학과(1973학번) 입학 때부터 노래를 좋아한 그는 양병집의 음반작업에 통기타반주로 참여하는 등 프로세션맨으로 활약했다. 뚝섬스튜디오에서 조동진의 후임으로 월급세션맨을 했고 가수 이장희가 방송DJ를 맡았던 ‘0시의 다이얼’에 반년쯤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대학재학 중이던 1979년 고려대 동문인 이영재, 이승희와 함께 프로젝트음반 ‘이영재, 이승희, 최성원’에 참여하며 가수로 데뷔했다. 이후 ‘우리 동네 전시회’란 프로젝트음반에도 솔로가수로 참여했다. 1983년엔 노래그룹 ‘들국화’의 베이시스트로 합류했다. 그는 낭만적이고 로맨틱한 사랑(‘제주도의 푸른 밤’, ‘매일 그대와’)을 노래했고 순수한 세상(‘파란 하늘만’, ‘솔직할 수 있도록’)도 꿈꿨다. 2011년 2월엔 디지털싱글음반 ‘사람의 풍경’을 냈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부드럽고 서정적인 목소리는 여전하다. 
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작곡한 아버지(최영섭)로부터 뛰어난 작곡능력을 받은 그는 한 때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다. 제대 뒤엔 CM송을 작곡하거나 음반제작에 관여하며 신촌의 ‘모노’ 카페에서 통기타로 노래 부르던 전인권, 허성욱 등을 만나 ‘들국화’를 결성했다. ‘들국화’에서 음악감독을 맡았고 해체 뒤엔 동아기획 소속가수들 음반제작에 참여한 그는 아름다운 곡들과 편곡, 아기자기한 노랫말들을 만들었다. ‘들국화’의 대표적 히트곡 ‘그것만이 내 세상’, ‘매일 그대와’, ‘제발’ 등을 작곡해 ‘들국화’의 음악정체성을 만드는 데 한몫 했다. 특히 그가 재합류해 만든 ‘들국화’ 1집 음반 ‘행진’(1985년)은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리스트 1위를 차지한 전설적 명반이 됐다. 

최성원이 낸 첫 앨범은 전곡이 사랑을 받으며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이별이란 없는 거야’, ‘제주도의 푸른 밤’은 심야 라디오방송을 강타했다. ‘이제는’, ‘난 이제’ 등이 그의 여린 음성으로 전해져 인기를 끈 것이다. 한 번 들으면 또 찾는 마약 같은 멜로디들로 가득했다. 여러 가수들 음반을 기획하고 만들던 그는 1990년 두 번째 음반을 냈다. 1집처럼 자신이 프로듀싱하고 곡을 만들었다. 타이틀곡 ‘솔직할 수 있도록’은 TV에 얼굴 한 번 나가지 않았지만 높은 순위에 오르며 저력을 보여줬다. 
2000년도 초 청주 주성대학 실용음악과 강사를 지내기도 한 그는 제주도에 귀농해 살고 있다. 2016년 9월까지 KBS 제주2라디오 ‘제주도의 푸른 밤 최성원입니다’ 방송프로 DJ로 활약하기도 했다.

방송학 석사 출신 성시경, ‘발라드 황태자’
 ‘제주도의 푸른 밤’을 리메이크해 부른 성시경(1979년 4월 17일생)은 세화고, 고려대 사회학과, 고려대 언론대학원(방송학 석사)을 졸업했다. 그는 학창시절 방황 끝에 가수의 길을 택했다. 2000년 가을 제1회 드림뮤직 신인가수 선발대회 ‘뜨악 페스티벌’ 인터넷오디션 ‘發樂(발악)’을 통해 데뷔했다. 첫 싱글음반은 2000년 11월 발매된 ‘내게 오는 길’, 2001년 4월 데뷔앨범 ‘처음처럼’이 나왔다. 그는 데뷔 후 오랜 기간 감성적 발라드로 팬들 사랑을 받고 있다. 깔끔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성들 마음을 사로잡는다. 
2008년 7월 1일 춘천 102보충대에 입대, 2010년 5월 17일 군악병으로 제대한 그는 2016년 MBC 방송연예대상 MC상을 받았다. 2006년 10월 10일 낸 음반 ‘The ballads’에 실린 노래 ‘거리에서’는 대박이었다. 그 바람에 성시경은 지금까지도 ‘발라드 황태자’ 소리를 듣고 있다. 

저작권자 © 엠디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