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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발생과 극복 Ⅱ

  • 입력 2018.11.12 15:18
  • 수정 2018.12.07 10:11
  • 기자명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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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엠디저널]프로이트가 말한 불안

이번에는 프로이트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입문’이라는 대중강의에서 스물다섯 번째 주제로 불안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프로이트는 불안을 두 가지로 나누었습니다. 하나는 현실적인 불안이고 나머지 하나는 신경증적 불안입니다. 현실적인 불안은 우리 모두가 합리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외부의 위험에 처했거나 위험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기 보존 본능에 의해 발동되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이 발동하지 않으면 문제입니다. 예를 들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밀림 같은 곳으로 들어갈 때 느끼는 불안은 현실적인 불안입니다. 이러한 불안을 통해 우리는 온 감각을 동원하여 미래에 있을 수 있는 위험에 대처하게 됩니다. 이러한 불안이 발동하지 않으면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불안의 정도가 적당해야지 그렇지 않고 너무 지나치면 온 몸의 감각과 근육이 얼어붙을 수도 있습니다. 신경증적 불안은 현실적 불안과 달리 쉽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신경증적 불안으로 프로이트는 다음의 세 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1. 기대 불안, 2. 공포증, 3. 히스테리 증상들에 수반되는 불안이나 흥분상태에서 발생하는 불안입니다.

첫 번째 기대 불안은 어떤 상황을 예상할 때 일어나는 불안입니다.

이 유형의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모든 가능성 중에서 항상 가장 끔찍한 가능성을 예상합니다. 이들은 모든 우연을 불길한 사태의 조짐으로 해석하고, 모든 불확실성을 좋지 못한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두 번째 공포증은 특정한 대상이나 상황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공포증의 대상은 혼자 있는 것, 작은 벌레들, 광장, 닫힌 공간, 암흑, 높은 곳, 다리를 건너는 일 등 매우 다양합니다. 이러한 공포의 대상에 대해 느끼는 공포심은 이해가 되는 것부터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까지 있습니다. 이해가 되더라도 공포를 느끼는 정도가 매우 강합니다.

세 번째 히스테리 증상들에 수반하는 불안이나 흥분 상태에서 발생하는 불안은 히스테리 증상이 있을 때나 흥분 상태에서의 불안을 말합니다. 

이때 불안과 불안을 야기한 상황 사이에 전혀 연관성을 찾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흥분 상태에서 불안이 아닌 다른 감정이 표현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데 예상하지 못한 불안이 표출됨을 말합니다. 프로이트는 불안의 감정에 대해, 인간이 출생 시에 느꼈던 것을 다시 되풀이 하는 것으로 봤습니다. 출생 당시에 내적 호흡이 중단됨으로써 엄청난 강도의 자극이 가해지는데 이것이 불안 체험의 원인이 됩니다. 그리고 어머니와 분리되는 데서 불안이 발생합니다. 이 두 가지 원인으로 발생한 불안이 개인에게 뿌리박혀 있어 벗어날 수 없고, 그 후 감정 속에서 불안은 규칙적으로 재생된다고 하였습니다.

앞서 말한 세 가지 신경증적 불안의 발생에 성이 관련되어 있다고 프로이트는 주장합니다. 성적인 억제와 불안 상태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것을 자신의 임상 경험과 그 당시 사회에 대한 관찰을 토대로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이 잘못된 성생활이 교정될 경우 불안신경증이 사라지는 사례를 무수히 체험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프로이트는 리비도(성욕)가 억압을 받으면 불안을 통해 리비도가 배출된다고 봤습니다. 프로이트의 이러한 주장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프로이트는 자신의 임상관찰을 통해 이러한 것을 발견했고 그에 입각해서 환자의 억압을 자각시키는 작업을 통해 환자를 자유롭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프로이트가 발견한 것은 프로이트 자신의 심리와 프로이트가 살았던 시대와 사회를 반영한 것일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프로이트가 우리에게 말하려고 하는 것을 프로이트가 쓰는 말에 걸려 잘못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프로이트는 인류 역사에서 최초로 인간의 심리의 이해에 대한 과학적 체계인 정신분석을 세웠고, 한계가 있는 틀이긴 하나 인간의 심리를 연구하는 후학들이 프로이트가 세운 그 틀 위에서 인간의 심리에 대한 연구를 용이하게 할 수 있게 했습니다.

