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신화의 꽃, 님프와 무사이

  • 입력 2019.03.19 10:00
  • 기자명 문국진(의학한림원 박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그림 1. 베치오 작: ‘목욕하는 님프’(1525), 빈, 큰스토리쉐 미술관
▲ 그림 1. 베치오 작: ‘목욕하는 님프’(1525), 빈, 큰스토리쉐 미술관

[엠디저널]고대 그리스의 문화에서는 인간들의 생김새나 빈부의 차, 민족, 종교 등 사람을 구별할 수 있는 여러 요소를 무시하고 벌고 벗은 사람을 드러내어 그것 자체만을 논하려는 시도가 여러모로 감지된다. 아마도 그리스인들이 신화의 세계를 믿고 있는 한 그들의 이 인간성 탐구라는 기본자세를 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야기의 줄거리가 신들과 영웅 그리고 사건과 전쟁으로 이어지면서도 신에게는 미치지 못하는 인간의 나약함을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 신과 인간들 사이에 님프(Nymph, 요정)나 무사이(Musai, Musa의 복수, 영어로는 Muse) 같은 아름답고 예술적인 요정들을 삽입하여 한층 더 인간답고 재미를 더 하는 신화를 상징하는 줄거리를 만들고 있다. 앞으로 나오는 신화와 의학에도 님프와 무사이와 관계되는 것이 나오기 때문에 그들에 대해서 설명해 두기로 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님프와 무사이들의 역할이란 매우 중요하여 신화에 등장하는 신이나 영웅을 보다 인간적인 냄새가 나고 그리스 문화에 기초한 철학이나 예술이 발달되지 않을 수 없었던 배경을 설명하는데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자연의 정령인 님프는 반신(半神)으로 그들 중 일부만이 불멸의 존재이다. 일반적으로 볼 때 그들은 활달하고 사랑스러운 성격을 소유한 아름답고 젊은 처녀의 형상을 하고 있다. 님프의 어원인 그리스어 ‘numphe’의 의미로 결혼할 나이가 된 예비신부 또는 처녀라는 뜻이다.

님프들은 자연의 다양한 여러 곳에 40~50명씩 떼 지어 살고 있다. 산이나 샘물에, 강이나 바다 등 지상의 온갖 곳에 살며 신들과 함께 어울리며 측근으로서의 그들을 도우는 역할을 수행한다. 한편 님프들은 자신들의 미모의 매력 때문에 신들과의 연애사건에 휘말리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때론 운명적인 죽음을 불러일으키는 속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람의 손때가 아직 묻지 않은 매혹적인 자연 속에서 아름다운 님프들의 모습을 본다는 것만을 상상해도 넋을 잃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이탈리아의 화가 베치오(Palma Becchio 1480~1528)가 그린 ‘목욕하는 님프(1525)’의 그림에서 보는바와 같이 그녀들은 무리를 지어 살고 있으며 목욕도 함께하는데 풍만한 육체를 과시하는 듯이 드러내고 있으며 그 중에는 결혼한 신부가 첫날밤을 맞으려는 듯이 몸을 단장하는 님프도 있다.

님프 중에 아이도스(aidos)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님프도 있는데, 원래 그리스어로 아이도스라는 단어를 우리가 번역할 때는 ‘수치’라고 한다. 그런데 그 참뜻은 무엇인가 수치스러운 일을 해서의 수치가 아니라 오히려 성스러운 것에 대하여 그 신비에 존경하지 않는 것이 수치스럽다는 의미의 수치이다.

따라서 님프의 이름을 아이도스라 함은 그 아름답고 정숙한 모습에 경탄과 찬사를 보내지 않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이다. 이토록 그리스인들은 님프를 사랑하고 아끼는 존재이었다.

▲ 그림 2. 부그로 작: ‘님프와 사튀로스’(1873). 윌리암스타운, 스텔링 & 프란시 네 크라크 미술 연구소
▲ 그림 2. 부그로 작: ‘님프와 사튀로스’(1873). 윌리암스타운, 스텔링 & 프란시 네 크라크 미술 연구소

또 대부분의 님프들은 춤과 노래를 좋아해 음악소리만 들려오면 모여서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 그러면서도 영역의식이 강해 같이 산과 뜰에 사는 반인반수(半人半獸)인 사튀로스(Satyrs)나 판(Pan)과 평소에는 좋은 사이로 지내지만 이들이 님프들의 숙소를 기웃거리거나 이상한 행동을 할 때는 힘을 모아 가차 없이 저항하였다는 것으로 이러한 상황을 잘 표현한 그림이 프랑스의 화가 부그로(William Adiophe Bouguereau 1825~1905)가 그린 ‘님프와 사튀로스(1873)’이다. 한명의 사튀로스가 님프들의 숙소에 침범하자 나체로 있던 세 명의 님프가 이를 발견하고 그 머리채와 팔 다리를 잡고 공격하고 있다. 한 님프는 그것으로는 성이 풀리지 않는 듯이 좀 더 혼을 내주기 위해 동료들을 부르고 있다. 나체로 저항하는 님프들의 몸매는 과연 ‘아이도스’라 감탄할 정도로 잘 표현되었다.

