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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 연구의 중심에서 영양을 고민하다

한국영양학회 회장 권오란 이화여대 교수 인터뷰

  • 입력 2019.02.15 10:33
  • 기자명 강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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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현대인들은 풍요로운 식생활로 과거와는 달리 영양 과잉의 시대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 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질병으로 인해 여전히 고통받고 있고, 그 이상으로 곳곳에서 크고 작은 문제에 부딪히고 있 다. 분명히 우리는 이전보다 부유하고 여유로우며, 의학과 과학이 발전하여 난치병에 종지부를 찍고 날로 놀라운 성 과를 이루어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소용이 없는 것일까? 왜 아직도 이렇게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은 것인가?

크게는 무한한 심연 너머의 우주를 탐구하고, 작게는 물질 의 근원이라던 원자보다 더욱 작은 입자를 논하는 오늘날의 인간에게 부족한 것은, 그저 자기가 매일의 일상속에서 먹고 마시는 것들에 대한 이해가 아니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위해 한국영양학회 회장 권오란 교수를 찾아가 보았다.

먼저 한국영양학회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사단법인 한국영양학회는 1967년 창립되었습니다. 올해로 52주년이 되는 셈이지요, 이것은 대한민국의 식품영양 관련 분야를 통틀어 가장 오래된 역사입니다. 이 시기에 태동된 학회가 대부분 그렇듯이, 한국영양학회 역시도 전후의 어려운 나라사정과 국민들의 영양결핍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 학자들로부터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세계가 놀란 한강의 기적처럼, 우리 국민의 영양상태도 놀랍도록 달라졌습니다. 불과 50여년 전의 대한민국 국민의 가장 우선적인 영양학적 문제가 영양결핍이었다면, 오늘날에는 거꾸로 영양과다가 모든 문제의 원인입니다.

이제 한국영양학회는 이에 맞춰 영양과다로 인한 만성질환을 해결하는 것, 그리고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소수의 영양결핍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우선적인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 유일한 IUNS(국제영양학회)의 구성원이자 아시아영양학회 등 글로벌 단체의 회원으로서 국제 학회의 학술대회를 국내에서 주최하며 제3세계의 신진학자들을 초청하여 리더십 및 선진 인프라 교육 등을 제공하며 국제적 책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건강 관련 산업에서 영양학의 중요성이 갈수록 대두되고 있다. 영양학과 건강의 구체적 연관성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영양학은 본질적으로 기초학문이 아니라 응용학문입니다. 왜냐면 우리가 아는 비타민 A, 무기질 등의 영양소가 그 자체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연계에서 수많은 다른 성분과 함께 섞여있는 이런 영양소들을 얻기 위해 식재료 중 영양소 함량을 분석하고, 그렇게 선별된 식재료로 영양을 공급하는 식사지침을 제공하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사람들은 ‘우유’라고 하면 그저 칼슘, 단백질 등을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우유는 이 외에 지방산, 인 등의 셀 수 없이 많은 성분들이 함유되어 있을 뿐 아니라, 여러가지 식품과 함께 섭취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때문에 결국에는 우유를 ‘우유’자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유를 소비하는 패턴’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양학은 이런 것들을 모두 고려하고 음식이 최종적으로 몸속에서 어떻게 소화/흡수되고 사용되는지에 대해서 분자수준의 탐구를 진행하고, 궁극적으로는 이를 통해 음식이 삶의 질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규명하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의학 전 범위에 걸쳐 영양학은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의학에서 영양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존 의학에서는 문제가 발생한 뒤에 해결을 진행했습니다. 즉, 의학적으로 ‘환자’가 아니면 치료도 없었던 것이죠. 그러나 현실에서는 환자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건강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절대다수입니다. 기존의 방법만 고집하다가는 이 수많은 ‘환자는 아니지만 아픈 사람들’을 방치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 약, 한의, 영양, 체육 등의 전문가들이 각자 선을 긋고 자기 영역에만 눈을 돌릴 것이 아니라 모든 분야가 협력, 융합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사람의 몸은 학문의 영역처럼 경계가 명확하게 그어져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실 건강을 연구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미지의 영역에서의 탐구는 흔히 말하는 인도속담인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코끼리의 코를 만져본 장님은 코끼리를 긴 뱀처럼 생긴 동물로, 다리를 만져본 장님은 나무처럼 생긴 동물로 생각합니다. 전체를 알 수 없으면, 부분적으로 진실이더라도 규명할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심장에 좋은 물질이 거꾸로 신경계에는 좋지 못한 작용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간의 몸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너무나도 복잡한 작품이기에 이런 경우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부적인 부분만 굉장히 심도있게 연구하기에 자칫 잘못하면 굉장히 극단적인 방향으로 치우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각 분야의 가교 역할로 바로 영양학의 진가가 빛난다고 생각을 합니다. 건강의 모든 분야는 결국 영양과 관련이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학회가 그동안 국민건강을 위해 해온 사업과 그 성과에 대해 알고 싶다.
대표적인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첫째로 ‘한국인 영양 권장량’ 연구, 둘째로 매년 진행되는 학회의 학술대회, 셋째로 한반도 통일영양학이 있습니다.

