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한반도 건강공동체를 향한 리더십 준비

  • 입력 2018.11.08 11:16
  • 기자명 김신곤(고려의대 내분비내과 교수), 김영훈(고려의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엠디저널]평화통일의 모범적 사례로 꼽히는 독일의 경우, 분단 시기부터 통일을 위한 다양한 학문적 연구를 기반으로 오랜 기간 제도적, 인적, 물적 준비를 해왔음에도, 통일 후 짧지 않은 시간동안 난관과 갈등을 겼었다.

서론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기회가 아니라 위기, 더 나아가 심각한 사회적 혼란과 출혈을 초래할 수 있다. 때문에 우리는 부분적·점진적 접근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한반도 건강공동체도 보건의료 교류협력, 건강격차의 극복, 의료문화 이질성의 극복, 보건의료 용어의 소통 및 통합 등은 의료보건 인력뿐 아니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내용들이 현실화되기 위해, 즉 건강한 통일을 향한 로드맵이 실현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사람이다. 시스템이 준비되고, 때가 무르익어도 그것을 실행하는 것도, 새로운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도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반도 건강공동체의 구축, 최종적으로는 통일 이후 한반도 보건의료 통합의 성패가 남북한의 보건의료인이 얼마나 준비되어 있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반도 건강공동체를 위한 리더십의 준비가 중요한 이유이다.

시대는 어떠한 의료인을 필요로 하는가
어떤 의료인이 좋은 의료인일까? 필자는 환자의 고통과 아픔을 공감하는 능력이야말로 좋은 의료인이 되는 첫걸음이라 믿는다. 인간의 질병은 단순한 신체질환이 아니라 그로 인해 수반되는 정신적, 사회적 고통까지 망라하는 총체적인 고통이며, 따라서 좋은 의료인은 시대와 시대 속에 살아가는 인간의 고통을 공감하며 환자와 함께 그 고통에 맞설 수 있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를 기대하는 새 시대에선 이에 걸맞은 준비와 각오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간 보건의료 영역에서 한반도 공동체를 향한 체계적인 준비가 미흡하였던 것이 현실이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당시 남북관계가 원활할 때, 북한의 보건의료인과 자주 만나고 소통해왔던 집단들이 한반도 건강공동체를 준비해온 초기 리더십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그룹들은 주로 자생적이고 자발적인 집단들로, 사명감과 열정에 비해 조직성과 체계성이 부족한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이제는 전략적, 거시적 차원에서 통합적 로드맵을 가지고 민·관·학·연을 아우르는 2세대 리더십 그룹들이 필요한 때이다.

통일 시대 보건의료 인력개발의 원칙
한반도 건강공동체를 준비함에 있어 남북한 보건의료 인력개발은 굉장히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 보건의료면허를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인지, 통일 이전 상호방문을 통한 협력진료는 어떻게 할 것인지, 궁극적으로 한반도 건강공동체의 인력개발, 특별 면허 취득과 상호 인정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매우 중요한 안건들이다.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관련 전문가들과 유관 보건의료단체들 사이에서 지속적인 소통과 긴 시간에 걸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이 주제에 대해 한반도 건강공동체 인력개발과 관련한 기본 원칙을 제시하는 정도까지만 다루고자 한다.