붓다가 말한 불안에 대한 가르침

이제 붓다의 경우를 보겠습니다. 『두려움과 공포의 경』(맛지마 니까야 제1권 134~147쪽)에 보면 붓다가 자신에게 일어난 두려움과 공포를 어떻게 극복하였는지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붓다가 보는 두려움과 공포의 원인이 뭔지 알 수 있습니다. 붓다 당시에 불교가 아닌 바라문교를 믿는 유명한 바라문의 한 사람인 자누쏘니가 붓다를 찾아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존자 고따마여, 숲이 우거진 곳의 홀로 떨어진 거처에 있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홀로 떨어져 수행을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비구가 삼매를 얻지 못하면 그 비구를 숲이 앗아가 버릴 것 같습니다.” 이 말에 대해 붓다는, “바라문이여, 그렇습니다. 정말로 그러합니다. 내가 아직 깨닫기 전에, 깨닫지 못한 보살이었을 때 ‘숲이 우거진 곳의 홀로 떨어진 거처에 있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홀로 떨어져 수행을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비구가 삼매를 얻지 못하면 그 비구를 숲이 앗아가 버릴 것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나에게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어떤 사문이든지 바라문이든지 신체적인 행위를 청정하게 하지 않고 숲이 우거진 곳의 홀로 떨어진 거처로 가면 신체적인 행위가 청정하지 않고 숲이 우거진 곳의 홀로 떨어진 거처로 가면 신체적인 행위가 청정하지 않은 오염된 것을 원인으로 하여 불선(不善)인 두려움과 공포가 일어난다. 나는 신체적인 행위를 청정하게 하지 않고 숲이 우거진 곳의 홀로 떨어진 거처로 가지 않으리라. 나는 신체적인 행위를 청정하게 한 고귀한 사람으로 숲이 우거진 곳의 홀로 떨어진 거처로 가겠다.’ 바라문이여, 나는 내 속에서 이러한 신체적인 행위의 청정함을 보면서 숲 속에서 아주 편안하게 머물렀습니다.” 이 경에서 붓다는 계속해서 두려움과 공포를 일으키는 여러 가지 상태를 언급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경전에 있는 순서대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청정하지 못한 언어적인 행위
청정하지 못한 정신적인 행위
청정하지 못한 생계
탐욕과 감각적 욕망
악의의 마음과 사악한 생각
해태와 혼침
들뜸과 고요하지 못함
의혹과 의심
자기를 칭찬하고 남을 멸시하는 것
겁을 집어먹고 겁에 질린 것
이득과 존경과 명성을 바라는 것
게으르고 정진이 약한 것
마음 챙기지 않고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마음이 집중되어 있지 않고 마음이 산란한 것
지혜가 없이 바보 같은 것

이 경에 의하면, 우리 속에 두려움과 공포를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앞서 언급한 청정하지 못한 신체적인 행위로부터 시작하여 지혜가 없이 바보 같은 것까지 모두 열여섯 가지입니다. 붓다는 그러한 청정하지 못한 상태를 없애고 그와 반대되는 청정한 상태로 숲이 우거진 곳의 홀로 떨어진 거처로 가서 자신 속이 청정함을 보면서 숲 속에서 아주 편안하게 머물렀습니다. 붓다는 자기 자신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현상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고 생각합니다. 붓다는 자신에게 두려움이 일어났을 때 그 현상을 부정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고 그 현상이 왜 왔는지 그 원인을 성찰한 뒤 그 원인을 제거한 후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난 변화를 봤다고 생각합니다. 붓다 자신의 상태를 솔직하게 말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 심라학적으로 말하면,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자기 분석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의 뒷부분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붓다 자신에게 생긴 두려움과 공포를 극복하는 구체적인 과정이 나타나 있습니다. 붓다는 가장 두려움이 일어날 수 있는 곳에 가서 두려움과 공포가 다가오면 그 두려움과 공포를 극복할 때까지 그 자세(앉아있거나, 서있거나, 걸어가거나, 누워있거나)를 유지했습니다. 두려움과 공포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아주 굳건했습니다. 그런 후에 사선정(四禪定)을 얻고 그 후에 전생을 아는 숙명통(宿命通), 중생들이 업에 따라 태어나는 천안통(天眼通)을 얻은 후 마지막으로 세 가지 번뇌(감각적 욕망, 존재, 무명)를 해결하는 누진통(漏盡通)을 얻고 해탈하였습니다. 붓다의 말에 의하면 불안이나 두려움, 공포의 극복은 우리 속의 불선법을 정화하는 것입니다. 프로이트의 이론도 우리의 심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나에게는 직접적인 경험에서 나온 붓다의 말이 프로이트의 말보다 훨씬 명확하게 들어옵니다.

또 실천하는 과정에서 인격이 많이 성숙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극복해야 할 불선법의 리스트를 작성해서 그것들이 내 속에 지금 어느 정도 있고, 그 불선법이 어떻게 두려움과 공포를 일으키는지 그리고 불선법이 우리 내면에서 제거되었을 때 우리 내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항상 지켜보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나는 붓다가 말한 불선법이 어떻게 두려움과 공포를 일으키는지, 그리고 선법이 어떻게 두려움과 공포를 몰아내는지 그 기전을 밝혀서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 납득시켜서 그것을 실천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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