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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tal Clinic]꿈은 내면세계를 비춰주는 거울

  • 입력 2007.06.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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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일반 사람들은 의외로 꿈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흔히들 ‘나는 거의 꿈을 꾸지 않는다’, ‘개꿈이다’, ‘꿈같은 소리 하고 있다’ 등등의 말을 한다. 그런데 이런 말들은 실제와는 거리가 먼말들이다.현재까지 진행된 꿈 연구의 결과에 의하면 하룻밤 동안 일정한 간격을 두고 평균 너 댓 번 꿈을 꾼다. 꿈꾸는 수면시간이 전체 수면시간의 약 20%를 차지한다. 7~8시간의 잠을 잔다면 1시간 반 정도는 꿈을 꾸는 셈이다. 단지 대부분의 경우 이것을 기억 못할 뿐이다.이러한 꿈은 정신적 건강유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실험적으로 꿈을 박탈하면 긴장, 불안 증세와 기억장애, 집중력장애 등이 나타나고 장시간 계속되면 정신병 같은 행동이 유발되기도 한다. 또한 다음날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평소보다 더 당황하고 극복하기가 힘들다.꿈을 연구하는 많은 연구가들은 꿈을 어떤 신비로운 현상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생각되는 바를 그려내는 그림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꿈을 꾸는 것은 정신건강의 유지에 필수적이며 꿈에는 의미가 있다는 데에 대체로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꿈은 환자를 이해하고 치료하는 중요한 수단정신분석이나 정신치료에서는 꿈을 매우 중요하게 다룬다. 왜냐하면 꿈은 꿈꾼 사람의 마음을 비추어주는 거울과 같은 것으로 꿈에 그 사람의 핵심문제가 잘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꿈은 더욱더 그렇다.꿈을 통하여 문제가 무엇인지, 문제의 근원은 무엇인지, 문제에 대처하는 자신의 노력은 어떤 것인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꿈의 이러한 기능으로 인해 정신분석에서는 꿈의 분석이 환자의 이해와 치료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수단의 하나가 된다.그런데 꿈은 그대로는 그 뜻을 알기 어렵다. 예외적으로 어린아이들의 꿈은 그대로 의미를 알 수 있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성인들의 꿈은 대부분 그 의미를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 마치 낯선 외국어처럼 그 언어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잘 모르는 단어의 나열처럼 느껴진다. ‘자유연상’을 통해서만이 그 의미를 알 수 있는데 자유연상이란, 꿈을 꾼 사람이 그 꿈을 생각할 때(전체내용이나 세부적인 요소들) 마음속에 문득 떠오르는 것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을 말한다.정신치료의 각 유파들이 꿈을 보는 시각이나 꿈 해석에 있어서는 각기 견해를 달리하지만 자유연상을 통해 꿈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거의 공통되는 점이다.자유연상을 통해 분석된 꿈을 보면, 꿈은 우리에게 마음속 깊은 곳의 비밀을 알려주기도 하고, 인생에 있어서 귀중한 경고를 하기도 하며, 중대한 일인데 낮에 소홀히 하고 지나쳐버린 일이 나타나기도 하고, 걱정거리에 대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해 주기도 하는 등 많은 것을 암시하고 있다.자유연상을 통해 꿈을 해석하는 실례를 몇 가지 들어보겠다. 저명한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이 보고하였던 꿈을 먼저 인용하여 보겠다.어느 부인이 하루는 다음과 같은 꿈을 꾸었다.‘더러운 세탁물과 함께 더러운 고양이를 데리고 세탁기가 있는 곳으로 갔다. 얼마 후 세탁이 끝난 후 세탁물을 꺼냈을 때 고양이가 세탁기 옆에서 죽어 있었다.’자신이 왜 그런 꿈을 꾸었을까 하고 의아해하는 부인에게 그 꿈에 대해 자유연상을 하도록 하였다. 고양이에 대해 부인은 무엇보다도 고양이를 사랑한다고 했고 이어 마찬가지로 자기의 외동딸을 사랑한다고 했다. 꿈속의 고양이는 딸을 상징하는 것이었다.그 귀여운 고양이가 더러워진 것에 대해서는, 최근에 딸의 연애를 둘러싸고 주위에서 이러쿵저러쿵 험담거리가 되고 있어 괴롭다는 부인의 이야기에서 그 의미가 분명해졌다. 말하자면 좋지 않은 연애로 딸이 더럽혀져 있었다는 것이다. 더럽혀진 딸은 더러운 고양이로 상징이 되었으며 깨끗이 세탁을 하려고 했다는 것은 부인이 딸의 연애사건에 대해 느끼는 감정 상태를 말해준 것이라 할 수 있다.이 꿈은 부인이 딸에게 ‘도덕적 깨끗함’을 지나치게 요구하게 되면 딸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꿈의 해석에서 보는 것처럼 세탁물과 고양이가 등장하는 아주 짤막한 내용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또 꿈이 꿈꾼 사람의 그 당시의 마음상태를 잘 반영하고 있는 예를 하나 소개해보겠다.석사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던 여자가 논문의 완성이 거의 다 되었을 즈음에 꾸었던 꿈이다. ‘겉에서 보기에 아주 보기 좋고 근사해 보이는 성당을 보았다. 그런데 그 성당의 뒷면으로 돌아가보니 마치 무대장치를 세워 놓은 것처럼 완성되어 있지 않았고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또 그 성당의 계단 같은 데를 올라가는데 중심을 잡을 난간이 없어서 엉금엉금 기어서 오르는 등 무척 고생을 하였다.’