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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관계는 물물교환이다

  • 입력 2018.09.08 11:25
  • 기자명 박혜성(혜성 산부인과 원장, 여성성의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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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누구나 다 알다시피 원시시대의 교역은 물물교환이었다. 즉 논농사를 짓는 사람은 쌀, 닭을 키우는 사람은 닭, 과일을 키우는 사람은 과일을 가지고 자기가 필요한 것과 바꾸었다. 그리고 어떤 물건이 귀한 지역에는 그 물건이 흔한 곳에서 가지고 와서 필요한 것과 바꾸어가기도 했다. 이렇게 물물교환을 하다가 화폐가 생기고 그 물건의 가치를 화폐로 바꾸어서 화폐를 주고 사고, 팔고 하였다. 

인류 문명이 발달하면서 돈이 나오면서 물물교환의 개념은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남녀관계나 인간관계에서는 아직도 물물교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남자가 섹스를 하고 싶으면 여자에게 돈을 벌어다 준다. 여자가 아이를 낳아주면 남자는 그 아이와 그 아이의 엄마를 같이 부양한다. 그렇게 자신의 ‘달란트’를 서로 교환하는 것이다. 자기가 가장 필요한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결혼을 하기도 한다. 그것이 인간관계의 자연스러운 물물교환이다.

따지고 보면 모든 인간관계는 물물교환이다. 기업의 대표는 자본을 대고, 직원은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서로 필요한 것을 가져간다. 재미있게 얘기하는 사람은 입담과 유머, 예쁘게 생긴 사람은 다른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해 주면서, 어떤 사람은 노래를 하고, 어떤 사람은 음식을 만들어 주면서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을 얻는 것이다. 

부부관계도 인간관계이고, 물물교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하는 관계이다. 남자는 섹스가 필요해서 결혼을 결정하고 여자는 자신을 평생 보호해 줄 사람이 필요해서 결혼을 결정한다. 하지만 한 쪽에서 상대방이 필요한 것을 내어놓지 않고 받기만 하는 관계가 오래 간다면 그 관계는 끝이 나게 된다. 즉 협상이 결렬되는 것이다. 

절대 이기적인 것이 아니다. 부부 사이는 가족이니까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희생해도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 그런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 쪽이 일방적으로 주는 관계를 100년간 해야 한다면 지치지 않고 버틸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에 한 쪽이 계속 주고, 한 쪽이 계속 받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받는 쪽에서는 빨리 생각을 바꿔야 한다. 나는 상대방을 위해서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상대방은 나의 무엇과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교환하고 싶어 하는지, 내가 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남아있는지, 주어야 하는 것에 태만하지 않는지, 특히 그것이 부부 사이라면 더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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