‘한국인 영양 권장량’은 문자 그대로 한국인에게 필요한 영양소의 평균치를 표시한 데이터로서, 산업계의 기준이자 표준이 되는 중요한 일입니다. 5년 주기로 새롭게 갱신되는 이 데이터 작업은 굉장히 길고 고된 일이라 보통 3년에 걸쳐서 5년간의 자료를 각 분야의 전문가 수백명이 모여 진행하는 작업입니다. 하지만 이 데이터가 2010년부터 정식 법령이자 국가 정책의 기준으로서 사회 곳곳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며 자부심을 가지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회 학술대회는 매해 진행되는 학술적 모임이지만, 영양학계뿐 아니라 관련 업계까지 포함한 관계자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매년 큰 틀에서 제시한다는 점에서 크나큰 의미를 가지는 행사입니다.

마지막으로 한반도 통일영양학입니다. 한반도 정치상황이 급변하면서 이제는 단순히 ‘북한을 돕자’가 아닌, 북한의 개방 이후의 나날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글로벌 전략을 이해하고,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 국민과 건강 전문인들이 어떠한 역할을 하며, 실제적인 물자와 인력은 어떻게 조달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저희 학회의 목표는 ‘영양학의 실제적 적용’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위의 언급된 활동들을 포함한 저희의 연구와 다른 활동들이 국가와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국민건강 향상을 위한 학회의 다짐과 회장님께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듣고 싶다.
영양소 문제는 결핍과 과잉이라는 양 극단의 문제입니다. 지금껏 인류의 길고 긴 역사에서 사람들은 ‘결핍’, 즉 어떠한 영양소가 부족해서 이것을 보충하면 해결되는 직선적인 문제와 마주해왔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과잉’, 즉 어떠한 영양소가 과다하게 남고, 이 남은 영양소가 체내의 다른 성분과 반응하여 제3의 결과를 낳는 복합적인 문제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은 이미 예전과는 정반대로,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정보를 찾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국민들이 정보를 판단하는 기준은 바로 ‘평판’입니다, 정보가 필요할 때 일단 유명한 사람의 말을 신뢰하는 것이죠. 그러나 평판과 과학은 엄밀히 다른 부분으로서, 유명한 사람이 말이 다 맞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영양학회는 많은 데이터와 신뢰성 높은 정보를 축적해왔지만, 그만큼의 외부적 홍보가 부족하여 아직 국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으며, 그것 역시도 저희의 부족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이제는 연구 자체에 대한 노력에 발맞춰 국민이 필요로 하는 정확한 정보를 적합한 때에 제공할 수 있는 인지도를 위한 노력 역시도 병행하는 학회가 되겠습니다.

영양학은 홀로 서는 학문이 절대로 아닙니다. 때문에 한국영양학회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국민의 건강을 논의하는 연구의 장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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