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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발생과 극복Ⅰ
  •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 승인 2018.10.1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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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정신과를 찾아오는 환자들의 증상은 다양합니다. 불안, 우울, 불면증, 두통, 대인공포, 어지러움, 자신감 없음, 가슴 두근거림, 소화불량, 망상, 환청…. 이 중에서도 가장 흔한 증상이 바로 불안입니다. 모든 증상들의 기저에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불안은 정신과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살아가면서 언제나 경험하게 됩니다. 불안에 대한 나의 견해를 먼저 이야기하고 나서 현대 심리학과 정신 분석의 기틀을 세운 프로이트가 불안에 대해 어떻게 보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난 후 붓다가 아직 깨닫지 못한 보살이었을 때 붓다에게 일어난 두려움과 공포를 극복하는 것이 잘 나타나 있는 경전을 통해 두려움과 공포의 원인과 극복에 대한 붓다의 가르침을 살펴보겠습니다. 

불안의 본질은 집착
먼저 불안에 대한 나의 견해입니다. 어떤 여자 환자는 ‘자신이 가족을 해치면 어떻게 하나’하며 불안해했습니다. 그래서 칼을 보면 그 칼로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저지를까 두려워했습니다.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정신치료를 통해 드러난 이 환자의 불안의 원인은 환자 마음속에 엄청난 화가 있고 그 화가 가까이 있는 가족에게 표출될까 두려워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환자는 크면서 부모에게 부당한 대접을 받았고 그런 현실에 대해 어린 아이로서는 어떻게 할 수 없어 불만, 화, 두려움이 자신도 모르는 가운데 마음속에 쌓였습니다. 그것이 어른이 되어 일어난 어떤 사건을 계기로 터지면서 엄청난 화와 그로 인한 불안이 생겼습니다. 이런 경우 치료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집니다. 하나는 정신치료(정신분석, 심리상담)를 통해 환자가 자신에게 왜 이런 현상이 있는지 이해하게 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병적인 상태와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계기가 되는 사건, 그리고 태어나서부터 이번 발병의 계기가 되는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치료자와 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게 하고 그런 후에 현재의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치료자와 의논합니다. 정신치료를 받으면서 터득한 것을 올바르게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힘들 때 치료자가 옆에서 힘이 되어주고 도와줍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환자는 불안으로부터 벗어나 편안하게 됩니다. 두 번째는 약물을 씁니다. 이 환자처럼 불안이 심한 경우는 약물의 도움을 받으면서 정신치료를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너무 불안이 심하면 안정된 가운데 자신의 문제를 검토하기 어렵습니다. 약을 같이 쓰면서 상담을 하여 환자가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게 하고, 그런 가운데 내적인 힘이 생기면 생긴 힘만큼 적절하게 약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약을 끊을 수 있습니다. 약을 끊은 후에는 정신치료로 자신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철저히 이해하고 해결합니다. 약이 작용하는 기전은 다음과 같습니다.
불안이 우리에게 생길 때 뇌 속에서 그에 상응하는 물질적인 현상이 일어납니다. 신경전달물질 체계에 변화가 생깁니다. 불안을 일으키는 데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인 감마-아미노부틸산(r-Amino Butyric Acid)의 수용체에 항불안제가 작용하여 불안을 줄여줍니다. 우리는 정신적인 존재인 동시에 물질적인 존재입니다. 그래서 정신적으로 불안을 느끼면 그에 상응하는 물질적·신체적인 현상이 꼭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가 되는 것은 정신적인 것입니다. 물질적인 것은 정신을 따라옵니다. 이때 물질적인 것이 또 정신에 영향을 줍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려운 일에 부딪쳐 그것을 혼자서 극복을 못하고 또 남의 도움을 받아 극복도 못하고 끙끙대면서 고민만 하고 괴로워만 하게 되면 신경전달물질 체계에 변화가 옵니다.

올바른 방법을 통한 문제 해결
물론 변화된 신경전달물질 체계가 우리에게 영향을 줍니다. 악순환이 일어납니다. 그렇지만 정신이 주가 되고 물질이 부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물질의 과도한 변화로 인한 영향은 약의 도움을 받으면서 올바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올바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붓다가 한결 같이 주장한 것입니다. 붓다의 가르침은 항상 정확한 현상 파악, 원인 분석 그리고 올바른 방법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를 보면서, 또 내 자신이나 주위의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알게 된 것은, 불안이란 본질적으로 이야기하면 ‘어떤 것이 일어나면 안 되는데’ 하는 것이 있을 때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일어나면 안 되는 그것이 일어나려는 조짐을 보이면 불안해집니다. 조짐이 없더라도 머릿속에서 그런 것이 떠오르면 불안해집니다. 물론 불안의 정도에 따라 정상적으로 느끼는 불안도 있고, 병적인 수준의 불안도 있습니다. 우리에게 무엇이 일어나든, 그것이 일어날 만하니까 일어났고, 그런 상황에서 맞게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이 일어나도 개의치 않습니다. 그럴 때 불안이 없어집니다. 그렇다고 현실에 맞지 않게 되는 대로 산다는 것은 아닙니다. 현실을 정확히 보고, 그에 맞게 대비할 것은 대비하고 살아야 합니다. 불안이 없이 살아가려면 어떠한 것에 대한 집착도 없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어떠한 것에 대한 집착이 있어 ‘그것이 일어나면 안 되는데’ 하는 것이 있으면 불안은 언제고 일어나게 됩니다. 집착을 줄이는 만큼 불안이 일어날 수 있는 토대가 줄어드는 것입니다. 사실 붓다의 가르침에 따라 사물을 본질적으로 보면 집착해야 할 것은 없습니다. 본질적으로 분석하면, 집착할 대상이 아닌 것에 집착해서 괴로워하는 것입니다. 모든 집착이 사라진 상태에서 전개되는 경지가 열반이라고 생각합니다.
『쑤브라흐만의 경』(쌍윳따 니까야 제1권 226~227쪽)에 보면 한 천신이 붓다를 찾아와 시로써 다음과 같이 간청합니다. “일어나지 않은 일이나 이미 일어난 일로, 항상 마음이 두렵고 안절부절못하겠습니다.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있으면 알려주십시오.” 붓다는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 대답하였습니다. “감각기관을 잘 다스리고, 깨달음의 요소를 닦고, 모든 것을 버려라. 그러면 괴로움을 없앨 수 있다.” 본질적으로 볼 때 집착해서는 안 될 것을 집착해서 불안과 괴로움을 받지 말고,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깨달음을 닦으라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이 이러한 경지까지 가는 것은 힘듭니다. 집착의 정도를 되도록 줄여 불안의 여지를 줄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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