1) 상생과 공생의 원칙
서로의 결합을 논의하기 시작하는 단계에서 서로의 우열을 주장하거나, 어느 일방이 타방을 흡수하여 제도를 일방적으로 이식 혹은 단순히 분리하여 관리하는 방식으로 한반도 건강공동체가 구상된다면 양측의 상생과 공생을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반도 건강공동체는 남과 북이 만나 더욱 커지는 일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서로의 입장을 고려하고 이해하며 함께 더불어 건강한 제도의 준비와 그러한 보건의료 인력의 통합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면허 통합의 문제에 있어서도, 통일 이후 일정기간은 남북한 보건의료 면허제도의 기본 틀을 유지하되, 궁극적으로 남북한 각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하면서 국제적 기준에 어울리는 보건의료인을 양성하고 인증하는 방식으로 재편, 발전시켜 나간다면 그런 상생, 공생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2) 계승과 혁신의 원칙
남과 북의 서로 다른 사상과 철학, 체제, 문화는, 보건의료인의 양성체계, 책임과 의무, 역할, 자격인정의 차이를 야기했다. 남한의 보건의료인은 세계적 첨단의학에 걸맞은 역량을 갖출 것을 요구받고 있고, 북한의 보건의료인은 제한된 의료자원으로 인해 정성의료와 같은 북한 특유의 고전적 가치를 미덕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남북한 보건의료 인력의 통합은 서로의 장점은 계승하고 단점은 혁신하며, 통일한반도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바람직한 보건의료인상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즉, 남한화된 북한 보건의료인, 북한화된 남한 보건의료인 차원의 문제가 아닌, 통일 한반도를 아우르는 미래 보건의료인의 자질과 역할, 그리고 그 요건을 고민하고 준비하는 기회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3) 신속성과 유연성의 원칙
현재 붕괴되다시피 한 북한의 보건의료인프라를 고려할 때 통일 전후 이의 재건을 위한 신속한 지원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며, 이를 위한 보건의료인의 면허교류 및 상호인정 등이 세심하게 준비되어야 한다. 궁극적인 면허통합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단기적 긴급구호인력의 면허 인정 등이 유연하게 고려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4) 자기주도와 책임을 전제한 협력
통일 이후 일정기간 남북 주민의 건강은 남북 보건의료인 각각의 주도성과 책임성이라는 원칙하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통일 후에도 ‘북한인민의 건강은 북한보건의료인의 손으로 지킨다’는 관점이 상당 기간 견지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북한 보건의료인의 대거 남하를 막고, 그들의 수준 향상을 도와 그들 스스로 북한의 보건의료를 바로 세우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주도와 책임성을 전제하되 남북 지역별, 병원별 자매결연 등을 통해 민관협력의 대북 보건의료지원 및 인력개발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 남북간 보건의료격차가 현저히 줄어들면, 그때 궁극적인 남북 보건의료제도의 통합과 보건의료면허의 상호인정, 자유로운 취업 등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5) 교류협력을 통한 사전준비
통독의 교훈에서 보듯이 남북한 보건의료영역의 교류협력을 통한 사전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현재의 기준으로 통일 이후 남한지역 수준의 공적 의료비가 북한에 투입된다고 가정할 때, 그 비용은 매년 6조 7천억(20년간 134조 2천억)에 이를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이런 막대한 통일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통일 이전부터 남북한 격차 해소 및 보건의료 이질성 극복을 위한 상호 교류와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결론
앞으로 점차 늘어날 남북한 보건의료 교류 협력에서, 남북은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한반도 건강공동체에 대한 공동의 비전을 만들어내며 다양한 실천들을 모색해 나가게 될 것이다. 이런 논의와 실천의 핵심에 준비된 리더십은 필수이다. 과거 사명감과 열정으로 한반도 건강공동체를 향해 노력해왔던 1세대 리더십들의 헌신을 계승하면서도, 2세대 리더십들은 다양한 장애요인들을 극복할 수 있는 학문적 역량과 전문성, 그리고 기획력과 구체적인 실천능력을 겸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리더십들이 충분히 준비될 때 한반도 건강공동체는 우리 눈앞에 현실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내일을 준비하는 보건의료 리더십들의 땀과 수고가 일회적, 단편적 성과로 머물지 않고 미래 한반도 건강공동체를 향한 중장기적 투자로 지속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좋은 리더십들의 발굴과 교육뿐만 아니라, 이들이 시작한 쉽지 않은 길을 지치지 않고 걸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 그리고 이들의 수고와 땀을 인정해주는 우리 사회의 애정 어린 눈길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저작권자 © 엠디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