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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향취 짙게 배인 낭만적 가요 ‘가을이 오면’

이영훈 작사·작곡, 이문세 노래…1987년 3월 발표해 ‘대박’,  발라드 곡으로 ‘한국 100대 명반’ 16위…285만장 판매 기록 

  • 입력 2018.10.24 10:44
  • 수정 2018.12.07 10:14
  • 기자명 왕성상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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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가을이 오면 눈부신 아침햇살에 비친 그대의 미소가 아름다워요
눈을 감으면 싱그런 바람 가득한 그대의 맑은 숨결이 향기로와요
길을 걸으면 불러보던 그 옛 노래는 아직도 내 마음을 설레게 하네
하늘을 보면 님의 부드런 고운 미소 가득한 저 하늘에 가을이 오면
가을이 오면 호숫가 물결 잔잔한 그대의 슬픈 미소가 아름다워요
눈을 감으면 지나온 날에 그리운 그대의 맑은 사랑이 향기로워요
노래 부르면 떠나온 날에 그 추억이 아직도 내 마음을 슬프게 하네
잊을 수 없는 님의 부드런 고운 미소 가득한 저 하늘에 가을이 오면
길을 걸으면 불러보던 그 옛 노래는 아직도 내 마음을 설레게 하네
하늘을 보면 님의 부드러운 고운 미소 가득한 저 하늘에 가을이 오면
노래 부르면 떠나온 날의 그 추억이 아직도 내 마음을 슬프게 하네
잊을 수 없는 님의 부드러운 고운 미소 가득한 저 하늘에 가을이 오면

시적(詩的) 노랫말, 부드러운 리듬
이영훈 작사·작곡, 이문세 노래 ‘가을이 오면’은 시즌 송(Season Song, 계절노래)으로 유명하다. 이 곡을 듣노라면 어느새 가을이 다가왔음을 느낀다. 111년 만의 폭염을 기록한 올해는 ‘가을이 오면’ 멜로디가 더욱 반갑게 들린다. 
 특히 여름이 끝나고 철이 바뀔 때면 빠지지 않는 가요로 가을 향취가 짙게 배인 낭만적 노래다. 선선한 바람이 불고 긴팔 옷을 입을 때면 방송과 무대공연에서 자주 들을 수 있다. 감성적이면서도 시적(詩的)인 노랫말, 부드러운 리듬이 음악팬들을 끌어들인다. 
 ‘가을이 오면’은 이문세가 1987년 3월 내놓은 자신의 4집 음반(서라벌레코드사 제작)에 담겼다. 함께 실린 ‘사랑이 지나 가면’, ‘그녀의 웃음소리뿐’, ‘이별 이야기’ 등이 히트하면서 음반판매량이 285만장에 이르는 대박 난 노래다. 1995년 최다판매앨범(286만장)으로 한국기네스북에 오른 김건모의 3집 음반(‘잘못된 만남’ 등 수록) 기록엔 못 미쳤지만 성공을 안겨준 것이다. 9곡이 실린 이문세의 4집 음반은 ‘한국 100대 명반’ 16위에 들어갔을 만큼 작품성이 있다는 평가다. 그 바람에 이문세는 ‘발라드의 황제’란 닉네임(별명)을 얻었다.
 이문세의 4집 음반엔 특징이 하나 있다. 실린 가요 모두가 이영훈 작사·작곡, 이문세 노래, 김명곤 편곡이란 점이다. 여러 작사가, 작곡가, 편곡자들이 참여한 다른 가수들 음반과 차별화를 꾀했다.
 ‘가을이 오면’은 대중에게 소개된 지 31년이 더 지났음에도 그리 오래된 맛이 안 난다. 세련된 노랫말, 감미로운 멜로디, 가창력 있는 이문세의 목소리가 요즘 나온 신곡 같다. 이 노래는 2004년 후배가수 서영은이 내놓은 그의 첫 리메이크 음반에도 실려 음악팬들을 파고들고 있다. 색다른 분위기의 ‘서영은 버전’은 보사노바(bossanova) 풍이 느껴진다. 새 경향, 새 감각을 뜻하는 포르투갈어 보사노바는 삼바(samba)에 현대재즈(jazz) 흐름이 보태어져 발달한 대중음악이다. 1950년대 후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사는 중산층 학생들, 거리의 음악가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문세, 발라드노래 불러 성공한 가수
 ‘가을이 오면’을 부른 이문세는 가수이자 방송인 겸 작사가다. 1959년 1월 17일 서울서 태어나 서울청덕초등학교, 경신중, 광성고, 명지대 전자공학과, 명지대 대학원(정보산업처리학과 수료)을 나왔다. 명지대 재학 때인 1977년 언더그라운드 음악계에서 통기타 포크 팝가수로 데뷔했다. 그는 이듬해 CBS(기독교방송) 프로그램 ‘세븐 틴’ 사회자(MC)를 맡으며 방송진행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타고난 입담이 시청자들을 끌어들인 것이다. 특히 1985~1996년 MBC 라디오 심야음악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 진행을 맡아 인기DJ로도 자리를 굳혔다. ‘밤의 교육부 장관, 문교부 장관’이라 불릴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그는 1970년대 우리 음악의 기둥이 된 통기타 포크 팝음악분야에서 1980년대 팝 발라드음악계로 넘어오자 1983년 발라드가수로 가요계에 발을 디뎠다. 하지만 1984년 9월에 낸 2집 음반 ‘파랑새’가 팬들 눈길을 끌기엔 실패했다. 
 가수로 성공한 건 1985년 작곡가 이영훈을 만나면서다. 그해 11월에 낸 이문세 3집 음반 수록곡 ‘난 아직 모르잖아요’가 폭발적 인기를 끌며 방송순위 1위까지 올랐다. 이때부터 이문세-이영훈 단짝은 1980년대 가요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두 사람은 팝 발라드의 시초였으며 라디오노래 대부분이 세미트로트곡이나 포크송에서 클래식한 느낌의 발라드로 바뀌게 했다. 이문세의 전성기는 1987년 발표한 4집 음반 수록곡 거의가 널리 알려지면서다. 그 바람에 가수로서의 최고입지를 다졌다. 그러다 1993년 음악동반자였던 이영훈과 헤어져 독자적 음악세계를 열어가기 위한 디딤돌을 놨다.
 

