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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학에서 본 암의 모든 것

  • 입력 2019.02.18 11:40
  • 수정 2019.02.18 11:43
  • 기자명 신영순(누리사랑 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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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우리는 세기말의 혼란을 겪은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나오지만 그때는 꽤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면서 그 많은 우려가 기우였음을… 우리의 시간이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지나감을 느끼며 다시금 일상 속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과는 달리 실질적으로 우리의 주변 환경은 소리 없이 급물살 타듯 많은 것들이 바뀌어 가고 있다.

새해가 시작되고 하루하루 지나가는 것은 늘 똑같은데 우리에게 들리는 소식은 가슴을 철렁하게 하는 것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오래 알아왔던 환자분들이나 지인 분들의 암 투병소식은 특히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얼마 전에도 병문안을 다녀왔는데, 환자분의 맑은 눈망울을 보며 그분이 암환자이고, 심각한 상태라는 것을 아는 우리는 목이 메었다. 또 개인적으로 십여 년 넘게 다녔던 한 보호 시설에도 요즘 암환자가 계속 늘어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는 이 녀석은 불과 한 세기 전에만 해도 전염병에 밀려 있다가 과학과 의료의 발전을 등에 업고 새로운 호환 마마로 등극했다.

세균을 정복하였다고 떠드는 사이 더 큰 장벽이 우리 앞에 놓인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암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몸에서는 매일 200~5,000개 혹은 그 이상의 암세포가 생기지만 면역 세포의 도움으로 제거되거나 여러 이유로 발견하지 못한 채 지나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 출처/Google
▲ 출처/Google

실제 Judah Folkman이 2004년 <NATURE>에 기고한 바에 의하면 우연히 사고로 사망한 사람을 부검 했을 때 40~50대 여성의 삼분의 일이 유방암을 지니고 있었고, 50~70대 대부분이 갑상선암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40~50대 남성의 이분의 일, 70대 이상 대부분에서 전립선암이 발견되었다. 그럼에도 그들의 진단비율은 1%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Cancer without disease).

암은 인간이 외부조건 등에 적응해가면서 생긴 질환이기에 그 역사 또한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 약 170만 년 전에 살았던 고인류의 화석에서 악성종양의 흔적이 발견되었고, 가장 오래된 암 관련 기록만 따져도 기원 전 2700년 이집트의 건축가이자 의사였던 임호테프가 남긴 파피루스 문서까지 올라간다. 악성 종양에 처음 이름을 붙인 것은 기원 전 400년의 히포크라테스였다. 그가 몸에 생기는 종양을 ‘carcinoma’라고 명명한 것이다.

▲ 출처/Google
▲ 출처/Google

이렇듯 오랜 역사를 지닌 암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우리의 환경은 화학물질의 범람시대로 접어들었고, 이는 암 발병률 급증의 촉매제가 되었다. 급기야는 1971년 미국 닉슨 대통령이 암과의 전쟁을 선포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1977년 미국 상원의원에서 맥거번 보고서가 발표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암의 발생은 오히려 더 증가하였다. 과학의 발전은 암의 진단율과 치료방법의 다양화를 가져왔다. 2015년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사망자의 29.7%가 암으로 기인하며 인구 10만 명당 암 사망자 수는 2005년의 133명에서 10년 뒤인 2015년 150명으로 늘었다. 즉 생존율은 증가하지만 암에 의한 사망자는 줄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암은 분명 multi-factor로 인한 복합적 질환이다. 그러기에 그 치료적 접근 또한 많은 것들이 고려되어져야 한다.

면역치료의 개발과 부작용

암은 핵유전체의 변이에 의해 일어난다는 ‘유전자발암설’이 현대의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somatic mutation theory;SMT). 이에 기반을 두어 현재까지 암의 치료는 수술요법, 화학요법, 방사선요법으로 이루어진다. 1809년 미국의 맥도웰이 최초로 난소종양을 적출하였고, 1896년 에밀 그럽이 방사선치료를 시작하였다. 1949년 미국 FDA에서 화학치료제의 첫 승인이 떨어진 이래 이 세 가지 치료법이 꽤 오랫동안 치료법의 정석으로 되어왔으나 치료의 한계와 높은 재발률 및 정상세포 파괴와 같은 부작용 등 문제가 많았다.

2000년대 이후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표적항암제가 개발되어 주목을 받았으나 특수한 경우에만 쓰여 질 수 있고 재발가능성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가장 최근에 인체 면역체계를 강화 시키는 면역치료가 개발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 출처/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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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면역학의 발달로 암환자에게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정상적인 면역과 효과적인 항암면역 기전의 저하가 있음이 보고되었다. 절대 림프구 감소, regulatory T lymphocyte 증가, tumor-associated macrophage 증가, 암연관 림프구의 항원표현기능 저하, cytotoxic Tlymphocyte의 자발적 apoptosis 등의 특성 외에도 암에서 분비되는 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prostaglandin E2, transforming growth factor-B, interleukin-10 등에 의해 직접적인 면역기전억제가 발생하여 항암 면역기능이 더욱 저하된다. 이러한 사실을 기반으로 한 직/간접적인 사실들은 종양발생에 면역 반응이 관여함을 보여준다. 2011년 면역관문 억제제를 필두로 시작된 면역치료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치료법은 ‘CAR(Chimeric Antigen Receptor)-T’치료법이다. 이는 환자의 혈액에서 T 세포를 추출하여 면역세포가 특정 암세포에 반응하도록 변형 및 증식하여 다시 주입하는 방식인데, 2015년 생존율이 낮은 leukemia 22명의 생존율을 91%수준까지 올린 보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새로운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기원전 1550년경 작성된 고대 이집트 최대의 의학문서 에베르스 파피루스에는 종양이 발견되면 해당부위를 절개하고 더러운 수건으로 문질러 감염을 유발하라는 치료법이 적혀있다. 유발된 감염이 면역반응을 촉진시켜 면역세포가 종양을 공격하게 한 이 기록이 가장 오래된 암치료법인 셈이다. 현대의 면역치료는 상당한 고비용과 예상치 못한 부작용(환자사망,2016) 고형암에서의 성과부진 등으로 미래가 불투명하기는 하지만 여러 기술의 발달로 개인맞춤 치료의 길을 향해 끊임없이 연구되고 있다. 일례로 수년전 악성 흑색종 진단을 받은 10대 소년 환자에게서 면역세포를 채취해 해당 환자의 암세포를 발견 및 공격할 수 있도록 하는 cell therapy를 통해 완치시킨 경우를 보고하고 있다.

