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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필요 없는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의료 사각 지대에 생명의 가치를 전하는 비영리 민간의료단체 ‘프리메드(Freemed)’

  • 입력 2018.12.13 11:04
  • 수정 2019.01.11 11:03
  • 기자명 강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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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단풍 내음을 풍기던 가을이 지나 어느덧 겨울. 거리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캐럴은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마음을 정겹게 만든다. 하지만 이 노래에 웃음 지을 수 없는 이들이 있다. 이부자리를 대신할 종이 박스를 들고 찬 바람을 피하여 서울역 안을 서성이는 노숙인들. 이번 겨울은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갑갑하기 만한 이들의 한숨은 뿌연 입김이 되어 눈앞을 가린다. 이 와중에 찬바람은 이들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자꾸만 옷 틈새로 파고든다.

그러나 추운 겨울에도 그들의 곁을 떠나지 않고 아픈 곳을 치료하며, 때로는 그들의 시린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곳이 있다. 매주 토요일 저녁 6시, 모두가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꿈꾸며 서울역을 찾아가는 청년들. 이들은 비영리 민간 의료단체 ‘프리메드’다.

서울역 내의 무료 진료소

토요일 저녁 6시, 서울역 9번 출구 방향의 지하보도를 지나다 보면 낯선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벽 한 쪽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들, 다음 진료 순서의 번호를 부르는 단원의 목소리,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 의료진의 신중한 눈빛까지. 그 곳을 걷다 보면 어느 샌가 지하철역의 지하보도가 아닌 병원 안에 들어와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이 병원은 차분하고 경직된 모습의 일반적인 병원과는 사뭇 다르다. 수혜자분들은 진료를 기다리며 서로 간의 악수로 안부를 묻고, 단원들은 수혜자분들의 지난 한 주간의 생활이 어땠는지 경청한다. 어느 어르신은 당신의 가방 속을 뒤적이시더니 한 줌의 사탕을 꺼내어 주변 분들께 하나씩 건네 드린다. 그러다 보면 여기저기서 들리는 수혜자분들의 호탕한 웃음소리로 통로가 가득 채워진다.

아픈 곳을 치료하기 위해 세워진 진료소는, 방문한 이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훈훈하게 만드는 장소가 된다. 비록 살갗으로 느껴지는 겨울의 온도는 차디차지만, 돌아가는 이들의 손에는 따뜻함이 한 움큼 쥐어져 있다.

‘10년’의 무료 진료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2009년 을지로입구역에서 첫 발을 내디딘 무료 진료소는, 2010년 7월에 그 자리를 지금의 서울역 지하보도로 옮겼다. 그 후로 무료 진료소는 꿋꿋이 한 자리를 지키며 서울역 부근의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 등 소외계층을 위한 의료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무료 진료소의 대상은 소외계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아이, 어른, 외국인, 그 어떠한 누구라도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면 프리메드는 항상 봉사의 손길을 내민다.

어느 덧 서울역 지하보도에서 무료 진료를 진행한지 햇수로 9년이 되었다. 2009년 을지로입구역에서 진행한 일 년의 활동까지 더하면 무료 진료소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하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던가. 결코 짧지 않은 10년의 세월 속에서 무료 진료소 역시 많은 것이 변해왔다.

무료 진료의 장소부터 진료소의 운영 체계와 진료 과목, 그리고 단체에 도움의 손길을 내어 준 의료진과 단원들의 발자국까지. 그동안 많은 것들이 변해왔지만 유일하게 변치 않은 한 가지가 있다. ‘의료 사각지대의 빈틈’을 메우는 것. 모든 이가 자유로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그 날을 희망하며, 프리메드 단원들은 오늘도 바삐 움직인다.

 

청년들의 뜨거운 열정이 모여

대학생과 청년으로 이루어진 비영리단체 ‘프리메드’, 이 단체의 구성원은 다양한 전공을 가진 대학(원)생이자, 사회에서 일을 하는 한국의 평범한 청년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한 가지 같은 뜻을 공유한다. ‘의료 사각지대의 해소’를 향한 뜨거운 마음. 이 열정 하나로 전국 각지의 청년들은 프리메드로 한데 뭉쳤다.

단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무료 진료소가 운영되는데 필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프리메드의 무료 진료소는 단순한 ‘의료 봉사’에서 그치지 않는다. 진료소를 운영하기 위한 단체 내의 자체 교육부터 시작하여 진료소 설치와 운영에 필요한 각종 물품 관리, 더 나아가 환자의 데이터를 수집, 보존, 관리하는 것까지. 흡사 일반 의료기관을 방불케 하는 업무를 시행하기 위하여, 프리메드는 진료소 운영에 대한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이를 시행한다.

프리메드로 모여드는 도움의 손길들

무료 진료소에서는 환자에 대한 진료와 처방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는 엄연한 ‘의료 행위’로, 비전문가인 일반인은 법적으로 행할 수 없다. 프리메드는 이러한 부분에서 전문 의료진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의사 선생님과 약사 선생님, 그리고 한의사 선생님까지. 봉사의 손길을 내어 주시는 의료진 선생님 덕분에, 오늘도 무료 진료소는 보다 다양한 의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의료진 이외에도 프리메드와 뜻을 함께하는 곳이 있다. 바로 ‘성북중앙병원’과 ‘요셉 의원’이다. 무료 진료소는 그 동안 시설의 한계로 중증 환자를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위의 두 병원으로 인계하여 중증환자에 대한 치료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프리메드는 외부의 손길에 힘입어 현실적인 한계를 하나씩 극복해 나가고 있다. 막연하게만 보이는 청년들의 바람이 1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프리메드를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도 부족하고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그러나 세상 모두가 치료받을 수 있는 그 날이 올 때까지 프리메드의 열정은 계속해서 타오를 것이다.

[자료제공: 프리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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