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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에게 의료의 길을 묻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남식 회장 

[엠디저널]의료계 내부에서는 ‘대한민국 의료가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최악의 환경에 처했다’고 말하고, 또 일각에서는 ‘날개 없는 추락으로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남식 회장은 이들에게 ‘우리가 말하는 위기의 실체는 무엇인가’라고 되묻는다. 그리고 오히려 의료기술의 발달, 4차 산업혁명, AI의 등장, 그리고 더 많은 기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 
모두가 위기라고 말하고 있는 지금 오히려 기회와 가능성, 그리고 미래의 가치에 더욱 기대된다고 말하는 정남식 회장을 MD 저널이 만났다. 

의료계 최고 석학 단체의 모임인 대한민국의학한림원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한국의학의 진흥과 선진화를 위하고, 국민건강 향상과 공정하고 전문적인 정책 자문의 역할을 하고자 2004년 창립이 되었습니다. 의학한림원은 의과학 전문분야별로 7개의 분회와 의학 관련 용어개발위원회, 정책개발위원회, 의학연구수준 평가위원회 등 다양한 분야의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전문성을 바탕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주요한 의학 분야의 의제를 가지고 포럼, 워크숍 등의 진행 및 연구 단행본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수준 높은 연구 성과를 올리며, 한국 의과학수준의 향상과 국가 정책의 반영이라는 최종 목표를 이루고자 합니다. 

현 의료계의 상황에 대해 정 회장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위기라는 표현을 쓰는데 먼저 어떤 위기를 말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위기라면 정확히 어떤 부분인지에 대한 실체가 있어야 합니다. 먼저 경영이 어려운 것인지, 환자의 치료가 어려운 것인지, 아니면 의료전달체계의 문제라든지 그런 정확한 대상이 있어야겠지요. 물론 이런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위기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이런 위기로 느껴지는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의사든, 의료기관이든, 제약회사든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둘 때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국민 건강 향상이라는 대명제를 기준으로 적절한 목표와 함께 위치에 따른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소위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대한 정 회장의 생각을 말하자면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은 건강보험 보장을 7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6월에는 2019년 보험료 인상률을 3.49%라고 밝혔습니다. 보험을 확대 강화하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것은 상식적인 수준에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 보험료는 누가 내야 할까요. 바로 가입자, 즉 국민들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보험료를 올린다고 하면 국민들은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큰 관건은 재정입니다. 국민 건강을 위해 훌륭한 인적 자원을 확보하고, 시설에 대한 투자를 하려면 재정이 투입되어야 합니다. 새로운 치료법은 증가하고, 의료비는 상승하는데 이를 보험화하기 위해서는 또 보험료가 상승합니다. 보험료 인상에 대해 국민들의 반응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정 회장은 취임 당시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을 미국의학한림원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했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
한림원의 역할은 정책을 제언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직접 문제에 나서서 해결을 하는 곳이 아니라 미세먼지나 감염성질환처럼 가장 문제가 되는 현안에 대한 조언을 합니다. 미국의학한림원(US National Academy of Medicine)은 보건의료계 외에도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도 기초과학 분야를 비롯해 사회과학, 인문학, 법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회원으로 영입할 예정입니다. 

최근 과학·공학·의료 3대 한림원 회장단의 특별좌담을 가졌는데, 이 때 기초과학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 이유는 무엇인가
의학은 응용과학이며, 응용과학의 기본은 기초과학입니다. 어떤 연구든 그 원리와 작용 기전이 밝혀져야 이를 이용해 새로운 치료약이나 기술을 만들 수 있습니다. 기초가 튼튼해야 새로운 상상력을 동원해 새로운 연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MD 앤더슨 암센터 제임스 앨리슨(James P. Allison) 교수와 교토대 혼조 타스쿠(本庶佑, Honjo Tasuku) 명예교수는 면역세포의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초 원리를 제공한 기초과학자입니다. 기초과학의 발전 없이는 신기술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다만 기초과학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20년이 걸릴 수도 있고, 30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또 평생을 기초과학에 바치는 분도 있습니다. 일본이 우리보다 노벨상 수상자가 많은 것은 기초과학에 투자한 결과입니다. 

