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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질투와 가족파탄검사
  • 박혜성(혜성 산부인과 원장, 여성성의학회 이사)
  • 승인 2018.10.1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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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평생 순결을 증명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일까? 특히 21세기에 한 남자와 50년 이상을 살아야 하는 남자와 여자에게 그런 일을 반복한다는 것은 얼마나 감정적인 낭비일까?

최근 TV에서 검사 하나로 그녀가 몇 명의 남자와 잤는지, 처녀성을 검사할 수 있다는 방송이 나왔다. 그 이후로 이것을 문의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이 검사가 무엇이냐? 그 검사를 해 줄 수 있느냐는 상담을 하러 온다. 이 검사는 몇 년 전에 이슈가 되었다가, 잠시 멈칫 하더니 최근에 또 어떤 기자가 이슈화하려고 하면서 다시 방송을 타게 되었는데, 정답을 말하면 그런 검사는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검사 이름은 ‘항정자항체검사’로 정자 항체가 있는지 확인을 하는 것으로 임신이 안 되는 여성의 경우 불임의 원인을 검사하는 것으로 그녀에게 남편에 대한 항정자항체가 있으면 임신이 안 된다. 그래서 불임검사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한 명의 남자에게 한 개의 항정자항체가 생기면 20명의 남자와 자면 20종류의 항정자항체가 생기는 것이 맞다. 하지만 반드시 모든 여성에게 항정자항체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직업여성을 검사할 경우 항정자항체가 한 개도 안 나오는 여성이 반이라고 하니 이 검사로 그녀의 순결성을 증명하려고 하거나 그녀의 과거를 알아보려고 하는 것은 정확하지도 않고, 그리고 그 검사를 하려고 시도하면서 서로의 관계는 이미 신뢰가 깨지게 된다. 그렇게 해서 검사하는 사람의 궁금증이 어느 정도 풀릴지는 모르지만, 그가 얻는 것은 마음의 평화가 깨지고 평생 지옥인 상태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녀의 과거에 대한 궁금증은 풀린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그것에 대한 결과로 자신의 마음을 지옥으로 만들게 된다. 그래서 이 검사는 ‘가정파탄검사’라고 불리게 되었다.

남자들은 왜 여자의 순결성과 과거에 집착할까?
여자는 애를 낳으면 자신의 애가 틀림없지만, 남자는 그 애가 자신의 애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남자들은 그것을 평생 확인하고 싶어 한다. 자신이 평생 먹여 살리고 키우는 아이가 자신의 씨가 아니면 얼마나 허망하겠는가? 그래서 남자의 DNA에는 여자를 의심하고 여자를 감시하고 여자의 과거에 대해서 질투하도록 진화를 해 왔다. 그것이 극단적인 경우가 의처증인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남자는 여자의 과거와 여자의 순결성을 계속 의심하면서 산다. 그것은 남자의 숙명이기도 하고 본능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로 현명한 행동일까? 평생 의심하면서 사랑하는 것이 행복한 일일까? 평생 순결을 증명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일까? 특히 21세기에 한 남자와 50년 이상을 살아야 하는 남자와 여자에게 그런 일을 반복한다는 것은 얼마나 감정적인 낭비일까?

남자의 질투와 여자의 질투는 진화생물학적으로 필요에 의해서 생긴 산물이다. 남자는 자신의 씨를 뿌린 여자가 자신의 아이를 낳기를 바래서, 여자는 자신과 자신의 아이를 돌봐 줄 남자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질투가 생겼다. 질투를 해야 그 사람을 감시하고 또 유지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긴장시키고 조심시켜서 자신의 목적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중요한 질투가 반드시 두 사람 사이에 좋은 역할을 할까? 

어느 정도의 질투는 남녀의 애정을 나타내는 데 필요할 수도 있지만, 지나친 질투는 두 사람을 지치고 지겹게 만든다. 아마도 옛날 왕의 첩 중에 질투 때문에 사약을 받는 경우도 꽤 있었을 것이다. 귀여운 정도의 질투가 아니라, 두 사람의 마음을 지옥으로까지 만드는 질투는 두 사람의 관계를 깨뜨리게 된다. 

남자가 여자의 과거를 의심할 수도 있고 그로 인해 항정자항체 검사를 받고 싶은 유혹도 있겠지만 그로 인해 얻는 결과가 가정을 지옥으로 만드는 것이라면 신중하게 생각을 해 봐야 한다. 당연히 그럴 목적으로 검사를 해 주는 의사도 없을 것이고 정확하지도 않은, 쓸데없는 검사이다. 

우리는 100세 시대에 살고 있다. 약간의 질투와 관심을 가질 수는 있지만, 내 곁에서 밥을 해 주고 같이 생활하는 사람을 믿고 사는 것이 가장 평화롭게 사는 방법이 아닐까?  

박혜성(혜성 산부인과 원장, 여성성의학회 이사)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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