님프들의 조상은 메리아(Meria)이다. 즉 우라노스가 자기 아들에게 그 남근을 잘리면서 권좌에서 쫓겨날 때 남근은 바다에 던져져 후에 그것에서 아프로디테가 탄생되었다는 것이며, 이때 흘린 피는 대지로 스며들어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이를 받아들여 잉태하여 낳은 자식들 중의 한 명인 메리아라는 님프인 것이다.

제우스신이 회의를 위해 여러 신들을 소집할 때는 반드시 하늘과 지상에 흩어졌던 님프들을 불러 시중들게 하였다. 그러나 제우스가 생각하기에는 신들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인간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또 그 중요한 것들은 시나 노래로 남겨야 할 것인데 문자가 없었던 당시로서는 어려운 일이어서 님프들에게 이런 일을 맡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제우스는 기억의 여신 므네모쉬네(Mnemosune)를 찾아가 상의하였다. 므네모쉬네 여신도 그 딱한 사정을 이해하고 제우스의 요청대로 사랑을 맺어 아흐레 밤을 동침하여 임신하게 되었고, 이런 과정을 통해 9자매를 낳게 되었는데 그녀들이 바로 무사이들이다.

무사이들은 신의 나라에서 그들과 어울려 생활하며 그들에게 노래와 춤을 연출함은 기본이며 또 신이나 시인으로부터 지혜로운 철학과 웅변도 전수 받아 그녀들의 교양수준을 높였다는 것이다.

님프와 무사이의 역할이 혼동되기 쉬운데 우선 님프와 무사이는 신분에 차가 있다. 즉 님프들은 하급 신에 속하나, 무사이들은 애당초 주신인 제우스가 필요를 느껴 탄생시킨 것으로 님프들 보다는 상위에 속하는 즉 신과 님프의 중간에 속하는 여신들이다. 또 님프들은 산과 뜰 등 자연계에 산재해서 사는데 비해 무사이들은 일정한 장소에서 기거하는 님프들 보다는 격조 높은 예술 활동을 하는 여신들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무사이 9자매의 맏딸, 클레이오(Cleio)는 영웅시와 서사시를 담당하게 하였음으로 언제나 나팔과 물시계를 들고 다니며. 둘째, 우라니아(Urania)는 하늘에 대한 찬가를 맡게 하였음으로 늘 지구의나 나침반을 든 모습으로 그려진다.

셋째, 멜포메네(Melpomene)는 연극 중에서도 비극을 담당했다. 그래서 멜포메네는 슬픈 가면과 몽둥이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며, 넷째, 탈레이아(Thaleia)는 연극 중에서 희극을 맡았다. 그래서 탈레이아는 웃는 가면과 목동의 지팡이를 든 모습으로 그려진다.

다섯째, 테릅시코라(Terpsichora)는 무용과 합창을 담당했다. 그래서 테릅시코라는 현악기의 일종인 키타라를 든 모습으로 그려지며, 여섯째, 폴뤼흼니아(Polyhymnia)는 무용과 판토마인(무언극) 등의 작곡을 담당했다. 그래서 폴뤼흼니아는 늘 입술 앞에 손가락을 하나 세우고 명상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일곱째, 에라토(Erato)는 서정시, 여덟째, 에우테르패(Euterpe)는 유행가, 막내, 칼리오페(Caliope)는 현악과 서사시를 맡았으며 무사이 전체를 대표하는 역할도 하였으며 무사이들의 음악을 이끌고 나갔다.

▲그림 3. 푸생 작: ‘아폴로와 무사이’(1631-32),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그림 3. 푸생 작: ‘아폴로와 무사이’(1631-32),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무사이들은 음악의 신 아폴로 신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활동하였고, 아폴로신이 악기를 연주하는 곳에는 언제나 무사이들이 동반하였으며 아폴로신은 무사이들의 뒤를 돌보아 주는 후견인 역할을 하였다. 이들의 관계를 그림으로 잘 표현한 것이 화가 푸생(Nicolas Poussin 1594~1665)이 그린 ‘아폴로와 무사이(1631~32)’다.

무사이들은 전원이 음악가이었는데 시대가 흘러 로마 시대에 이르러서는 각자 전문적인 분야를 갖는 것으로 변하게 되었는데, 역사가들은 클레이오를 수호의 여신으로 여겼으며, 희극의 역할자들은 탈레이아를 의지하였으며, 비극의 역할자들은 멜포메네를, 서정 시인들은 에라토를, 무용가들는 테릅시코라를, 음악의 작곡가들은 폴뤼흼니아를, 천문학자들은 우라니아를 승배하였는데 당시로서는 예술과 과학은 같은 것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에 천문학도 예술에 속하는 것으로 여겼다. 

저작권자 © 엠디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