4차 산업 혁명을 맞아 의료계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 것인가
먼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디지털 시대입니다. 이미 상당부분 디지털 데이터와 IT가 지금의 일의 방식이나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크게 바꾸고 있습니다. 신문이나 대형마켓이 예전처럼 활발하던 시대가 지나가고, 모든 생활에 변화가 올 것입니다. 편리한 점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혼돈스럽습니다. 의료계에서는 먼저 원격진료를 어떻게 의료계가 주도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원격진료를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철저히 준비해 의료계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연구를 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X-ray를 필름으로 찍었지만 요즘은 누가 그렇게 하고 있습니까. 또 요즘은 청진기가 아니라 초음파로 심장이나 복부를 봅니다. 그리고 원격진료도 예전의 표현이고,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디지털 진료가 더 옳다고 봅니다. Butterfly iQ라는 모바일 디바이스를 이용하면 휴대폰으로도 초음파가 가능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의학교육도 바뀌어야 합니다. 디지털 혁명 시대에 발맞춰 의사들을 교육시키고, 디지털 진료를 어떻게 주도할 것인가를 준비해야 합니다.

최근 통일의학이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해 달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처럼 통일의학이라는 말 대신 북한의료현장사업이라는 표현이 더 좋겠습니다. 북한의 의료는 모두들 아시는 것처럼 수준이 낮고 열악합니다. 약도 없고, 기구도 없고, 인력도 없으니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할지 난감한 수준입니다. 과거 사이다병에 고무줄을 이어서 링거를 대신하는 것을 보고 기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 북한의학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 의료 인력을 양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의료시설을 보완해야 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전반적인 물적 투자를 통하여 시급한 부분부터 의료의 수준을 향상시켜야 합니다. 북한 사람들도 머리가 좋습니다. 대한민국이 교육으로 일어섰듯이 북한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인의 질병은 한국인이 치료해야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가장 쉽게 독일계의 프랑스 의사 알버트 슈바이처와 제중원을 세브란스병원으로 발전시킨 미국인 선교사 겸 학자인 올리버 에비슨(Oliver R. Avision)입니다. 슈바이처의 업적은 대단하지만 그는 환자의 치료를 위한 의사의 교육과 의사 양성은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에비슨은 의학교육자로서 38년간 한국에 의사를 교육하고 양성하며 키웠습니다.  슈바이처가 적도아프리카의 렝바레네에 병원을 개설하고 인류애를 실천했지만 아직도 아프리카는 외국의 원조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에비슨이 캐나다로 돌아간 뒤에도 의학은 남아 꾸준한 발전을 이뤘습니다. 북한의 의료는 몇 명의 의사가 간다고 해서, 단순히 의약품을 제공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없습니다. 물론 지금 당장의 원조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균형을 맞춰가야 할 것입니다. 

정 회장은 지난 해 정년을 맞았고, 올해부터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세브란스가 아니라 개원을 선택한 이유를 알고 싶다
40년 동안 심장 분야에서 진료를 해 왔고, 그래서 정년을 하고 난 후에도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개원을 한 첫 번째 이유는 그동안 제가 꿈꿔왔던 ‘심장병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이뤄보기 위해서입니다. 그동안 세브란스병원에 근무를 할 동안에는 치료에 집중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환자가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계량적으로 검사를 실시하고 위험요인을 관리해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도 함께 동반되어야겠지요. 두 번째는 대학병원과 일차의료 간의 올바른 협업 모델을 제시하고자 함입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일은 할 수 있을 때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철학입니다. 정년을 했다고 해서 ‘일과의 안녕’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다른 의미로 해석할 수는 있겠지만 이제야 의사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일단 개원을 하면서 이제 좀 더 많은 환자들과 함께 소통하고자 합니다. 병원 이름인 필메디스(Philmedis)는 사랑(Phil-Love), 의료(Med), 협업(Interwork), 그리고 사회(Society)의 약자로 ‘사랑과 의료로 협업과 소통을 이루는 사회’를 만들고자하는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제가 궁극적으로 바라고 계획하는 것은 앞서 말한바와 같이 ‘심장병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강지명 기자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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