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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넥스(Zanax)나 아티반(Ativan)같은 안정제의 위험

  • 입력 2019.01.18 11:12
  • 수정 2019.02.19 16:51
  • 기자명 김영숙(정신건강의학전문의/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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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엠디저널]깨끗한 유니폼을 새하얗게 입고서 나를 찾아온 제니를 처음 본 것은 3~4년 전이었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쉬기가 힘들어지며 심장 박동이 너무 빨라져서 응급실에 갔더니 그녀가 상상했던 심장마비 증세가 아니라 심한 불안증세 때문이라면서 응급실 의사의 권유대로 정신과를 찾게 되었다고 한다.

남미의 엘살바도르에서 태어나, 전쟁통에 변변한 학교를 다닌적이 없다는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잘 구사하며, 영리하였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시던 첫번째 남편과 이혼을 하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들어 온 용기도 대단했다. 그녀는 헌 책을 매매하는 대규모의 책가게에 취직을 한 후에 시간이 나는 대로 가게에 비치된 책을 읽어가며, 영어는 물론 미국인들의 문화까지 이해하려 노력하였단다. 가게 주인인 여사장에게는 외아들이 있었는데 미혼이었다. 마음에 꼭들게 부지런하고 애교있는 제니를 며느리로 원하던 사장님은 끝내 아들과 제니의 결혼을 성사시키셨단다.

세월이 흘러 시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아들은 일은 하지않고 가게를 처분해 버리고 그 돈으로 산다는 결정을 멋대로 하고 말았다. 이렇게 제니의 직장이 팔려나가게 되었다. 일을 안하고 부모의 유산에만 의지하며 클럽을 전전해 다니는 남편을 지켜보던 그녀는 직업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살아가기 위한 기술을 찾다가 스스로가 항상 미용에 재능과 관심이 많았던 사실을 기억하였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얼굴 마사지 미용술 전문학교였다.

처음 나를 찾아왔을 때에 입었던 유니폼이 바로 그 학교 교복인 셈이었다. 자신의 앞길을 새로 개척해 나가려는 그녀의 눈에 비친 남편의 나태한 모습을 보던 어느날, 그녀는 심한 공황 증세를 경험하며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응급실 의사의 말에 의하면, 심장마비라고 공포에 떨며 병원에 실려 오는 환자들의 거의 절반이 그녀와 같은 심한 불안이나 공황증세 환자란다.

나는 제니에게 본인의 관심이나 시간을 자신을 위해 집중시키도록 도왔다. 강한 어머니 밑에서 보호받으며 자신감을 기를 역할모델이나 기회가 없었던 남편이 자신감을 갖는 시간을 주면서 말이다.

이것은 아내가 열심히 살며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남편이 천천히 자존감을 갖도록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그때부터 그녀는 더욱 분발하여 면허증도 얻고 저명한 피부과 의사의 환자들을 고적으로 삼아 자신감을 키워갔다. 그런데 문제는 그녀가 응급실 의사에게서 처음 처방 받았던 안정제인 제넥스를 계속 쓰겠다고 요구하는 것이었다. 발리움(Valium)이나 아티반같은 신경 안정제는 벤조다이아제팜(Benzodiazepan)이라는 화학물질로 만들어져서 결국 오래쓰다보면 습관성이 생기면서 약물중독 현상을 일으키게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벤조라는 약칭으로 불리우는 이 종류의 신경 안정제들은 대부분 초기에 부작용이 적고 금방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달콤한 사탕같아서 스트레스가 생기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이 가는 약들이다. 과거에 많이 쓰였던 발리움, 리브리움, 할시온 등등이 모두 이에 속해서 내성이 생기면 자주 약의 용량을 늘려야 전과 똑같은 효과를 얻게 된다. 게다가 무서운 것은 갑자기 사고가 생겼다거나 또는 어떤 원인으로 약을 중단하는 경우에 금단 증상이 와서 심하면 온몸이 떨리며 불안해지고 경기를 일으키거나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성의 불안 증세가 있는 경우에 정신과 의사는 S.S.R.I 등의 항 우울제를 권한다.

“나는 불안하기만 한데 왜 우울 증세에 대한 약을 주나요?”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많은 환자들이 항의를 할때마다 나는 우울 증세나 불안증이 모두 몸안의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증세임을 설명해 드린다. 그래서 항 우울제인 프로작, 팩실, 졸로프트, 셀렉사, 렉사프로 등의 약물들은 불안도 치료하고 우울증도 예방해 준다. 인간관계에 능숙한 제니도 두뇌에서 분비되는 뇌전파물질에 대해서는 무력하다.

이미 그녀의 제넥스의 필요양이 0.25mg에서 1mg으로 올라갔다. 내성이 생겼다는 증거이다. 간신히 달래서 졸로프트를 쓰게 하였다. 이미 프로작이나 셀렉사는 부작용(두통, 구역질 등등)만 있지 치료효과가 없다고 본인이 끊어버린지 오래이다. 이런 약들은 적어도 일주일 내지 한달을 써야만 효과가 나타나는데 비해 부작용은 금방 나타나니까 환자로서는 여간 인내심이 필요한게 아니다. 아들과 손자의 장래를 즐겁게 지켜보려면 제넥스같은 약물에 중독되지 말것을 몇번이나 강조하며, 또한 그녀의 수긍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보람있는 하루였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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