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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와 사진, 그리고 민화의 만남,  ‘三人三樂 展’ 개최

지난 8월 9일부터 15일까지 일주일간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열려

  • 입력 2018.09.14 11:19
  • 기자명 신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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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지난 달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는 아주 이색적인 전시회가 열렸다. 아흔여섯의 아버지와 예순 여섯의 아들, 그리고 그 며느리가 함께한 서예와 사진, 그리고 민화가 어울리는 ‘三人三樂 展’이 열린 것. 서울의대 홍창의 명예교수와 홍영진 교수(前 인하의대), 그리고 민화가 김명화 작가가 바로 이번 전시회의 주인공들이다. 
서예로 ‘樂’을 표현한 홍창의 명예교수는 대한혈액학회의 발기인(1958년 창립)으로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평생을 대한민국 의학을 위해 몸 바쳐 온 위대한 스승으로 후학들의 존경을 받는 교육자이자 의학자다. 
4년 전 아내와 사별하고 이후 서예를 시작했다는 홍 명예교수의 작품에는 온갖 굴곡을 겪으면서도 겸손을 잃지 않았던 그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4년 전 어머님을 하늘로 보내드리기 전 우리 집으로 오신 아버님.
삼년 동안 어머님의 투병생활을 지키시며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치신 아버님은 소일거리로 서예를 시작하셨다.
서예는 소학교 들어가시기 전 할아버지께 배운 천자문이 전부이셨다. 
어려서 몸으로 익혔던 서체는 지금의 서체에도 남아있다 하신다.
붓을 잡으시면 한 시간을 꼬박 서서 쓰실 때도 있다.
어느 날 서예를 하시고 나오신 뒤 나에게 하시는 말씀,
“너도 그러냐?”
“네 아버님~”
서예를 하고 그림을 그리는 동안 무념무상의 시

간에 빠져들었음을 공감한 선문답이었다.』

사진으로 ‘樂’을 담은 홍영진 교수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인하의대 소아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소아청소년 감염학 연구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재주가 없는 사람도 사진은 배우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기록을 남기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의 모습을 기억이 아닌 사진에 담고자 시작한 사진, 하지만 사진을 찍으면 찍을수록 인문학적인 깊이, 예술적인 감수성, 그리고 기술적인 훈련이 부족하며, 그 한계를 절감한다며 홍 교수 역시 겸손한 자기 평가를 내린다. 
아버지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자 정년을 1년 앞당긴 홍 교수, 부족한 사진이지만 사진을 보고 좋아하는 아버님의 모습이 자신에게는 큰 즐거움이라는 그의 고백에는 ‘효심孝心’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꽃잎 하나 색칠하면 꽃이 피어나고
이파리에 색을 올리면 이파리 하나 피어나고…
하나님은 아마 농부가 아니라 화가이셨을 것 같다.
민화에 빠져 틈틈이 그려온 지 14년이 되어간다.
그림을 그리는 그 시간은 오로지 나만의 시간이었고
그 공간은 나만의 방이었다.』

민화로 ‘樂’을 물들이는 김명화 작가는 이화여대 색채디자인연구소 전통 채색화를 공부하고, 한국전통채색화 연구회원으로 활동하는 오색채담 참여 작가다. 김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자면 ‘우리의 그림이 이토록 아름다웠나’하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된다. 
서예와 사진, 그리고 민화의 향연, 하지만 한 가족이 이처럼 각자 다른 작품으로 즐거움을 나누는 모습이야말로 ‘三人三樂 展’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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