자유연상을 해보니 성당은 종교의식을 치르는 곳이고 자신의 논문이 종교의식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성당은 논문을 상징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뒷면이 허술하다는 것은 그 당시 논문이 거의 완성이 되었지만 그 내용에 대해 자신감이 없었고 다시 쓰게 될지도 모르는 불안감이 연상이 되었다. 자신의 논문에 대해 불안해하는 태도가 여실히 잘 나타나 있었다.논문이 통과되고 난 뒤에도 자신의 논문에 대해 자신을 가질 수 없었던 그 여자는 그 뒤에도 여러 번 부실공사를 상징하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마지막으로 정신의학 교과서에 나와 있는 꿈을 하나 소개하겠다. 이것은 미혼의 여대 졸업생이 맞선을 보고 난 그날 밤에 꾼 꿈이다.‘누군지 모르는 젊은 여자가 한밤중에 속이 은근히 비치는 잠옷 같은 것을 입고 백마(白馬)를 타고 소나무 숲이 우거진 산등성이들을 훨훨 뛰어넘어 저 멀리 환한 보름달을 향해 달려가는데, 유심히 보니 말의 다리 하나가 부러져 있었다. 그런데도 그 여자는 참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이 여자는 맞선 본 남자에 대해 연상을 했는데 그 남자는 한국에서 일류대학을 나와 장학금을 받고 3개월 후에 유럽으로 박사학위 과정 공부를 하러 떠나기로 되어 있는데, 한 가지 흠은 과부 밑에서 커온 외아들인 처지라고 하였다. 꿈속의 소나무 숲은 어디서 본 것 같다면서 자기가 철부지 시절, 동네 남녀 조무래기들과 밤늦게까지 술래잡기하면서 재미있게 뛰놀던 시절 고향집 뒷산에 소나무가 많았다고 하였다.자유연상을 통해 드러난 것을 보면 나는 백마는 ‘백인들이 사는 유럽으로 곧 비행기를 타고 날아갈 남자’이고 발굽 하나가 부러진 것은 ‘과부의 외아들’이라는 그 남자가 지닌 불리한 결혼조건을 뜻한다. 요컨대 이 꿈은 ‘다소 흠이 있지만 나는 그와 같이 유럽에 가 신혼의 보금자리를 꾸미고 싶다’는 그 여자의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정말로 3개월 뒤 그 여자는 결혼하여 남편과 같이 유럽으로 떠났다. 정신세계의 대부분은 무의식『꿈의 힘』이란 책을 통해 꿈을 잘 활용한다면 자아인식이 증진되고 인간적 성숙을 가져올 수 있다고 역설한 앤 패러디(Ann Faraday)는 그 책에서 자신이 여고생 때 꾼 재미있는 꿈을 하나 보고하고 있다. R양이 갑자기 병에 걸린 어머니를 간호하기 위해 떠났다고 들은 다음 날 밤 ‘R양과 학교의 정원사가 결혼’하는 꿈을 꾸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 다른 학생들에게 그 꿈을 이야기했다. 다소 엄격한 편이었던 R양과 꽤 미남이었던 젊은 정원사와의 결혼은 아무도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몇 주가 지난 뒤 실제로 둘이 결혼을 했다. 저자는 본의 아니게 친구들 사이에서 예언가로 유명해졌다. 그 후 꿈을 전공하면서 그 경험을 다시 검토해보았더니, 사실은 그 이전에 R양이 정원사와 함께 운동장을 걷고 있는 모습을 한두 번 본 일이 있었고 R양이 떠나기 며칠 전 몇몇 여학생들이 그 정원사가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음을 회상하게 되었다. 또한 R양이 ‘만일 당신이 사랑에 빠진다면 온 세상이 아름다운 선율로 넘치리’하는 콧노래를 아주 작게 부르던 것이 떠올랐고 그리고 R양이 병에 걸린 부모를 간호해야 하는데도 매우 쾌활했던 것이 이상했던 기억이 났다.그리하여 이러한 것에 대해 수면 중의 정신세계가 그날의 기억들에 대한 야간개편 작업과정에서 이것들을 포착해낸 뒤 그것을 하나의 영상(映像)적인 이야기로 표현해낸 것이라고 분석하였다.이처럼 꿈은 우리의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과도 같고,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는 예리한 탐정과도 같고, 천리안을 가진 예언자의 역할도 한다.그렇지만 평소 꿈을 기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주 악몽이거나 특이한 꿈 외에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꿈을 꾸었는지 안 꾸었는지도 모르고 지낸다. 그러나 꿈을 적는 훈련을 하면 꿈의 기억이 보다 잘 된다. 먼저 자기 전에 꿈을 꼭 기억해 보겠다고 자기암시를 한다. 그리고 잠자는 머리맡에 펜과 종이를 준비해 놓고 잠을 깨고 나서 꿈이 기억나면 즉시 꿈 내용과 그 연상을 기록해둔다.꿈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가식이나 합리화 없이 그대로 잘 알 수 있다. 혹자는 꿈이 어떻게 해서 우리 마음을 비추어주는 거울이 될 수 있을까 궁금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매일 아침 일어나서 지난 밤 자기가 꾼 꿈을 기억하여 그것에 대해 연상을 해본다면 자기 자신이 평소에 의식하지 못했던 새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프로이드가 무의식의 세계를 발견하고 정신분석학을 창시하면서부터 꿈은 개인의 내면세계를 분석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우리가 평소 의식하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고 우리의 정신세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힘은 무의식으로부터 나온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한 무의식에 이르는 왕도가 꿈이라고 프로이드는 말하였는데, 꿈의 분석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깊숙한 내면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이제 꿈에 대한 진정한 관심을 가지고 꿈을 잘 이해함으로써 우리 자신의 일상생활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