이영훈-이문세는 어떻게 만났을까. 1984년 가을 가수 이장희가 운영하던 서울 광화문 랩 스튜디오 녹음실에 밴드 신촌블루스 엄인호, 가수 권인하, 이문세 등이 모여 있었다. 차에 기타를 싣고 떠돌던 무명가수들이었고 미술대 지망생이던 이영훈은 스탠드바에서 피아노연주를 하면서 작곡 일을 하고 있었다. 이영훈은 엄인호 권유로 곡을 찾던 두 가수에게 습작을 들려줬다. 그때 이문세는 ‘소녀’란 곡을 듣고 빠져들었다. 둘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돼 서울 수유리 자취방에서 라면을 먹어가면서 작업했다. “대중적 노래가 필요하다”는 의견 끝에 나온 게 히트곡 ‘난 아직 모르잖아요’였다. 이문세는 이영훈이 작곡한 ‘난 아직 모르잖아요’와 ‘소녀’, ‘가을이 오면’, ‘사랑이 지나가면’, ‘그녀의 웃음소리뿐’, ‘이별이야기’,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옛사랑’ 등 발라드곡을 취입해 히트했다. “이영훈 없이 이문세도 없다”는 말이 있을 만큼 이영훈 작품을 많이 불러 인기였다. 대중들에게 우리 가요가 팝송 못잖게 뛰어나다는 의식도 심어줬다. 걸출한 이영훈 작사·작곡 음악에 이문세의 독특한 발라드창법이 생명력을 불어넣은 결실이다. 

이영훈, 대장암 앓다 2008년 2월 49세로 별세
 ‘가을이 오면’ 곡을 만든 이영훈(1960년 3월 6일~2008년 2월 14일)은 작곡가이자 작사가다. 이문세 노래를 단골로 만들었다. 서정적인 발라드음악을 만들어 1980년대~1990년대 우리나라 ‘팝 발라드’ 분야를 새로 연 대중음악가다. 기독교신자로 연극, 무용음악 등을 만드는 순수예술영역 음악인에서 변신한 것이다. 1985년 이문세를 만나 대중음악작업에 나서 여러 곡을 히트시키며 팝 발라드장르를 개척했다. 1987년 이문세 4집 음반이 대히트, 골든디스크 대상과 작곡가상을 받으면서 최고작곡가로 우뚝 섰다. 약 150만장 팔린 이문세 3집 음반이 밀리언셀러시대의 신호탄이었다면 285만장이 팔린 4집 음반은 그때까지의 사상최다 판매기록을 깼다. 나아가 1988년 ‘가로수 그늘 아래서면’, ‘광화문 연가’, ‘붉은 노을’ 등 이문세 5집 음반은 선 주문량만 수 십 만장에 이르렀다. 그는 2001년까지 이문세와 함께 정규음반 8장, 기획음반 3장을 냈다. 
 이영훈의 품격 높은 팝 발라드는 대중가요 인식을 확 바꿨다. 라디오방송을 휩쓸었던 팝송프로그램 시대를 마감, 가요프로그램이 많이 편성되는 전환점도 만들었다. 투병 중에도 작품집 ‘옛사랑1·2’를 연이어 선보였고 뮤지컬 ‘광화문 연가’ 제작에 나서기도 했다. 7집 음반까지 함께 했던 이문세와 헤어져 자신의 작품집에 힘을 쏟기도 했다. 러시아에서 볼쇼이오케스트라와 손잡고 ‘이영훈 소품집’을 내리 3장 냈다. 
 인생사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던가. 우리나라 대중가요에 큰 획을 그은 그는 대장암으로 2008년 2월 14일 오전 3시께 49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서울 정동엔 그의 추모비가 있다. 타계 10주년을 맞은 올 2월 27일 세종문화회관에선 그의 추모음악회도 열려 눈길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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