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미슐랭 별을 받은 길거리의 쉐프들, 싱가폴의 포장마차

  • 입력 2019.02.26 10:40
  • 기자명 강지명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엠디저널]지난 2016년 동남아 최초로 미슐랭 가이드 현지판이 발행되었다. 그리고 그 목록에는 세계 최초로 길거리 음식인 홍콩식 간장 닭볶음과 돼지고기 볶음면이 선정되었다. 5000원 이하의 음식이 미슐랭 별을 받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는데,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가?

태화 포크 누들, 사진 출처 미슐랭
태화 포크 누들, 사진 출처 미슐랭

미슐랭의 별을 받은 노점상은 위에서 언급되었던 2개의 음식을 파는 가게이지만, 다른 수많은 가게들도 그에 못지 않는 훌륭한 ‘쉐프’들의 무대이다. 싱가폴의 노점상은 일반적으로 행상인을 뜻하는 ‘호커(Hawker)’로 지칭된다. 싱가폴에는 이런 호커들이 모여있는 ‘호커센터’가 100개 이상 있고, 중국계를 중심으로 한 다민족 국가인 싱가폴의 특성을 잘 살려 중국/일본/인도/말레이시아/아랍/영국 등 세계의 다양한 음식들을 선보인다. 게다가 평균 한 접시에 2달러 가량의 저렴한 가격으로 인한 경쟁력은 ‘현지인의 부엌’이라고 불리기에 전혀 부족함은 없을 것이다.

싱가폴은 기본적으로 중국계인 화교가 사회의 대다수를 이룬다. 이 때문에 화교를 배척하는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퇴출된 아픈 역사를 지닌 곳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아픈 기억을 모두 극복하고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우뚝 섰다. 기본적으로 다민족 국가이기 때문에 다양한 식문화가 발달되었지만 그래도 가장 핵심은 중화요리라고 볼 수 있다. 위에서 언급된 두 요리 역시 중화요리로 분류된다.

싱가폴의 사람들은 맞벌이가 보통이기에, 기본적으로 하루 세끼를 모두 외식으로 처리하곤 한다. 비슷한 상황이 된 우리나라는 레토르트 등의 간편식 문화가 발달한 것과는 달리, 싱가폴은 싸고 맛있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그리고 상대적으로 자연식에 가까운) 포장마차 문화가 발달했다. 그러다보니 경쟁이 치열한 것도 당연지사, 조금이라도 맛이 떨어지는 가게는 예외없이 도태되지만, 맛만 확실하다면 사람들이 퇴근 후 몇시간이고 줄을 서는 굉장한 도시다. 그렇게 수많은 길거리의 ‘쉐프’들이 밤낮 가리지 않고 경쟁을 펼친다.

세월이 가고 환경은 변화하지만, 그래도 ‘호커’와 같이 사람들 속에서 밥 한끼 먹을 수 있는 기회는 없어지지 않길 희망한다. 적어도 살면서 저런 곳 한번은 가봐야 하지 않겠는가.  

리아오판 홍콩 치킨라이스, 사진 제공 미슐랭
리아오판 홍콩 치킨라이스, 사진 제공 미슐랭
저작권자 © 엠디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