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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건강공동체 준비’, 새로운 한반도를 준비하는 ‘통일보건의료학회’

- 통일보건의료학회 전우택 이사장 INTERVIEW

  • 입력 2018.11.08 10:55
  • 기자명 강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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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한반도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가 위치한 땅이다. 뿐만 아니라 냉전의 최전선을 담당하여 수십 년간 끊임없이 갈등해왔던,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정세의 땅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는 한반도에도 평화의 훈풍이 불어오기 시작하고 있다. 2018년의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의 놀라운 성과는 한반도를 넘어서 온 동북아 시민들에게 새로운 평화의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우리가 필히 기억해야 할 부분은, 통일은 뜨거운 가슴만큼 차가운 머리로 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평화를 향한 급물살이 일더라도 충분히 신중하게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미래에 대해 고민해오던 많은 사람들이 함께 ‘통일보건의료학회’라는 이름으로 모여 그에 대한 성찰을 거듭했으니, <한반도 건강공동체 준비>가 그 결과이다. 이 책의 대표저자로서 통일보건의료학회의 이사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전우택 이사장을 MD저널이 찾았다. 

통일보건의료학회 전우택 이사장
통일보건의료학회 전우택 이사장

독자들에게 통일보건의료학회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통일보건의료학회는 2014년 9월에 민간 주도로 창립된 학회입니다. 학회가 창립되기 전에도 남북관계에 진전이 있을 때마다 북한에 대한 정치적/경제적 이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인도주의적 의료지원과 별도의 연구교류 활동 등이 활발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분들은 여건과 상황에 따라 개별적으로 활동했을 뿐이었고, 이 상황에서 각 분야의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함께 네트워크를 구성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때문에 이와 관련해서 뜻을 모은 분들이 함께 이 학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왜 통일, 보건, 의료인가?
쉬운 이해를 위해 병원의 예시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의사만 일하는 것이 아닌, 간호사와 약사 등의 역할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거기에 여러 의료기사분들의 역할도, 보건의료 행정을 담당하시는 분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여기에 자원봉사자, 위생 유지를 위한 상하수도, 배전 등의 시설 담당자 등 참으로 많은 분들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십니다. 국민건강 자체는 ‘의료’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분들이 함께 노력하는 부분이기에 ‘의료보건’이라는 더욱 포괄적인 어휘를 차용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뒤에서도 설명하겠지만, 우리 모두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통일’이라는 한반도의 미래를 함께 준비하는데 ‘건강’이라는 키워드는 참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저희 학회는 이에 대한 실질적인 준비로서 학회의 새로운 저서 <한반도 건강공동체 준비>를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왜 책의 제목이 ‘통일보건의료’가 아니라 ‘한반도 건강공동체 준비’인가?

통일이란 우리 민족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은 남북한이 통일을 서로 자의적으로 사용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남한 입장에서의 통일은 북한의 붕괴에 따른 흡수통일, 북한은 적화통일의 의미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당금의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북한이 정말로 비핵화 과정에 들어서게 된다면, 그리고 대외적으로 개방이 된다면 북한은 국제적으로 정상국가로 인정받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우리가 북한을 붕괴시키거나 흡수하는 것이 국제관계상 불가능해진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통일보다는 공동체라는 어휘가 더 중요합니다. 이것은 일종의 평화로운 공존, 협력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현재 남북한이 모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경제, 좀 더 진전이 있다면 문화, 이후에는 한반도 복지까지 공동체 형성을 시도해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때가 되면 교육공동체, 정치안보공동체까지 나아갈 수 있고, 이것은 바로 진정한 의미의 통일을 의미합니다.
이 과정에서 ‘보건의료’는 정말로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남과 북이 정치적, 이념적 측면을 굳이 내세우지 않아도,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생명과 건강을 함께 다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과 자식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하여 함께 일하게 되는 사람들보다 더 큰 상호신뢰를 가지게 되는 사람들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때문에 보건의료는 앞으로의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적인 가치이고, 그렇기에 이번 책의 제목을 이렇게 정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남한이 지나치게 북측에 쏟아 붓기만 한다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사람들이 굉장히 오해를 하기 쉬운 부분입니다. 남북한 관계가 좋아진다 해서 북측 2500만 명의 건강을 남측의 의료인들이 다 책임질 일은 없을 것입니다. 북측의 일은 북측이 알아서 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럴 인력도 충분합니다. 그저 북한에 지금껏 부족했던 조건들, 즉 의료 기자재와 약품, 외부 교류 등의 문제만 우리가 조금 도와준다면, 북측 의료인들이 북측의 수준과 환경에 맞춰 점진적으로,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옳고, 그렇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건강은 아프리카인들 스스로가 책임지지, 우리가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인도주의적 의미에서의 도움을 주고 협력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북한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생각해 보았을 때, 북한의 보건의료 인력에 대한 교육을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우리와 언어장벽이 없는 유일한 국가, 요새 남북한의 화두는 대부분 경제 영역입니다. 북한이 정상국가로 들어서기만 하면 전 세계의 공적 기금/민간 자금들의 투자가 밀려올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보조적인 역할만 하지, 그 주인공은 북측 스스로의 몫입니다.

따라서 앞서 말씀하신 그런 우려는 너무 단편적 시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측도 남측 사람들이 북한 내부를 휘젓고 다니는 일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고 말입니다. 물론 현재 외국인들이 한국의 건강보험을 이용하는 것처럼 북측 사람들이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또 다른 국제정세의 단계입니다. 단기적으로 남북관계가 그렇게까지 크게 변하기도 힘들고, 그 과정에서 남북 간의 수많은 대화가 있을 것입니다. 물론 충분히 할 수 있는 걱정인 것은 이해됩니다. 다만 지금의 북한은 옛날과 달리 정상국가로의 변화를 진지하게 시도하고 있고, 때문에 그런 급격한 경우는 옛날과 비교해서 훨씬 낮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한반도 건강공동체 준비>
<한반도 건강공동체 준비>

<한반도 건강공동체 준비> 저서에 대해 설명을 조금 더 부탁한다면?
‘한반도 공동체’라는 용어는 서로를 인정하고 협력하여, 각자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한다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그런 일들이 꾸준히 이루어져, 정말 서로가 기쁜 마음으로 최종적 ‘통일’에 합의하면 그것으로도 좋고, 그런 일이 바로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서로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평화적인 관계를 상정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입니다.
이 과정의 중요한 일부분으로서 ‘한반도 건강공동체’가 핵심적이고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먼저 시작할 수 있으면서, 가장 큰 심리적, 사회적 파급 효과를 가지고 한반도 공동체를 형성해나가는 통로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책은 과거와 현재의 북한 보건의료상황을 소개하는 내용은 간략하게 마무리 했습니다. 이 책은 그보다도 우리가 미래에 북한과의 보건의료 협력을 위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준비를 구체적으로 해야 할지를 주로 담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남북의 보건의료 전문가들과 젊은이들에게 한반도의 과거와 현재가 아닌, 미래를 위하여 꼼꼼히 읽힐 수 있는 책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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