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한설北風寒雪 몰아치고 있다. 신나게, 모질게,
벽이며, 지붕들, 나무들을 할퀴고 있다. 거리에
움직이려는 것들 매섭게 때리고 있다. 골짝과 들판
끝까지 날아가며 힘없는 것들 덮친다. 거칠 것 없는
도적들, 자랑한다. 미친 듯 마구 웃어댄다.
내 안의 사물들, 꿈적도 않고 시련도 없이 숱한
시련 겪고 있다.
새벽녘에 길 떠난 사람들, 지금쯤 어디에서
눈사람이 되었는지, 돌장승이 되었는지,
벙어리 산이 되었는지, 그 소식 알 길이 없다.
하늘 북소리 그친 뒤
속까지 훤해진
적막강산 -
온갖 곤욕 치르고
가진 것 몽땅 털리었지만
종국에 와선
너 나 없이
한 마디
말도 할 수가 없는 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