거의 모든 암에서 나타나는 특징들

▲ 출처/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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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성장신호의 자급자족, 증식-억제신호에 대한 무감각, Apoptosis에 대한 저항성, P53 등 종양억제유전자의 기능소실, 무한복제능력(telomere의 무한증식), angiogenesis, 조직침습과 전이가 있다.

이러한 점에 근거하여 유전자치료, 성장인자에 의한 세포주기 촉진요법, 신생혈관 억제제, 세포사멸 유도제 등이 시도되었으나 그 결과는 제한적이다. 70억 인구 개개인의 암치료가 다 다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치료에 대한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그러기에 병원주도의 기존 치료법뿐 아니라 많은 대체요법들이 병행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세기 초반 Otto Warburg는 세포의 호흡부전과 보상성 발효(해당작용)가 암의 공통적 특성임을 입증하였으며 그 특성이 암의 조절되지 않는 성장과 진행에 관련되어 있음을 인지하였다. 이는 암이 단순히 유전적 결함이 그 원인이 되지 않음을 시사하였으며, 현대에 이르러 많은 과학자들이 암은 유전질환이 아닌 대사성 질환이라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토마스 N.세이프리드의 연구결과에 따른 몇 가지 발견

첫째, 몇 가지 항암제의 작용기전이 분명히 칼로리 섭취감소를 통해 일어난다.
둘째, 감소된 칼로리 섭취가 대부분 암의 주요 치료 타깃이 될 수 있다.
셋째, 케톤바디는 정상호흡기능 하의 대부분 세포에서 포도당에 대한 대체연료로 제공될 수 있다.
넷째, 전이성 암은 대식세포계를 따라 세포로부터 발생한다.
다섯째, 모든 암세포는 그 근원조직에 상관없이 미토콘드리아 에너지 대사의 결함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암은 대사성 질환으로 인지되었을 때 더 효과적으로 관리되고 예방될 수 있다. 실상 암에서 발견되는 대부분의 유전자 불안정성은 질병의 원인이 아니라 호흡부전과 발효의 증가로 인한 결과로 발생할 수 있으며, 이 세포들은 대사적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그래서 기존의 고식적인 암치료 방법들은 오히려 종양세포의 에너지 대사를 가중시키고 질환을 더 진전시키며 다루기 어려운 상태로 만들게 되는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지적한다. 즉 암을 유전질환으로 보는 관점은 문제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으며 효과적인 치료가 개발되지 못하게 했다고 이야기한다.

▲ 출처/Google
▲ 출처/Google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의 몸에 만성염증을 일으키는 여러 인자들에 관하여 다시 생각해야 한다. 기존의 확립된 여러 치료방법 외에도, 외부독소와 내부독소들에게서 우리 몸을 지킬 수 있도록 생활환경 개선과 독소배출, 건강한 식습관 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본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암 치료의 최선 전략은 ‘정상세포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암세포를 죽이는 것’이다. 특히 암세포들은 대부분 포도당과 글루타민 대사에 의존해서 생존하고 성장하며 증식하므로 이의 제한이 암세포의 성장과 생존을 억제할 수 있다. 그리고 암을 예방하거나 발생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산화손상으로부터 미토콘드리아를 보호해야 하며 생활습관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Calorie restriction은 암세포의 에너지 대사를 표적으로 해서 새로운 대사환경을 조성한다. 즉 모든 세포들이 영양분을 놓고 경쟁을 많이 하도록 생리적인 환경을 새롭게 만든다. 그리고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인 ketogenic diet를 하게 되면 많은 양의 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암세포(암세포는 정상세포에 비해 그들의 세포 표면에 열 배나 많은 인슐린 수용체를 가지고 있다)는 급격히 에너지가 고갈되는 반면 당과 아울러 지방에서 에너지를 얻는 정상세포는 저혈당상태에서도 보호받을 수 있다.

처음에 난치성 소아 간질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사용된 케톤 식이는 현재 암환자나 치매환자, 당뇨, 비만, 심혈관질환, 우울증 등 여러 경우에도 함께 쓰여 지고 있다. 대개 이 방법은 목표 혈당을 55~65mg/dl, 혈중 케톤치를 4mM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약 2~3일이 지나면 autophagy와 autolytic Cannibalism을 통해 종양조직이 줄기 시작했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그리고 이것을 간헐적 단식과 병행했을 때 더 나은 성적을 낼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이야말로 현대의학에 있어 질병중심의 접근방식과 환자중심의 접근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딜레마를 해결해주는 답이 될 수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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